'느긋하고 단단하게 살고 싶은 글자생활자' 박보현 인터뷰


K E Y W O R D
#기획자  #연결자  #글자생활자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했다매뉴얼을 따르기만 하는 생활은 '일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홍보 업무를 맡게 됐다글 쓰는 일이 즐거웠고아이디어를 내어 영향력을 만드는 것이 뿌듯했다. NGO, 공기업 재단미디어 에이전시스타트업. N잡러에 도전해봤고지금은 소셜섹터다박보현은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라는 문장을 좋아해요왜 이 선택을 했는지 스스로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 이유가 되어주거든요내 청춘이 다하지 않았으니까."

'글자생활자' 박보현은 지금 이 순간을 가장 반짝이는 청춘으로 산다.


선한 영향력을 연결하는 기획자
브런치 소개 글에 '느긋하고 단단하게 살고 싶은 글자생활자'라고 쓰여 있네요. 보현 님이 소개하는 자신이 궁금해요.
 
첫 번째 키워드는 '기획자'예요.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콘텐츠를 만들거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거든요.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획자라고 이야기해요.
 
두 번째는 '연결자'예요. 사람을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정보를 연결해요. 단편적으로 이야기하면, 소개팅을 엄청나게 잘 해줘요! 세 커플이 결혼에 골인했거든요. 잡 포지션도 잘 연결해주고요. 요즘은 부동산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주변 지인들의 부동산 상황에 맞는 정보를 그 사람에게 맞춰서 주고 있어요.
 
'글자생활자'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에요. 책을 읽고, 일상 속의 문장들을 채집하고, 생각을 담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종적인 꿈이 소설가거든요. 상상하는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살고 있어요.
 
 
기획자로 커리어를 밟아온 보현 님이지만, 시작은 엔지니어였다고 들었어요.
 
전공이 화학이었거든요. 엔지니어는 표준 매뉴얼을 따르는 사람이에요. 정해진 대로 하라니까 일은 하는데, 일을 '잘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전체 매뉴얼을 바꿀 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었고요. 평범한 엔지니어로밖에 살 수 없는 걸까 고민이 깊었을 때, 추가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맡게 되었어요.
 
화학 회사는 화학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준 높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데, 이를 쉽게 푸는 방법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 활동)이에요. 아주 작은 일이지만, 아이디어를 내면 바로 실행해 볼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갖춰진 게 별로 없었거든요! 기업이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쓰레기를 줍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이왕 쓰레기를 줍더라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아이들을 돕더라도 이런 방법은 어떨까?' 회사의 업業에 맞춰나가다 보니 특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무언가를 더해가며 일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요.
 
 
이후에도 NGO, 공기업 재단, 디지털 에이전시, 스타트업 등 다양한 필드를 거치며 기획자로 일해오셨어요. 특히 공기업 재단은 전공도 아닌 금융 분야의 기획이었죠?
 
금융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몰라요. 주식도 안 하고요.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까, 전문가를 많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굳이 내가 공부해서 알아가는 것보다는 전문가들을 잘 활용해서 멋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기획자라는 이름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덕분에 기획의 정석을 배웠어요. 요소에 맞는 사람을 배치하고 일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방향성과 실행 조건을 기억하는 것이고요.
 
 
요소에 맞는 사람을 배치하고 일이 잘 돌아가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 기획자에게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상황판단력과 조율하는 능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요.
상황 판단이 빠르다는 건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아는 거잖아요? 내가 못 하는 걸 빠르게 판단해 남에게 넘기거나, 남에게 고민해서 알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조율하는 능력은 재정과 시간의 한계 속에서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에요. 대표님의 이상과 제작사의 현실을 맞추고 조율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처음으로 웹 기획을 맡았을 때 저는 계속 제작사에 우리가 고민하는 지점을 텍스트로 정리해줬어요. '우리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희가 전문가니까 고민해줘!' 하고요.
 
 
Q: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내가 마치 답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거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 보현 님은 최대한 텍스트로 풀어쓰는 방법을 선택하셨군요.
 
디자이너와 협업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네가 쓰는 툴과 용어에 대해 잘 몰라. 그렇지만 최대한 근접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텍스트로 자세히 설명해볼게. 나는 이런 레퍼런스를 참고해서 만들었으면 좋겠어. 이 레퍼런스는 이런 부분 때문에 좋고, 이거는 이래서 좋은데 네가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맞아?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해줬으면 좋겠고, 시도해 볼 만한 게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어.'
 
