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다큐의 #outofseoul 맛보기] 생(生)의 감각

Life vest under your seat, heading to Seattle © 김다큐

00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김다큐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김다큐의 #outofseoul>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잊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 무척 죄송하고 또 민망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다만 작은 바람은, 메일함에서 알람을 받고 잠깐의 반가움이나마 느끼셨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지금 작년 여름에 약속했던 편지 중 채 부치지 못한 (그리하여 오랫동안 마음의 빚이었던) 여섯 통의 편지를 마저 쓰기 위해 다시 시애틀로 향하는 비행기 안입니다. 정말로 #outofseoul을 위해 다시 'out of seoul'을 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반은 맞고 반은 과장입니다. 00님과의 약속을 마저 지키기 위하여,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다시 살고 싶어서 out of seoul을 합니다. 시애틀에서 다시 살고(live) 싶기도 하고, 다시 살아나고(alive) 싶기도 하고요.

작년 8월, 네 번째 편지를 부치고 난 뒤, 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서울의 삶의 감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전부 핑계이겠지만, 지난 1월에 출간된 저의 첫 다큐에세이(이지만 #outofseoul의 독자인 00님에게는 두 번째 다큐에세이인)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의 원고를 마감하다 보니, 그리고 다시 트랙에 오를 준비를 하다 보니, 아무리 편지를 다시 써보고자 몇 번이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보아도, 어느새 #outofseoul 의 감각이 전부 사라져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건 꼭 여행의 감각이라기보다 궁금한 기분이랄까, 기대감이 생기는 순간이랄까, 살고 싶어지는 어떤 생(生)의 감각의 시작 같은 것이었던 것 같아요.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하다기보다, 무한함에 대한 기대와 설렘 같은 것이었어요. 겨우 불씨로 만들어 왔던 기대와 설렘의 감정을, 서울에서 아웅다웅 지내는 동안 불안이 이겨버린 것이지요.

🌱 00님에게 생의 감각은 어떤 것인가요?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보다 무한함에 대한 기대와 설렘 같은 것이 훨씬 더 큰 일. 그런 것이 있나요? 그런 일이 결국 ‘life goes on’ 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요.

첫 번째 편지를 보내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시애틀 친구 집 식탁에 앉아 꼬박 여섯 시간을 걸려 약 3800자짜리 편지를 완성했습니다. 무엇이든 너무 쓰고 싶어서, 너무 만들고 싶어서, 00님이 읽어줄 것을 온 마음을 다해 기대하며 쓰고 발송 버튼을 눌렀지요. 제게 무엇이든 만드는 마음은 결국 생의 감각, 살고 싶은 감각인 것 같아요.

최근 다시, 쓰고, 만들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또 out of seoul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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