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사람
메타를 지금의 빅테크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메타의 COO(최고 운영 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가 올해 가을에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셰릴 샌드버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영자'로도 압축되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고, 뛰어난 경영자의 역할, 그리고 그가 업계에 끼친 영향 등은 늘 주목받아 왔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큰 테크 회사 중 하나를 만들면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온 그가 어떤 비즈니스를 만들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명과 암을 포함한 레거시는 무엇인지를 짚어볼게요.
[빅테크] #광고사업모델 #페이스북성장의일등공신
셰릴 샌드버그는 무엇을 바꿨나?
페이스북의 창업 초기와 공동 창업자들 간의 갈등을 주요 스토리로 엮은 영화 <소셜네트워크>는 마크 저커버그가 어떻게 페이스북을 창업하게 되었고, 수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는 과정도 보여주죠. 여전히 '무료 서비스로 사용자를 모으고, 이를 베이스로 수익을 낼 방법을 찾아라'로 귀결되는 테크 스타트업 성장 공식의 표본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마크 저커버그와 초기 멤버들은 페이스북이라는 프로덕트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금새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지만, 그에 맞는 수익 모델을 제대로 찾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셰릴 샌드버그가 2008년에 합류할 당시 페이스북의 연간 매출은 2억 7200만 달러(약 3400억 원)에 불과했고, 순손실 56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기록하고 있었어요. 당시 직원은 수백 명에 불과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연간 1180억 달러(약 148조 원)의 매출에 순이익 390억 달러(약 49조 원)를 올리는 기업이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 기업이자, 가장 큰 테크 기업 중 하나인 '빅테크'가 되었죠.

COO이자 회사의 '넘버 투'로 합류한 셰릴 샌드버그는 마크 저커버그가 전담하는 프로덕트 분야를 제외한 모든 일을 맡았고, 가장 먼저 수많은 개인과 중소 규모 사업자들이 이용하는 광고 사업을 다듬는 작업에 착수했어요. 그리고 페이스북의 수익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받죠. 온전히 숫자로 역량을 평가 받는다면 셰릴 샌드버그만큼의 역량과 영향력을 보여준 인물은 빅테크 중에서도 찾기 쉽지 않죠.

페이스북의 주주들은 셰릴 샌드버그의 합류를 천운으로 여겼다고 전해지는데요. 엄청난 수익을 내는 사업을 만든 그의 실력뿐만 아니라 다듬어지지 않은 '테크 브로(Tech Bro)' 문화의 페이스북을 성숙한 기업으로 이끌어가는 역할도 했기 때문이에요. 당시 많은 미디어는 그를 페이스북의 "adult in the room(회의실 안의 유일한 어른)"이라고 표현했어요.
샌드버그는 밝은 이미지의 페이스북도 이끌어왔죠. 좋은 시절과 안 좋은 시절, 페이스북이 지금의 빅테크로 성장하는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 시대의 대표적인 경영자라고 평가할 수 있어요.
밝은 면: 비즈니스 모델의 역사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사업은 디지털 시대 비즈니스 모델의 표본이고, 비즈니스 전략의 역사가 이미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셰릴 샌드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광고 사업을 운영하는 두 기업 모두의 광고 사업을 책임진 인물이에요. 페이스북에 합류하기 전엔 7년 동안 구글에서 일하면서 구글의 광고 세일즈 사업을 다듬고 폭발적인 성장의 기틀을 만들었어요. 2008년에는 아직 디지털 광고 사업이 크지 않던 시절이에요. 이제 막 플랫폼을 통한 광고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던 시기였죠.

당시 광고 시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TV와 신문 그리고 라디오는 디지털 광고로 인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제대로 예상을 못 하던 시기였고, 디지털의 파급력은 아직 이들에게 무시되던 시기였죠. 하지만 이들의 존재마저 위협한 비즈니스 모델을 당시 돈은 크게 벌지 못하던 '인터넷 기업'이던 구글과 페이스북은 차근히 하지만 치열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에요. 

당시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미디어의 사용자와 그들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타겟'이 가능하던 광고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이나 작은 가게도 쉽게 광고를 집행하고 수많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에요. 이 과정을 총괄한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광고 사업을 중소 규모 사업자를 위한 쉬운 툴과 교육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었고요. 이는 페이스북의 광고 사업이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죠.

큰돈을 들여 신문에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집행한 광고의 세세한 성과까지 알려주는 이 제품은 시장을 아예 바꿔버렸어요. 디지털 광고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일이 되었고, 적은 돈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 되어 큰 규모의 사업자들도 모두 사용하기 시작했죠. 디지털 광고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진화하면서 진행한 수백 개의 사업 이니셔티브를 샌드버그는 이끌었죠.

동네의 작은 상점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까지 사용하는 광고 툴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이 과정에서 파생한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 광고는 모두 지금의 광고 산업을 만들었어요.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사업은 세상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가장 성공적인 사업 모델이기도 하고, 이 두 거대 테크 기업을 이끄는 엔진이자 연료이고요. 