 
주니어 입장에서 이렇게 말해주는 기획자가 있다면 '곧바로 해오겠습니다'예요. 커뮤니케이션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똑같은 돈과 시간을 들였을 때 더 많은 도움을 받을 방법을 고민해야 했어요. 결국, 답은 '관계'더라고요.

사회생활 연차가 쌓이면서 관계 맺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관계는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고,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해결되지도 않아서요. 내가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이고, 왜 너를 통해 이 도움을 꼭 받아야 하는지 공을 들여 설명할 때 관계가 잘 풀리더라고요.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내가 마치 답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거요"내가 이런 고민이 있는데, 네가 해결해줄 수 있을 거 같아.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거죠.
 
 
기획자로서 답을 던지는 게 아니라, 고민을 던지는군요. 그런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아는 것과 실제로 도움을 받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내게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활용하세요? 혹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부분도 있나요?
 
저는 사람 관계에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권하는 사람이나 서비스는 다 좋게 느껴진다는 거요.
제가 A라는 디자이너와 친분이 있다고 가정해봐요. 디자인에 관한 고민이 있을 때 A에게 먼저 물어보겠죠? 물론 저도 제 고민에 A100% 적합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요. 그런데 A는 내 고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면서 '이 사람은 어때?''이런 방법도 있어'하며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주기도 한단 말이죠.
 
저는 저와 1차로 관계를 맺고 있는 구심점들을 소중하게 여겨요. 그들이 내 고민에 100% 적합하지 않더라도,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해줄 거라 믿고 조언을 구하지요.
한 번 도움을 받으면 그 사람도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생기거든요? 그럼 저도 발 벗고 도와줘요. 관심 없고 상관없는 분야일지라도 적립해두는 느낌으로요.
 
 
도움을 적립한다니. 재밌는 표현이네요.
 
앞선 질문에 마저 대답하자면, 관계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적으로 접근해야지요. 사람이 전부 자산이에요. 그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자산이고, 활용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선이죠.

그래서 상대방의 고민과 관심사에 귀를 기울여요.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을 빨리 찾아야 하니까!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니까요.

 

박보현의 노션 포트폴리오. 커리어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인만큼,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기획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프로젝트 별로 맡은 역할과 성과를 간단히 적고 자세한 내용은 링크로 연결했다. 적절한 code 활용과 레이아웃 구성이 돋보인다.


JD*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
Job Description, 직무 기술

<프로 N잡(JOB)도전기>라는 글이 인상 깊었어요. 2019년 한 해에만 칼럼니스트유튜브 기획자커뮤니티 운영자헤드 헌터웹 기획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셨더라고요어쩌다가 N잡에 도전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2018년에 스타트업을 퇴사하고 잠시 방황했어요지금까지 뭐 했냐고 물어보면 많은 걸 했는데일반 이력서에 쓸 내용이 없었거든요딱 한 가지 전문적인 역량으로 나를 설명하기엔 아쉬움이 많았어요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몸과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도 찾아야 했고요.

그래서 2019년 한 해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했어요사실 할 줄 알아서 시작한 일은 하나도 없었어요그저 기회가 왔을 때 나를 믿고 도전했지요.
그 과정에서 퍼블리에 <회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는 콘텐츠도 올렸고독서 모임 <19호실로 간 여자들>도 직접 운영했지요.
 
 
프로N잡러에 도전하고 무엇을 얻었나요?
 
크고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통해 '이건 이런 재미가 있구나이건 재미는 있지만돈은 안 되는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어요지속해 나갈 프로젝트도 생겼고요.

또 원하는 일 방식을 찾을 수 있었어요. 루틴하게 돌아가는 일로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면서남는 시간적 여유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쏟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지요.
 
 
영상커뮤니티웹 기획… 다양한 분야를 망라했어요그런데 할 줄 알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고기회가 왔을 때 믿고 도전한 것뿐이라고요?
 
실패가 디폴트 값이라 생각하거든요. 일을 시작하면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을 얻었거나돈을 얻었거나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얻었다면 플러스가 되는 경험인 거죠.
실패는 당연하니까 실패해도 상관이 없어요그런데 성공하면너무 기쁘고 좋은 거죠복권에 당첨된 것처럼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해요.
내가 해왔던 일들이 나를 말해주니까요.

마인드셋이 놀라워요게다가 그 경험을 전부 노션으로 기록하고 있다고요.
 
노션이 없었을 때는 PPT로 관리했어요포트폴리오는 첫 직장에 있을 때부터 쭉 써왔거든요내가 이런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기 때문이에요.
 
