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3.10.4 | 658호 | 구독하기 | 지난호





미라클러님, 지난 명절 잘 보내셨나요!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26일 미국에는 중요한 사건이 하나있었어요. 바로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을 ‘독점기업’으로 미국 법원에 제소한 것이죠! ‘아마존 킬러’로 유명한 리나 칸 FTC 위원장이 2021년 취임한 후 언젠가는 이뤄질 제소였는데 드.디.어 아마존에 칼을 빼어든 것. 오늘은 이 소송을 계기로 제가 경험한 미국 유통산업의 모습을 정말 가볍게 말씀드려보려고 해요. 오늘 레터는 제가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경험한 것이고 미국 전반의 모습은 아니라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

   오늘의 에디션  
  1. 아마존? 난 이미 쿠팡을 경험했다
  2. 코스트코는 갓스트코!
  3. '트조'에 열광하는 사람들
  4. 기업들이 경쟁하면 소비자들은 즐거워진다 

어떻게 나는 청출어람의 아이콘이 되었나. <아마존, 쿠팡> 

아마존? 난 이미 쿠팡을 경험했다..

 

6월 실리콘밸리에 처음 도착해 느낀 것은 어마어마한 물가! 기본적인 외식비가 한국의 2배 이상이다보니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최대한 음식을 해먹어야했어요. 또, 초기 정착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위해서라도 첫 두달은 거의 매일 마트(슈퍼마켓)를 다녀야했습니다.


미국에 온 이상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이용해 보기로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존의 구독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계정을 만들고 쇼핑을 시작해보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너무 유명한 아마존 프라임. 한 달에 15달러의 멤버십비용을 내면 프라임 배송으로 주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이틀이면 물건이 도착하고, 빠르면 바로 다음날 배송해주기도 합니다.

 

프라임멤버십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 배송 / 무료 반송이에요. 살까 말까?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사고, 약 한달 내에만 반송하면 되죠. 물론 모든 제품이 무료 배송, 무료 반송인 것은 아니라서 구매할 때 잘 확인을 해야해요. 프라임 멤버가 되면 OTT인 프라임 비디오가 무료이고 아마존이 인수한 음식 배달 서비스 그럽헙으로 주문할때도 할인을 해줍니다.

 

그런데 이런 아마존의 서비스.. 한국에 계신분들이면 별로 감동적이시지 않을거에요. 왜냐면? 한국에는 쿠팡이 있으니까요. 🤣

 

심지어 쿠팡은 다음날 바로 배송이 되는데다가, 쿠팡 플레이에는 (한국인이 보기에) 프라임 비디오보다 재미있는 것도 많아요. 아마존은 반송을 하려면 반송제품을 받아주는 매장까지 가야하는데 한국은 집 앞에 두면 바로 반송에, 환불까지 해줍니다. 아마존보다 더 편리한 것이 한국의 쿠팡이었던 거죠!  

테무가 대체 뭐테무? <CNBC>

편하고 빠르지만.. 가격은 비싸다!  

아마존의 단점은.. 제품이 생각보다 싸지 않다는 것이에요.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물론 가격이 싼 경우도 많죠. 하지만 이 경우 브랜드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 중국의 중소기업에서 만든 제품(중국 직구)이 바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가격이 낮아서 샀는데 막상 도착해보면 품질이 기대이하인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저가의 중국 직구 제품은 ‘테무(Temu)’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경쟁자가 있어요.

 

또한, 식료품도 아직은 아마존에서 믿고 사기에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에요. 유통기한이 긴 상온유통 식품은 아마존에서 사는 경우가 많지만 야채 과일 육류 냉동식품 등 대부분의 식료품들은 아마존에서 사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코스트코 주유소에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 

코스트코는 갓스트코!   

 

미국에서 사실 제가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코스트코에요. 미국 코스트코의 놀라운 점은... 한국과 똑같다는 점입니다. 😏

 

한국에서 제가 경험한 코스트코 경험과 미국에서 경험한 코스트코의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연간 멤버십을 가입해야만 쇼핑을 할 수 있고 충격적일 정도로 싼 가격으로 큰 묶음으로 제품을 판매해요. 매장에서 나갈 때 영수증에 있는 구매 목록을 카트와 비교하는 것도 한국과 미국이 똑같아요!

