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쇼퍼 노경환 대표는 은퇴 후, 20년 호텔리어 경력을 바탕으로 결혼식 날 신랑신부를 에스코트하는 고품격 운전기사 웨딩쇼퍼 직업을 만들었다. 은퇴 후, 많은 시니어들이 재취업이나 창업을 도전하지만 경력단절과 나이의 한계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다. 노경환 대표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을 찾아 자신의 재능과 특기를 살려 창직에 성공해 은퇴한 시니어들과 함께 인생 2막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Q. '더쇼퍼'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35년간 직장과 사업을 넘나들며 63살에 은퇴했다. 처음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당한 수입과 활동이 없으니 앞으로의 삶이 공포로 다가왔다. 결국 재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대리운전 하는 친구를 따라 대리운전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러나 수입은 변변치 못하고 간혹 취객으로부터 받는 상처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만 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 호텔식 대리운전서비스를 해보았다. 깔끔한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나가니 고객들의 시선, 관심, 대우 모두가 달라졌다. 칭찬과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 날 아침 새벽에 아들이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나갔다. 우리 때는 부모님과 주변의 도움으로 주인공으로 대접받았던 기억만 있는데 요즘 결혼 문화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들 말에 의하면 내 문제로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는 것은 큰 결례로써 가까운 친구일수록 함부로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아들의 말에 공감이 갔다. 인생 선배인 은퇴 세대가 인생 후배인 청년들에게 결혼식 날 웨딩카 로드매니저가 되어 주는 세대 상생 아이템이 떠올랐다. 그리고 더쇼퍼를 설립하게 되었다.

Q. 웨딩쇼퍼를 이용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후기가 굉장히 좋다고 들었다.

A. 고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12시 결혼식이라고 하면 새벽 4시나 5시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잠도 설친 상태에 공복이다. 챙길 짐도 많아 허둥지둥 헤어샵으로 이동해 꽃단장을 하고 웨딩홀로 간다. 그리고 정신없이 결혼식을 치루게 된다. 이렇게 결혼식 주인공들은 설렘과 떨림도 있지만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로 힘들어 한다. 그런데 웨딩쇼퍼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엔 달라진다. 새벽부터 주인공과 함께 이동하면서 편안함과 안전을 보장한다. 긴장감을 풀어주는 센스에 짐 챙김까지 완벽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니 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Q. 웨딩쇼퍼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선발 기준이 궁금하다.

A. 첫째, 서비스 마인드다. 기본적으로 서비스 마인드가 없으면 교육시킨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고객 입장에서 결혼식 끝나고 긴장이 풀어져 쉬고 싶은데 기사가 자꾸 말을 시키면 귀찮지 않겠나. 말을 편하게 잘한다고 서비스가 좋은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상대의 기분을 알고, 상대의 감정을 컨트롤 할 줄 아는게 필요하다.

둘째, 의식이다. 웨딩쇼퍼는 밥벌이보다는 일과 활동을 목적으로 접근하기를 요구한다. 웨딩쇼퍼를 통해 일과 활동을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셋째, 사회적가치 실현이다. 일을 통해서 용돈벌이도 하지만 건강도 챙기고 자신감도 회복한다. 그러면서 은퇴 전에 받았던 사회적 혜택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다. 내가 과거에 받았던걸 젊은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얹혀주고 가르쳐주고 보태주는 것에 긍지를 가지는게 필요하다.

Q. 코로나 19로 인해 2년 사이에 결혼식을 연기하는 예비부부가 많아졌을 것 같다. 이로 인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나?

A. 코로나 전에는 매주 10여건의 커플을 수행했다. 코로나 이후는 70% 이상 감소하여 매주 서너 건도 안 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도 행운이 찾아왔다. 코로나 여파로 헌혈하는 사람이 없어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을 때, 현대자동차그룹과 대한적십자사가 해결에 나섰다. 헌혈 신청자를 대상으로 집과 직장에서 혈액원까지 방역 안전과 고품격 이동서비스 제공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이다. 그에 걸맞는 드라이버를 찾고 있을 때, 우리가 맡아서 하게 되었다. 헌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뜻깊은 사회공헌 활동을 함과 동시에 일거리가 생겼다.

또 우리 서비스 중에 웰케어쇼퍼가 있다.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집에서 병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는 운전 대행 서비스다. 요즘은 자식들이 부모 부양을 다 하기 힘들지 않나. 우리 세대가 윗 선배들을 보살펴주는 돌봄을 함께 하는거다.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공식 유튜브

Q. 일반적으로 시니어들이 많이 하는 재취업이나 창업이 아닌 창직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A. 은퇴 후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재취업이다. 그러나 재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사회는 은퇴자가 비집고 들어갈만한 빈자리를 많이 만들어 놓지 않았다. 재취업은 주로 아파트 경비직, 빌딩 관리직 등 시설관리직이 많다. 더러는 재취업이 가능한 기술을 습득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미 재취업 나이 커트라인을 넘겨 그야말로 갈 곳이 없었다.

창업은 나이 리스크가 있어서 하기 어렵다. 쓰러지면 재기할 방법이 없으니 많은 돈이 들어가는 창업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었다. 더군다나 직업은 만들면 다른 사람하고 공유하고 나눠가질 수 있어서 좋다. 나만이 아닌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건 직업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Q. 창직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관심과 관찰 그리고 해결 노력이다. 사람들이 필요한 것, 아쉬운 것,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갖고 관찰해 해결하는 것이 창직인 것 같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결혼식 주인공 신랑신부의 결혼식 이동서비스는 꼭 필요한데 시장에서 제공되는 상품이 없었다. 그래서 상품을 만든 것이다. 결국 사람이 필요한 것을 해결하고자 접근하다보니 창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Q.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시니어와 중장년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A. 은퇴 전에 누렸던 권위에서 벗어나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특기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눠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우리의 전반기 인생은 격변기 산업사회의 주역으로서 고생과 역경도 많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누린 혜택이 더 많다. 인생 2막은 과거에 누렸던 혜택을 어떻게 돌려줄지 연구하다보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시장도 보일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가치공유에 적극적 관심과 실천방안을 연구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세대상생이 가능한 웨딩쇼퍼와 같은 틈새시장 상품도 벤치마킹 해보면 좋겠다.

Q. '더쇼퍼'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A. 은퇴 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다. 더쇼퍼를 통해서 은퇴가 두렵지 않고 인생 2막을 출발하는 변곡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웨딩쇼퍼와 함께 앞서 언급한 헌혈과 같은 기업 CSR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건 자동차 공유 서비스이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24시간 가능하다면 돌봄이나 우리 동네의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또 하나는 국민안심이동서비스이다. 우리나라의 교통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드라이버들의 품격을 상향시키기 위한 교육과 인식의 개선도 이루고자 한다.

글ㅣ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