 
상당히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요한눈에 잘 들어오도록 공을 들인 티가 나요.
 
처음에는 워드로만 정리했었어요그러다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무엇에게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지요디자이너는 자기가 한 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잖아요이해가 쏙쏙 되더라고요그때부터 저도 시각적인 요소들을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어요이미지도 붙이고설명 문구도 다듬어가면서요.

핵심은 '내 일을 어떻게 표현할까?'예요. 똑같은 이력도 직무에 따라 표현을 다르게 할 수 있지요기획자로도, PR 매니저로도브랜드 마케터로도 제 나름대로 바꿔보고 있어요때마다 더 잘 보여야 하는 역량이 다르니까요.
 
 
잘 표현하기 위한 보현 님의 노하우가 궁금해지네요.
 
'내가 이걸 왜 했는지이유와 '프로젝트 이후 내가 얻은 것성과를 정리하는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매우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어요성과도 정량적 성과와 정성적 성과로 나누어서 작성하고요.

콘텐츠 기획을 예로 들자면 몇 개를 만들었고, view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량적으로 보여주고어떻게 콘텐츠 플로우를 짰는지 정성적인 변화를 기록하는 거죠정성적인 성과로 무엇을 기록하느냐가 중요한데그게 결국 나만의 노하우가 되기 때문이에요.
 
 
정성적인 변화가 나만의 노하우다.
 
포트폴리오 뿐 아니라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예요저는 직접 질문을 만들어서 쓰기도 했어요. '성장 경험', '장단점같은 뻔한 질문이 아니라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로 내용을 구성해서 저만의 자기소개서를 만들었지요.

제 방식이 받아들여지면 저와 맞는 기업이라 생각했어요서류부터 안 맞으면 아무리 좋은 조직이라도 일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고요질문도 답변도 만들어 가면서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을 찾아간 거죠.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한 것부터 그 기록을 가장 최적화된 방식으로 남기기까지일련의 활동이 '박보현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과정으로 느껴져요.
 
저는 제가 JD에 적힌 대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그렇기 때문에 JD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해요셀프브랜딩의 관점을 떠나서나의 서사를 기록하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거든요내가 해왔던 일들이 나를 말해주니까요.
자서전 쓰기와 똑같아요대기업 총수들이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잖아요우리는 누군가 써주지 않으니까 내가 써나가야지요.


"잘된 일도 있고 어디 말하기 쑥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현재의 나를 만드는 경험이 되었다." 프로N잡러에 도전했던 2019년을 회고하며 박보현은 기록했다. 텍스트로 남은 여정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박보현 만의 서사가 되었다. 각각의 도전에 관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브런치를 방문해보길. 주소는 여기.


느긋하고 단단한 '글자생활자'의 일과 삶 
'글자생활자'를 이상적 자아라 말씀하셨지만그 안에 보현 님의 일과 삶이 다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자생활자'라는 키워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초등학교 4학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교내지에 글이 실린 적이 있었거든요여름방학 때 일을 쓴 글이었는데내 글이 실렸다는 사실이 너무 좋고 기뻤던 거로 기억해요그때부터 글 쓰는 일을 마음에 품었지요.
이공계를 전공하게 된 후로 글 쓰는 일과 멀어졌거든요할 수 있는 거라곤 실험 노트를 예쁘게 쓰는 정도였어요무척 혼났어요실험 노트 쓸데없이 예쁘게 쓴다고요실험은 값이 중요하지 왜 이렇게 형식에 연연하냐는 소리를 들었지요.

그러다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사내 개인 블로그를 운영했어요엔지니어의 삶에 관한 글을 연재했는데그룹에서 모니터링을 하더니 몇 번 게재하더라고요매뉴얼에 맞춰 일하는 것보다 글 쓰는 일이 더 재밌었어요마침 임직원 기자단을 뽑기에 지원했고본격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기 시작했죠.
그 후로 쭉 홍보와 커뮤니케이션 관련 기획을 해왔어요보도자료를 내기도 하고브랜디드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하면서요뿐만 아니라 내 일상을 칼럼으로 연재하기도 했고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를 글로 정리하기도 했지요.
 
 
생활 전반이 텍스트로 남았군요.
 
기록하고 남기고 생각을 공유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마음이 보현 님의 콘텐츠에 드러나더라고요. <나이 든 반려견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9가지 질문>과 <초보엄마 볼리의 DOG박육아>는 특히나 일상에서 시작된 듯한 콘텐츠예요.
 
