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한 적 없는 초초강력 ‘6등급’ 태풍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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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9.16. 오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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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존 최고 5등급보다 높은 열대폭풍 가능성

높아진 해수 온도, 늘어난 수증기 증발량 때문

시속 320㎞ 이상 풍속…토네이도 위력과 같아

이미 6등급 준하는 열대성 저기압 폭풍 관측

미, 허리케인 플로렌스로 13명 사망, 1000㎜ 물폭탄

태풍 망쿳은 필리핀서 30명 희생시킨 뒤 홍콩 덮쳐



2015년 10월 발생한 허리케인 패트리샤를 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모습. 패트리샤는 최대 풍속 346㎞를 기록해, 서반구에서 발생한 열대성저기압 폭풍들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기록됐다. 사진 출처: NASA
미국 동부를 마비시킨 플로렌스는 4등급, 필리핀을 쓸어버린 망쿳은 5등급. 몇십년 만에 출현한 이런 초대형 열대성저기압 폭풍보다도 강력한 ‘6등급’ 폭풍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음울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현재 열대성저기압 폭풍의 등급은 카리브해를 덮치는 허리케인 기준으로 5등급이 최고다. 이번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총 1000㎜의 비를 퍼부을 것으로 보이는 플로렌스는 미국 본토에 상륙하기 전까지 4등급이었다. 시속 210~249㎞의 풍속을 지닌 4등급 허리케인이 미국 본토에 접근한 것은 195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이보다 한 등급 높은 5등급 허리케인은 평균 풍속이 250㎞다. 5등급 허리케인은 뉴욕이나 뉴올리언스 등 대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기상학자와 과학자들은 이제 5등급보다 센 6등급 폭풍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15일 보도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상정할 필요가 없었던 평균 풍속 320㎞(200마일)이 넘는 6등급 폭풍은 그 경로상의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따뜻해지는 바닷물과 더 많은 수증기 증발은 6등급 폭풍 발생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한 세대 전보다도 5~8% 많은 수증기가 증발해 대기에 존재하고 있다. 이는 대양의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기온 상승과 맞물려 전례 없는 초대형 열대성저기압 폭풍을 만들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위 있는 미국 기상학자인 제프 매스터는 2016년 7월부터 6등급 폭풍 발생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매스터는 1780년 10월 카리브해의 소앤틸리스 제도를 강타한 허리케인 같은 돌발적 초대형 폭풍을 예로 들고 있다. 당시 2만2천명이 사망한 이 허리케인은 나무껍질을 벗겨낼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 이는 미국 중서부에서 발생하는, 풍속 320㎞가 넘는 ‘EF5’급 토네이도와 같다. 그는 1780년의 대허리케인은 돌연변이성인 ‘블랙 스완’(검은 백조)형 허리케인이었으나, 앞으로는 수시로 출현할 수 있는 ‘그레이 스완’(회색 백조)형 허리케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매스터의 도발적 주장을 지지하는 동료 기상학자들도 늘고 있다. 미국 기상 채널인 <웨더 채널>에서 기상학자 브라이언 도니건은 “2015년에 동태평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패트리샤가 최대 풍속 346㎞(215마일)에 도달했다”며 “이는 서반구에서 기록된 가장 강력한 열대성저기압 폭풍”이라고 지적했다. 동료 기상학자 폴 허트너도 패트리샤는 6등급 허리케인의 발생 가능성을 더 확실히 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기상학자들은 패트리샤가 24시간 만에 열대성 폭풍에서 가장 강력한 등급 5의 허리케인으로 몰아치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다”고 말했다.

6등급의 열대성저기압 폭풍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현재로선 상상하기도 힘들다. 미국에서 5등급 허리케인의 경우 약 2천명의 사망자와 250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매사추세츠공대의 케리 이매뉴얼 교수는 6등급 허리케인은 5m 파고로 연안 지역을 휩쓸어, 플로리다의 탬파 같은 도시를 물에 잠기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교수는 닝 린 교수와 함께 2015년 8월 <네이처 기후변화>에서 6등급 ‘그레이 스완’ 허리케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열대성저기압 폭풍의 무풍지대였던 중동 걸프 지역도 열대성저기압 폭풍이 강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그레이 스완’ 허리케인이 탬파, 오스트레일리아의 케언스뿐만 아니라 걸프 지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14배나 크다고 연구에서 밝혔다.

한편 5등급 태풍 망쿳이 지난 15일 강타한 필리핀 북부는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10만5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마닐라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재난 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대부분은 산사태 피해자이며, 섬과 저지대 주민 10만5천명 이상이 대피했고, 전력 공급선 등이 파손되면서 440만명이 거주하는 8개 주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한편 태풍 망쿳이 전날 강타한 필리핀 북부에서는 3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산사태 피해자이며, 10만5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440만명이 거주하는 8개 주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최대 풍속 280㎞가 넘어 올해 열대성저기압 폭풍들 중 가장 강력한 망쿳은 16일 177㎞로 풍속이 약화된 상태에서 홍콩을 강타해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태풍 진행 경로에 있는 중국 원전 2곳에 초비상이 걸렸고, 마카오는 사상 처음으로 카지노를 전면 폐장했다.

미국 동남부에 상륙한 플로렌스는 13명의 사망자를 내고 16일 1등급으로 약화됐다. 그러나 며칠간 최대 1000㎜의 폭우를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되고, 76만가구에 정전 사태를 일으켜 피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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