 

미국에서도 지난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되면서 코스트코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요. 특히 코스트코 주유소는 엄청난 인기로 갈 때마다 주유소에는 차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코스트코의 가장 큰 힘은 '코스트코에서 사는 제품은 싸다'라는 믿음에서 오는 것 같아요. 


우리가 전세계 유통 5대장이라구 <Company Market Cap>

캘리포니아는 '트조'를 사랑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에서 가장 큰 유통회사인 아마존은 1.3조 달러. 하지만 아마존 매출의 16% 영업이익의 70%는 클라우드 사업부인 AWS에서 나오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아마존 기업가치의 절반가량인 7000억달러만 전자상거래 부문의 기업가치라고 보고 있어요. 그렇게 해야 월마트 기업가치 약 4300억달러, 코스트코 2500억 달러와 공평한 비교가 가능할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에서 저는 월마트에 딱 한번 가봤는데요. 미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유통회사 중 가장 큰 회사이지만 생각보다 매장이 많지 않았어요.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매장은 바로 ‘홀푸드마켓’과 ‘트레이더 조’ 두 곳인 것 같아요.

 

홀푸즈마켓은 유기농과 친환경으로 유명한 곳인데 2017년 아마존에 인수되었어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 있으면 더 할인을 해주기도 하고, 아마존 제품을 반송시킬 수 있어서 자주 찾아가게 되는데요. 사실 ‘비싸다’라는 인식 때문에 가는 것이 좀 꺼려지는 곳이기도 해요.

아니 김밥을 삼고초려하는게 말이되냐구요! <캘리킴>

'트조' 브랜드에 열광하는 사람들

미국에 와서 제일 흥미로운 매장은 ‘트레이더 조’였어요. 한국에서 한번 얼핏 이름을 들어봤는데 미국에서 직접 매장을 찾아와보니 정말 흥미로운 매력 넘치는 매장이었거든요. 트레이더 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온라인 쇼핑’이 안된다는 점이에요.

 

월마트, 코스트코, 홀푸즈마켓 등 대부분의 마트나 슈퍼마켓들은 온라인에서 제품을 고르고 주문을 할 수 있어요. 자체적인 배송 시스템을 갖춰서 하기도 하고, 아니면 인스타카트와 같은 퍼스널 쇼퍼(대신 장을 봐주는 긱워커)를 통한 배송이 가능해요. 한국에서는 오프라인 마트의 직원이 해주는 식료품 배달업무를 미국에서는 배민 라이더와 비슷한 퍼스널 쇼퍼들이 해줘요. 그런데 트레이더조는 그런 퍼스널 쇼퍼를 통한 쇼핑도 불가능. 트레이더조의 물건을 사려면 직접 매장에 가야만해요.

 

트레이더조의 매장에 가면 놀라운 것은 바로 우리가 아는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거에요. 트레이더조의 자체브랜드(Private Brand)가 80% 이상이기 때문. 사소한 아이스크림부터 설탕, 냉동식품까지 모든 제품에 트레이더조의 이름이 붙어있어요. 제품 하나하나마다 디자인이 예쁘고 개성이 있기 때문에 PB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가격도 심지어 저렴.

우리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지 않습니다. 트간지... <트레이더조>

유통은 부동산? 노노 it's 머천다이징.

트레이더조 상품의 가짓 수는 대형마트나 아마존보다 훨씬 적지만 정말 필요하고 사고 싶게 만드는 제품들로 가득하죠.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하다가 지금은 트레이더조에서 일하고 있는 정김경숙님에 따르면 트레이더조는 제품의 숫자를 줄이는 대신 제품 하나하나의 기획에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요. 머천다이징(MD)이 유통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건데요. 미국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켜서 한국에도 소문이 난 ‘냉동김밥’이 트레이더조의 MD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

 

트레이더조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시작된 정말로 캘리포니아스러운 슈퍼마켓이에요. 창업자인 조 쿨롬베의 철학이 담긴 곳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창업자가 1979년 트레이더조를 독일 유통 재벌 ‘테오 알브레히트(알디라고 있어요)’에게 매각했다는 것이에요. 거대 유통기업에게 매각됐음에도 창업자의 정신이 아직 살아있고, 오히려 더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다는 것이 신기한 부분!

