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먹이 식물인 꽃
벌들은 먹이를 찾아 300미터에서 1킬로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먹이를 찾아 헤매는 벌들을 위해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꽃 즉, 밀원식물은 특정한 1~2종을 심기보다는 계절별로 연속하여 개화하도록 다양하게 선정하여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른 봄 막 깨어난 벌들은 매우 약하고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이므로 이른 봄꽃을 배치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가을에 미리 심어 월동을 시키는 추식구근류가 이른 봄꽃을 보기에 적절한 식물입니다. 크로커스, 무스카리, 알리움 등은 벌들이 좋아하는 꽃을 피웁니다.
원예종으로 개량된 화려환 겹꽃은 벌들이 꽃가루와 꿀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홑꽃 식물을 심는 것이 좋습니다. 야생벌 중에 긴 혀를 가진 벌들을 위해서는 합판화군의 고깔 모양의 꽃들을 심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캄파눌라, 폭스글로브, 인동덩굴, 펜스테몬, 금어초와 같은 정원식물들입니다.
영국의 왕립원예협회 (RHS)는 정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Pollinator(꽃가루 매개자)를 위한 식물을 검색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원식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폴리네이터'를 위한 식물 로고도 제공하고 있어 소비자가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관목, 원예용 식물, 야생화 등의 카테고리 및 개화 시기별로 검색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RHS 식물 검색
생태적 정원을 만들 때 참고할 수 있는 정원식물 정보는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가이드북에 담을 예정입니다.
2. 은신처무리 지어 생활하는 사회성 벌과 달리 혼자 생활하는 단독생활 벌(solitary bee)은 죽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숨거나 나뭇잎, 진흙 등으로 돌 틈, 처마 밑 등에 집을 짓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 자생종 벌의 70%는 땅속에 은신처를 마련합니다. 그러니 정원에 일부 구간은 흙이 노출되게끔 놔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잔디, 디딤석, 콘크리트 등으로 지표면을 마감하지 않거나 멀칭(화단에 풀을 억제하고 토양의 습도를 조절하는 목적으로 흙을 특정 자재로 덮어두는 것)조차도 하지 않는 구역을 만드세요. 정원 전체를 그렇게 만들 필요는 없고 일부 구역을 남겨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때로는 정원에서 죽은 나무를 서둘러 베어내 치우기보다 놔둔다면 수많은 작은 생명들의 은신처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죽은 나무가 넘어짐의 우려가 있다면 베어서 한편에 쌓아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원을 관리하면서 나온 돌 무더기도 벌을 위한 구역에 쌓아두면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한편 벌이 외부에서 활동하며 우리 눈에 띄는 시기 외의 기간에도 벌은 집 안에서 동면 중이거나 성충이 되기 위해 성장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집안에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방해하지 말고 특히 정원에서 살충제 사용은 금물입니다. 벌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야생동물의 생존에는 물이 필요하듯 벌도 마찬가지입니다. 벌은 의외로 깨끗한 물보다 배수로에 고인 더러운 물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원에서 벌에게 물을 제공하는 방법은 얕은 접시에 자갈을 깔고 물을 얕게 채워두기만 하면 됩니다. 대신 물에 모기가 알을 낳지 않게 자주 갈아주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