사실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콘텐츠는 아니에요우연히 기회가 왔고그것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제 일상을 콘텐츠로 풀어낼 수 있었어요.

<나이 든 반려견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9가지 질문>은 당시 일하던 스타트업이 관련 서비스를 다뤘거든요그래서 페르소나를 저에게 맞춘 콘텐츠였어요제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니까요. <초보엄마 볼리의 DOG박육아>는 원래 주부의 삶에 대한 콘텐츠를 의뢰받았는데주부로서의 전문성은 자신 없었기 때문에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아이와 개를 함께 키우는 일상에 대해 연재했지요.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뭐가 궁금할까내가 만약 이 서비스의 주체라면 무엇을 알려야 할까를 고민하며 써왔어요지금 가장 떠오르는 이슈를 시의성에 있게 쓰는 것도 즐기면서요.
 
 
'글자생활자'는 커리어와 관계없이 쭉 가져가고 싶은 자아니까요.
저를 다독이는 의미에서 '한가로운'이라는 말을 붙였어요.


글자생활자 라는 말 앞에 '한가로운'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더라고요. '한가로운글자생활자는 어떤 의미인가요?
 
글자 생활을 강박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예요예전에는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1년에 책을 100권씩 읽는 프로젝트를 했었어요목표를 달성하려고 강압적으로 책을 읽었죠무려 3년씩이나 했고요. 20대를 돌아보면 항상 그렇게 불안하고 초조하게 저를 밀어붙였었죠.

이제는 마음을 달리 먹었어요책 읽는 속도나 방식을 나에게 맞추려고요아이를 낳은 후로 물리적인 시간도 많이 줄었잖아요그러니 더 여유롭게압박받지 말자는 의미에서요글자생활자는 커리어와 관계없이 쭉 가져가고 싶은 자아니까요. 저를 다독이는 의미에서 '한가로운'이라는 말을 붙였어요.
 
 
'느긋하고 단단하게살고 싶은 마음과 연결되는 거 같아요.
 
맞아요이제는 바쁘게 무언가를 해치우기보단 충분히 고민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려고요엄마로서 역할도 해야 하니까 나를 저해하지 않을 정도로 일을 하려 해요균형을 생각하면서요.
 
 
보현 님이 원하는 균형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거창한 프로젝트를 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거든요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닮고 싶고배우고 싶긴 한데 그 안에서 일상이 무너지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건강 관리를 잘못하거나가족과의 관계를 유지 못 하거나작은 취미조차 발견하지 못 하는 식으로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내가 저걸 원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저는 일상을 소중히 지키면서 원하는 바를 차분하게 해결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원하는 바를 해결해나가는 사람.' 느긋하고 단단한 글자생활자는 그런 사람이로군요.
 
나중에 제 아들에게 "엄마처럼 무언가 해보고 싶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목표예요. 저는 어렸을 때 좋은 멘토를 못 찾았거든요털어놓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고민한 세월이 길었고가족이 아닌 친구나 선배들에게 도움을 얻었어요.

사실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타인이니까요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그래서 더 실패가 '디폴트'라는 생각을 해왔고요하지만 제 아들에게만큼은 좀 더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배움이든 놀이든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나는 이게 좋던데 너는 어때?' 하고 물어보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기획안을 써보면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이 보여요
지금 시점에서 고민이 있다면?

두 가지 고민이 있어요첫 번째는 '지금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이슈를 어떻게 풀어나갈까'예요인생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인데개개인은 지식이 적고 경험이 부족하단 말이죠플랫폼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나는 무엇을 기획하면 좋을까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어요재무적인 성과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고민의 결과가 나오기만 해도 좋을 거 같아요.

두 번째는 '어떤 교육관으로 아이를 키워야 할까'예요주변 사람들과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달라서 저만의 기준을 세울 필요를 느꼈거든요저는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걸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이를 위해 어떤 가이드를 해주면 좋을지가 고민입니다.
 

앞으로 박보현은 어떻게 ''이라는 걸 해나가게 될까요?
 
프로젝트화 하면서 해나가지 않을까요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기고솔루션이 떠올랐을 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꼭 직장에 소속해서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요.
 

하고 싶은 일을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기획안을 쓰는 연습을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이건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목적. '언제까지 해야 하지?' 기간. '어떻게 할 수 있지?' 방안. '뭐부터 해야 하지?' 우선순위그리고 돈과 사람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하나하나 써나가다 보면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이 보이거든요.

계속 텍스트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세요그러다 보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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