supermarkets are fighting each other. <Bing Image Creator>

기업들이 경쟁하면 소비자는 즐거워진다

 

코스트코, 월마트, 홀푸즈, 트레이더조 외에도 미국은 매력적인 유통매장들이 많아요. 한국계 마트인 H마트나 대만계 마트인 99랜치 마켓도 있구요. 프리미엄 이미지는 덜하지만 훨씬 매장이 많고 대중적인 세이프웨이 같은 마트도 있어요. 심지어 요즘 월마트에게 밀리는 듯한 이미지의 ‘타겟’도 고유의 색과 개성을 갖고 있어요.

 

이처럼 다양한 개성의 오프라인 매장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치열한 경쟁이 원인인 것 같아요.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시장에서 등장한 메기가 점차 오프라인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에 남은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은 제각각 생존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코스트코는 멤버십을 기반으로 초저가 제품을 팔고, 트레이더조는 머천다이징과 매장경험에 올인하고 있죠.

 

아마존은 매년 7월 ‘프라임데이’라는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하는데요. 미국에서 엄청난 쇼핑 매출이 일어나는 기간. 재미있는 것은 ‘프라임 데이 얼터너티브’라고 월마트나 타겟같은 경쟁사들도 아마존이 프라임데이를 할 때 비슷한 할인 이벤트를 한다는거에요. 

 

경쟁사들이 자꾸 따라와서일까요? 아마존은 ‘프라임 빅딜데이’라고 10월에 여는 프라임데이를 2022년부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역시 경쟁사들도 프라임 빅딜데이에 맞춰 세일을 시작했죠. 이렇게 10월에 시작된 세일시즌은, 11월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할인으로 이어지는데요. 미국은 정말 못말리는 '소비의 나라'입니다. 😓

샘 올트먼, 존 아이브, 손정의가 AI 스마트폰 만든다?

오픈AI 의 CEO 샘 올트먼이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너던 아이브를 만나서 AI 를 위한 하드웨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보도. 여기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자로 참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어요. 아직은 초기이지만 흥미로운 내용. AI 하드웨어를 만드는 휴메인이라는 회사가 'AI 핀'을 최근 공개하기도 했죠. 업그레이드 된 스마트 선글라스를 내놓은 메타와 함께 AI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테슬라 분기 43만대 인도.. 기대보다 낮아 

테슬라가 3분기 차량 인도대수를 공개. 43만대를 생산하고 43만5000대를 인도해 전 분기보다 소폭감소했어요. 테슬라는 공장 업그레이드에 따른 예정된 감소라는 설명.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70억달러 순현금 

틱톡을 글로벌하게 서비스하는 세계 최대 비상장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 최근 분기 순현금흐름이 70억달러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매출은 거의 메타에 육박하는 수준. 

 

맺음말

리나 칸 위원장의 주도로 이뤄진 아마존에 대한 FTC 의 소송. 경제 관련 외신들은 대체로 FTC 의 이번 소송이 무리라고 보고 있어요. 제출한 서류 에 깔려있는 논리가 취약하다는 거죠. FTC 의 논리가 모두 맞다고 해도.. 과연 아마존이 '독점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지 저는 좀 의문이 듭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장악력, 검색과 광고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 이 두 가지는 정말 '독점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소비자로 유통산업을 경험해본 제 입장에서는 아마존이 애플이나 구글같은 강력한 힘을 갖고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답니다. 무엇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가 아니라 클라우드로 돈을 버는 회사니까요.  


오히려 독점이 아닌 플랫폼 측면에서 경쟁이 과열되는 측면이 있거나, 노동관련 이슈가 정부가 개입해야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존이 그동안 수십년간 물류인프라에 투자를 하고 만들어온 혁신의 가치는 무시되고 '악한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미국 FTC 도 빠져있는 것 아닐까요. 


오늘 레터는 너무 가볍게 쓴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저는 다음 번에는 묵직한 테크이슈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이덕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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