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김지영 개인전 《빛과 숨의 온도》는 외관상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모더니즘 추상회화를 닮은 그림이 화이트큐브에 걸려 있습니다. 중앙에는 관객이 앉을 수 있는 하얀 의자가 놓여있고요. 마치 관객에게 명상을 요청하는 마크 로스코의 회화 전시장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이 회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실 정반대의 것이었어요. QR코드로 접속하여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 《빛과 숨의 온도》는 해가 뜨고 지는 바다의 모습을 담은 영상입니다. 인천에서 팽목항까지 서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촬영한 바다의 모습을 보면서, 이 회화가 결코 텅 빈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님을 관객은 알 수 있게 됩니다. 촛불의 붉은 빛을 그린 회화는 결국 사회적 메타포로서 그 의미를 발화하고, 관객은 그 앞에서 내면으로 침잠하는 대신에 사회적 의미를 상기할 것을 요구 받게 됩니다.

《수행하는 회화》와 《빛과 숨의 온도》는 어쩌면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아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동시대 회화의 다양한 경향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