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ness Weaver 소화(일명 또니)


 어쩌다보니 크게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크게 아픈 사람을 간병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 후 왠지

'지금'을 '몸'으로 표현하는 뭔가에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로 하는 일보다 '몸'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작업이 가진 본질성이 부럽고, 고팠습니다. 직접 해보고 싶어 연극동아리에 들었습니다.


 광주여성민우회 페미니즘 연극모임 '시나페'! 15년이 더 된 모임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2018년 동행변론낭독회 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이가 너무 어려서 주저하다가 2023년 늦봄부터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은 무척 재미있습니다. 내 안을 들여다면서 동시에 동료 배우들과 함께 조응하며 협업하는 과정, 이게 될까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걸까 싶었던 대사들이 서로의 연습을 통해 점점 분명하게 되어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으면서 제안의 벽을 마주하게도 됩니다. 그 맛을 설명할 구체적인 말이 아직 제 안에 분명하지는 않지만 연습일지를 통해 순간순간 얻었던 무언가를 전할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시나페에서 제 활동명은 또니 입니다. 소화의 연습일지는 부캐 또니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0. 24.>

제목 : 슬기로운 공무원생활

공연일자 : 12. 21.

두 달 남았다.

그 사이에 연습하면 과연 좋아질까?

진상 민원인 1, 2, 3, 4 중 1, 4, 5를 맡게 되었다.

쌍욕과 삿대질을 하는 역이다.

대사가 짧은데도 잘 안외워진다.

말 한마디라도 무대에선 너무 잘보이던데 걱정이다.

무대 위에 나를 보이는 것은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이구나.... 싶고,

예상보다 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구나... 싶다.

나를 향한 집중력.

그런데 나를 보는 것에는 왜 이렇게 강한 저항이 올라오는 것일까.

오직 연습이지 연습.

열심/진심인 감독님과 단원들에게 민폐 끼치면 안되니.

어제 저녁 거실에서 잠시 대사 외우고 연습하는데 듣고 있던 10세 아동 왈 " 엄마, **에 안좋은 것 같아요."

여기서 **에 들어갈 말은?


<11월 초 연습일지>

기억할 것

- 모든 행동을 2배로 과장되게 : 그래도 관객은 안보인다.

- 모든 자신의 첫 대사를 크게. 일단 자신에게 주목 시킨 다음 시작해

- 여유를 갖자

- 대사를 했으면 그것을 맺어주고, 그 다음 대사로

- 상대방 대사를 ‘지금’ 듣고 ‘지금’ 반응하면서. 혼자 연습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없어. 함께 있을 때 지금 여기서 하고

- 동선하고 대사를 같이 맞춰서.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게

- 연기를 일단 시작했으면 멈추지 말고 가

감독님(망구)이 쪼매 칭찬을 해주셔서 홀로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망구의 조언

- 또니, 거기서 멈추면 안돼요. 레벨업 하쑈.


< 12월 초 연습일지 >

-감독님(망구): 또니, 소리는 진상 민원인인데, 몸은 겁먹었어요.

책상을 탁 치면서 야!하는 순간, 괴물처럼 변하는 거에요.

행동을 크게 관객을 보고

상대방 배우의 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 말을 '정말로' 듣고 , 들어야해요.

내 것만 생각하지 말고

쫄지말고

무대 위에서 상황과 나에게 집쭈우웅.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머리로 일을 하다가 연습실에 도착하여

곧바로 연극 대사와 몸짓을 지어내기가 쉽지 않다.

여유롭게 일찍 가서 몸이라도 풀고 준비운동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게 이렇게 어렵다.


<공연 당일>

어제 저녁에 챙겨둔 무대 소품들을 가지고 11시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은 15시)

소품들을 내리고 나르고 만들고 무대를 세팅하는 것도 직접, 의상과 소품들 배치하는 것도 직접, 그리고 함께.

모든 것들을 '함께' '몸을 써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참... 충만했다.

무대와 소품과 의상과 동선과

대사와 손과 시선과 동료들의 호흡과....

모든 것들을 뾰족하게 만들어가는 재미.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나를 '직시'하고

동료들을 바라보는 것.

당분간 이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후기>

업무가 몰아치는 와중에 가장 큰 시간을 베어내어

연습을 하고 공연을 마쳤다.

업무의 하나로 여기려고 하는데 기존 업무처럼 바로 집중해내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임하게 되는 나를 자주 목격했다.

대본에 있는 뼈대를 머리에서 가슴으로 끌어와 다시 팔다리로 움직이게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계속 계속 내 틀을 두드려 보았다.

이러저러 나를 만나는 과정이 시릿하지만 기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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