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독립언론' <시사IN>의 자존심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사진팀 신선영입니다



님은 하루에 몇 장의 사진을 보시나요? 비장애인이 하루 동안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 가운데 80%는 시각 정보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만큼 시각 정보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사실 저도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 전까지 본 것을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시각 정보가 부유하니까요. 제가 선택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하루 동안 수많은 이미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직업병(?) 때문인지 뉴스 사진을 볼 때는 신중한 편입니다. 특정 사안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뉴스 사진은 무게감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8일, 수도권에 퍼부은 폭우로 일가족 세 명이 신림동 반지하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사고가 난 집(B1호)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갔습니다. 취재 이틀째, 지하에 물이 빠지고 복구 작업이 한 창인 곳에서 옆집(B2)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에 창문 밖으로 세 딸을 구해낸 아버지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관련 기사ㅣ반지하 침수, 못 짓게하면 그만? 대책없는 서울시).

그날 저녁 한 포털에 걸린 <OO일보>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커먼 물 위에 아이들이 쓰는 필기구와 인형들이 떠 있는 처참한 모습이 담긴 사진 기사였습니다. 워낙 충격적이라서 취재 첫날 저도 찍어두긴 했지만, 사고가 난 집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사로 내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는 목숨을 잃은 일가족의 집인 것처럼 사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속보와 클릭 수 경쟁 때문일까요. 아무리 거대한 언론사라 해도 정확한 기사를 생산해내지는 못합니다. 현장에 가 본 적 없는 누군가에게 직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뉴스 사진을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그 기사를 보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진기자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는 것만 기록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본 것만 보여드릴 수가 있습니다. 저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과연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담았는지, 이미 이슈가 된 후에 독자들에게 전달됐을 때 다른 시각이 담겨있을지 고민합니다. 문장을 다듬고 수정하듯 지면에 포함될 ‘한 장’에 진중한 편입니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의 눈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저는 시사IN 일원으로 숙원 사업이던(?) 일을 해냈습니다. 시사IN 전체 직원의 프로필 사진을 찍는 일이었습니다. 늘 회사 밖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던 제가 입사 9년 만에 처음으로 편집국 뿐만 아니라 전 직원의 얼굴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매주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닿기까지 시사IN에 소속된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저의 숙원 사업은 마무리됐지만, 그 얼굴들을 종종 생각합니다. 저도 묵묵하게, 다음 주에도 현장에 있겠습니다.

             2022년 8월
신선영 드림



🗞️ 신선영 기자의 기사들
  • 퇴역 경주마를 태운 트럭은 10분 후 빈차로 나왔다 올해는 한국 경마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퇴역 경주마의 삶은 100년 동안 나아졌을까요?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제주도에서는 퇴역 경주마 복지를 촉구하는 행진이 이어집니다. 김남훈 씨가 만든 전국 최초 말 생추어리(sanctuary)도 다녀왔습니다.
  • 나는 햄버거를 주문한다, 대답 없는 유리벽 앞에서 장애인을 위한 무인 단말기(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내년 1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키오스크는 장애인들에게는 유리 벽 같은 존재입니다.
  • 오피스텔에 자리 내주는 보수동 책방 골목 올해 5월, 오피스텔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던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의 한 서점주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건물주가 개발을 포기하고 ‘상생형 리모델링’을 결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근 학생들과 시민들,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준 지자체, 큰 결심을 내린 건물주 덕분에 재개발로 사라질 뻔했던 ‘미래 유산’이 지켜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7시, 생방송이 시작하면 동접자 숫자, 올라오는 댓글에 마음이 쓰이곤 합니다. 이렇게까지 '성과'가 숫자로, 바로바로 보이는 일은 처음이라 자주 마음의 무릎이 꺾이고 휘청입니다. 주간지 기자로 오래 살아온 저희에게는 언제나 '일주일'이라는 유예가 있었거든요. 다음주면 어느덧 우당탕탕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지도 두 달째가 됩니다. (관련 기사ㅣ방송을 시작하며 세운 목표 두 가지) 정치가 하는 일은 크고 작게, 하지만 반드시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곤 합니다. 〈정치왜그래?〉는 순하고 담백하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시사IN 유튜브에서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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