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발행한 [어퍼레터]에서 개혁도 없고 새롭지도 않은 개혁신당 출범 소식과 함께 혐오선동 정치를 펼치는 정치인인과 정당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
지난 어퍼레터 보기)
그리고 지난 한달 동안 개혁신당을 주축으로 제3지대 빅텐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2월 9일,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소위 '제3지대' 정치세력들이 합당을 선언하고 당 지도부 체제를 꾸린 것인데요.
하지만 통합과정에서 이른바 '페미니즘 찍어내기'로 당내 갈등이 촉발되었습니다. 수 백명의 젊은 남성 지지자들이 젠더 의제를 다뤄온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의 개혁신당 합류를 두고 탈당을 하자 이준석 대표는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였습니다. 또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를 두고 이준석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불법적인 출근길 지하철 운행 저지 시위를 옹호해 온 배복주 전 부대표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환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법적 대표인 제 권한 내에서 공직후보자 추천이나 당직 임명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 공언하였습니다. 이전부터 이준석 대표가 견지해온 의견과 다를바 없는 것이긴 하나, 다시 한번 젠더 의제와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대한 그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혁신당 최고위원회는 배복주 전 부대표의 입당을 염두에 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해당 행위자를 심사하기 위한 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결국 개혁신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혐오와 배제임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이준석 대표가 총선 지휘 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주도적으로 의결하면서 갈등이 폭발하여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는 개혁신당과 함께 하지 않는 것으로 어제(2월 20일) 결론이 났습니다.
기득권 남성들이 그들만의 빅텐트와 제3지대를 그리는 동안 특정인의 경력을 문제삼아 낙인찍고 배제하면서 또 다시 페미니즘은 '갈등과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을 더 적극적으로 함께 해야하는 가치, 선명하게 그려야할 가치가 아니라 '탈당의 원인'과 '해당 행위'로 전락시킨 것입니다.
제3지대를 주창하는 이들은 양당체제가 문제라고 합니다. 기득권 양당체제를 해체하겠다는 그 선언은 본래 양당 구도에서 대표되지 않았던 제3의 목소리,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단 것이어야 합니다. 양당이 힘겨루기 하며 기득권을 창출하고 현재의 사회경제 질서를 공고히 한 결과 여성과 소수자의 일상과 권리가 어떻게 박탈당했는지를 이야기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3지대 논의들과 그 과정에서 촉발된 '페미니즘 찍어내기'는 양당체제가 문제라고 하면서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의지표명과 다르지 않으며 현재의 불평등한 질서를 유지·강화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양당체제가 지난 30여년 동안 재생산한 불평등 구조와 힘과 자본의 논리를 어떻게 타개하고 지금의 위기를 뚫고 나갈 것인지 지향을 제안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페미니즘을 기본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제3지대'라는 말은 기득권 정치인들의 새롭지도 않고, 개혁도 없고, 미래도 없는 말장난일 뿐입니다.
그리고 양당체제 해체와 제3지대 논의에 있어 페미니스트 정치가 왜 당내에 자리잡지 못하는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정치인들이 대중적 확장성을 이유로 보수 혐오 진영을 아우르려는 시도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단수·전략 공천 지역구와 후보를 발표하고 경선 과정에 돌입하였습니다. "정당이 젠더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지, 공천 과정에 젠더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지 제대로 따져 묻고 감시하며 심판할 것이다"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 출범 선언문에서 밝힌 바 있는데요. 각 정당의 공천 결과와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 시작할 예정입니다. 계속해서 어퍼 소식에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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