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우신]비무장지대 생물다양성 보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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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환경보전협회장
비무장지대(DMZ)는 한반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잘 보전된 곳이다. 고등식물 및 척추동물 2930여 종과 멸종위기 동식물 67종을 포함해 한반도 전체 동식물종의 30%가 서식하고 있다. 한탄강 수계에는 내륙 평야 중 가장 큰 규모인 철원평야가 있으며 두루미류의 월동지이자 겨울철새인 기러기류의 중간 휴식지이기도 하다.

두루미는 전 세계에 약 2750마리만 생존해 있는 멸종위기종으로 철원평야 일대에서 1000마리가 월동한다. 일본에서 텃새로 머무르는 1500여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다. 전 세계 개체군이 1만여 마리에 불과한 재두루미도 4000여 마리가 중부내륙권에서 월동한다. DMZ와 주변 군사보호지역은 비극적인 남북 분단으로 생성됐으나 역설적으로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생태계와 수많은 멸종위기동식물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가 대결에서 대화로 이어지며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남북이 함께 DMZ의 감시초소 10여 개를 시범적으로 철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는 DMZ와 접경지역의 생태 및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지역 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향후 증가할 남북 교류와 지역 개발에 대한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관광 활성화 및 개발 계획은 기반시설 조성과 인간의 출입 등으로 생태계에 큰 교란을 초래할 것이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DMZ 생태계가 사라질 수도 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 등이 안정적으로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할 공간이 없어지고 생존 보장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외 기구와 단체들은 DMZ를 보전하는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DMZ에는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고 남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해 보전지역 지정이 쉽지 않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DMZ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접경지역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민간인출입통제구역(CCZ)은 생물권보전지역의 완충지역에 해당돼 인간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보장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자연생태계와 문화경관의 효율적인 보전과 이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안은 북한의 협의와 주민 설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급변하는 남북관계에서 DMZ를 접경지역 생물권보전지역이나 국립공원으로 관리하는 게 향후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과 서식지를 보전하는 핵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환경보전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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