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박상현의 미디어인사이트

Tiny Desk Concert:
전통 라디오의 디지털 성공기

며칠 전 유튜브 트렌딩 영상에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해리 스타일스의 콘서트 장면이 올라와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그 콘서트 장소는 원 디렉션의 멤버였던 스타일스의 이름값에 맞지 않게 아주 작았다. 사실 작기만 한 게 아니라 아예 콘서트장도 아닌, 사무실의 한 구석이었다. 청중들은 표를 사서 온 사람도 아니고 그냥 그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고, 화면에는 등장하지도 않았다. 

Harry Style: NPR Music Tiny Desk Concert
이 장소는 바로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의 사무실이다. 그리고 이 사무실에서 열리는 콘서트의 이름은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 즉, 작은 책상 콘서트. 대중음악의 열렬한 팬들이라면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일반인들에게도 한 번 깜짝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바로 2017년 가을, 한국의 민요 록밴드 '씽씽(Ssing Ssing)’이 출연했을 때다.

SsingSsing: NPR Music Tiny Desk Concert
이 때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씽씽이라는 그룹의 놀라운 가창력과 공연 솜씨에 놀랐고, 둘째, 우리의 민요를 현대적으로 재치있게 해석한 곡, 그것도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우리말을 전혀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전달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데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 이게 큰 충격이었을 텐데) 정작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밴드를 NPR이 찾아내어 무대에 세웠다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씽씽의 각 구성원들은 한국의 음악판에서 잘 알려진 사람들이기는 했지만, 허프포스트가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기사를 썼을 만큼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포브스는 몇 년 전 한 기사에서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가 전통적으로 미국 뮤지션들의 홍보 기회로 통하는 심야 토크쇼(late night shows) 보다 오히려 더 큰 홍보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서 공연을 한 후에 소셜에서 인지도가 올라가는 정도와 유명 심야 토크쇼에서 공연을 한 후에 인지도가 올라가는 정도를 비교했더니 전자가 의미있는 수준에서 더 큰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공영 라디오 방송, 그것도 대부분 뉴스로 채워지는 NPR의 사무실 구석에서 돈도 크게 들이지 않고 제작하는 초라한 콘서트는 어떻게 해서 디지털과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이런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을까?
콘서트 덕후 밥 보일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정말로 사무실에 있는 책상 뒤에서 하는 콘서트이지만, 그 책상은 절대 작지(tiny) 않다. 이건 내가 직접 가봐서 안다. 일반 사무실 직원 한 명의 책상이라고 보기에는 엄청나게 큰 책상이고, 뒤에는 다양한 음악관련 기념품들이 있는 큰 책꽂이가 있다. 

Wu-Tang Clan이 출현한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이 책상의 주인공은 밥 보일렌(Bob Boilen)이고, 바로 이 사람이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를 만들어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끌고 온 전설적인 인물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대중음악에 심취해서 콘서트장을 찾아다니고, 커서는 레코드 가게 점원으로 일을 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음악을 잘 추천해주는, 동네의 “taste maker” 역할을 했지만, 정작 그가 NPR 라디오 방송국에 취직해서 맡은 일은 음악과는 거리가 먼, 뉴스 편집일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일렌의 직속 상사가 몇 년 어린 아이라 글래스(Ira Glass)였다는 것. 글래스는 미국에 팟캐스트가 정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진행자. 물론 당시만 해도 글래스는 무명의 프로듀서였고, 보일렌은 그 프로듀서의 보조 역할을 하면서 오디오 테이프를 일일이 잘라서 편집하던 사람이다. 

그런 보일렌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 계기는 당시 아이라 글래스를 도와 제작하던 NPR의 간판 저녁 뉴스쇼 All Things Considered에서 뉴스 꼭지들 사이에 들어가는 짧막한 음악을 골라 넣으면서였다. 몇 초가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앞서 등장한 뉴스와 관련이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관련성이 뻔하지는 않은 음악, 그리고 너무 잘 알려진 유명한 곡도 아닌 것을 고르는 일은 은근히 까다로운 작업. 보일렌은 자신의 방대한 대중음악 지식을 활용해서 그 작업을 깔끔하게 해내면서 NPR내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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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또 봐요~"

 씨로켓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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