어두운 면: 광고 수익 머신의 영향
샌드버그는 2012년에 페이스북이 기업공개를 하고, 2013년에 낸 책 <린 인(Lean In)>으로 여성 경영자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어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테크 섹터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의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그의 모습은 여성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죠.

하지만 그가 구축한 광고 사업은 사용자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죠.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정밀한 타게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머신'은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정부와 기관 등에 의해 악용되기도 했고, 결국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악용되었다는 사실이 2018년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을 통해 알려졌고요.

정치 컨설팀 펌인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8700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사용했다고 폭로되기도 했죠. 이 사건 이후 페이스북에 대한 이미지는 악화일로를 계속 걸어왔고, 그들의 개인 정보에 기반한 알고리듬은 이후에 전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는 논란이 만들어지는 기초가 되었죠. 

인게이지먼트를 극대화하는 알고리듬과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업 모델은 분명 '혁신적'이었다고도 평가받았지만, 증오의 목소리를 증폭하고 거짓 정보와 음모론의 무분별한 확산은 사회에 큰 해악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아요. 구글과 페이스북 모두 무섭게 정확한 타게팅을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었고, 광고 사업 모델을 차용한 기업들 모두가 이를 따라했죠.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였고, 샌드버그를 마크 저커버그에게 추천했던 로저 맥나미(Roger McNamee)는 셰릴 샌드버그의 퇴진 소식이 나온 이후 타임지 기고를 통해 마크 저커버그와 샌드버그가 사업 모델의 위험성을 경고한 자신의 목소리를 무시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샌드버그는 COO로 활동을 해왔다는 점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어요. (참고로 로저 맥나미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도 오르며 화제가 되었던 <마크 저커버그의 배신(Zucked: Waking up the Facebook catastrophe)>라는 책을 쓰기도 했어요.)

지금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한 책임은 마크 저커버그만큼이나 샌드버그에게도 있다는 평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요.
2012년 페이스북은 기업공개를 했고, 디지털 광고 시장을 집어삼키며 가장 성공적인 테크 회사로 성장해 가고 있었죠. 2013년엔 타임지 표지도 장식했고요. 린인은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책이기도 해요.
큰 레거시를 남긴 채 떠나지만
올해 구글과 유튜브를 모두 소유한 (지금의) 알파벳은 광고 사업 수익으로만 1748억 달러(약 219조 원)를 넘게 올릴 것으로 예상돼요. 애플 아이폰의 바뀐 개인정보보호 정책으로 100억 달러(약 12조 5000억 원)가량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드디어 큰 위기에 봉착했다고 분석되지만 (지금의) 메타도 여전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1291억 달러(약 162조 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이들 다음으로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광고 사업 매출은 각각 410~420억 달러(약 51조~53조 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요.

디지털 광고 사업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이 둘이 만든 수익 머신이 쌓은 견고한 벽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은 단기간 내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요. 갑자기 전 세계 사람들이 구글을 통해서 검색을 그치지 않는 한, 유튜브를 시청하지 않는 한, (물론 사용자가 하락하는 현상도 보였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지 않는 한 무너지기 힘든 비즈니스를 만든 것이죠.

다만 이제 광고 사업도 이전처럼 막대한 개인 정보를 활용해 누구에게나 정밀한 타게팅 광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환경으로 변하고 있어요. 이제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는 단계에 있죠. 그리고 이 새로운 환경은 메타에게 큰 불확실성을 안겨주고요. 앞으로 메타가 아마존과 틱톡을 비롯해 애플 등에게 광고 수익을 빼앗기는 비율은 어쨌든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물론 메타는 새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 인터넷의 미래를 대비하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중이죠.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을 넘어서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고 판단되고요. 하지만 메타버스로 귀결된 새로운 사업의 제품들을 수익화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고요.

셰릴 샌드버그가 물러나는 것에 대한 분석은 이 부분에서 엇갈리기도 해요. 메타가 그리려는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술이 기반이 되는 사업과 메타버스를 구현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 사업이 계속 진화하고 성장해야 해요. 그리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줄 사람이 셰릴 샌드버그 말고 또 누가 있냐는 것이 한 편의 이야기에요.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임이 갑작스러운 발표이긴 해도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두고 잡음이 일며 저커버그와 샌드버그의 사이는 멀어지기 시작했고) 이미 오랜 기간 서서히 준비되어왔다고도 전하고 있죠. 샌드버그는 메타가 그리는 메타버스의 수익 모델을 찾는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일찍이 내렸다고 하고요. 

샌드버그는 메타의 이사회에 남아있을 예정이에요. 그의 커리어와 역량을 고려하면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다른 대기업의 CEO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는데요. 비즈니스 세계의 누구보다 증명된 커리어를 만들어왔기에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자신의 '레거시'를 이어가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페이스북 그리고 메타를 이끌며 그가 남긴 사업의 명과 암은 앞으로도 계속 조명될 것으로 보이고요.
요즘 커피팟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늘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2


구독자 정보 혹은 구독 상태 변경을 원하신다면
구독 정보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