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리콘밸리 프리시드 (Pre-Seed) 회사 엿보기
피치덱 톺아보기
자금조달 및 IPO/M&A에 성공한 해외 스타트업의 피치덱을 분석합니다.
Divercity - 프리시드 (Pre-Seed) 라운드
  
벤처 투자가 얼어붙으며 팀 구성과 프로토타입만으로 펀딩이 가능했던 프리시드 단계도 믿을만한 실적을 요구하는 분위기

현재 Bessemer Venture Partners, Google, Techstar가 투자를 확정한 프리시드 단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피치덱 분석하기
 
벤처캐피탈이 전세계 대체투자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가끔 투자자를 만나 '시드에 투자를 했는데 시리즈B에 어떤 밸류로 대규모 투자가 들어왔다'와 같은 스타트업 펀딩 이야기를 신나게 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그게 머죠?"

그렇습니다. 요즘 언론에서도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를 다루는 비중이 높다보니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시리즈 A, 시리즈 B와 같은 용어가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더욱 간과하기 쉬운것은 시리즈 A, 시리즈 B와 같은 낯선 용어의 통일된 정의가 없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순서를 의미하는 용어는 아닐텐데 말이죠.

(1) 마일스톤 기반 자금조달 방법론

벤처캐피탈이 시리즈를 나눠 단계별로 투자하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마일스톤 기반 투자 기법'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어떤 비전을 가진 창업자가 나타나 "내게 1조 원을 주면 100조 원의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러한 계획이 얼마나 실현가능한지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1년 사업 계획도 엇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세상에 없던 회사를 만드는 일에 돈부터 쥐어주면 도덕적 해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결국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은 1 - 2년 정도 사업계획을 세워놓고 그 계획을 달성할 자금을 지원한 후 이를 달성하면 다음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추가 자금을 투자하는 '마일스톤 기반 투자'를 선호합니다. 70년 이상의 벤처투자 역사를 가진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와 창업가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 발전한 방식이 바로 시리즈 A, B 등으로 불리는 '마일스톤 기반 투자'인 것입니다.
처음 실리콘밸리에서 펀드레이징을 진행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으나 투자자간에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시리즈 별 마일스톤을 알아내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이러한 기업가치와 지표에 관한 컨센서스가 시장 상황에 따라 큰 폭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인에게는 블랙박스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단적인 예로 팬데믹 동안에는 서비스 출시 후 1년 내에 $1Mn 규모의 연환산 반복매출(ARR)을 달성한 SaaS 기업은 시리즈A에서 $100Mn 이상의 기업가치도 노려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ARR이 $2 - 3Mn을 넘어섰더라도 시리즈A에서 $50Mn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2) 프리시드(Pre-Seed)는 무엇인가?

K9 Ventures의 마누 쿠마가 2015년 경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프리시드(Pre-Seed)란 용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스타트업의 첫 자금조달 단계인 '시드'보다도 앞 단계에 이뤄지는 라운드를 의미합니다. 가끔 법인 설립도 전에, 또는 제품 출시 전에 팀만 보고 이뤄지는 투자에 '프리시드'란 용어를 붙이기도 하며, 엔젤투자와 구분하여 처음 전문 기관의 투자가 이뤄지는 라운드를 '프리시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벤처 투자 시장이 발전하고 시중에 자금이 풍부할 때는 라운드 당 조달 규모가 우상향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2015년 이전까지는 실리콘밸리의 시드라운드 규모가 10 - 20억 원이었다면 2015 - 19년 기간동안에는 시드 단계에서 30 - 5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보편화됩니다. 그럼 예전 시드에 10 - 20억 원 수준의 라운드를 기대하던 투자자들이 해당 투자규모를 유지한다면 자연히 '프리시드' 투자자로 바뀌는 셈이죠.

물론 이 또한 정해진 룰은 없습니다. 아래는 '프리시드'의 정의에 대해 각 투자자가 정의한 기대치를 공유한 내용입니다. 결론은 모두 생각이 제각각이란 것입니다.
프리시드의 정의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 (트윗 원문)  
하지만 최근 벤처 투자가 위축되면서 증명할만한 트랙레코드가 없는 초기 기업에게도 투자자가 요구하는 '마일스톤'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프리시드 투자자라고 해서 논의를 시작했는데 제품을 보여주니 고객 반응을 가져오라고 하고 고객 반응을 증명하니 매출을 내라는 식인 것이죠. 더 이상 팀과 이이디어만으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닌 것입니다.
(3) Divercity의 프리시드(Pre-Seed) 라운드

Divercity는 현재 진행 중인 프리시드 라운드의 모집이 막바지에 접어든 미국 스타트업입니다. 유니티에서 데이터애널래틱스 리더로 근무했던 Chuka Ikokwu가 2019년 설립하였으며 기업이 채용 및 인적 구성 단계에서 고민해야 할 다양성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여성과 유색인종 등 마이너리티들의 채용도 연결하는 SaaS + HR 솔루션 스타트업입니다. 

Divercity의 피치덱은 현재 실리콘밸리의 프리시드 라운드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투자금이 풍부할때는 스타트업이 VC를 선택했다면 요즘은 VC들이 초기기업을 보는 눈높이가 높아져 당장 성과가 나오고 있는 기업들을 찾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Divercity는 이미 18개월 전 제품을 출시하여 현재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크루즈, 썸텍, 유비소프트, 엣지와 같은 중견 기업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사실 첫 '기관' 펀딩이라 프리시드라고 칭한 것이지 업력과 경험은 어느 정도 쌓인 기업입니다.

Divercity 피치덱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이 총 1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문제 - 스타트업이 정의한 문제 "Lack of Diversity"
  2. 문제 - 보다 근본적인 문제 "How?"
  3. 해결책 - Divercity가 개발한 Workforce Diversity Insight
  4. 해결책 - Divercity 솔루션의 장점
  5. 해결책 - Divercity 솔루션의 장점
  6. 사업모델 - 과금 체계
  7. 성과 - 계량적 지표 및 어워드 등 레퍼런스
  8. 추정 - 사업 목표 및 계획
  9. 경쟁 - 경쟁사 대비 포지셔닝 분석
  10. 시장 - 추정 시장 규모 및 Divercity의 목표 시장점유율
  11. - 창업팀 및 경영진
  12. 제안 사항 - $2Mn 프리시드 펀딩

프리시드 단계 기업답게 피치덱에 꼭 담겨야 할 핵심 내용들로만 자료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외부 투자 없이 3년 간 제품에 대한 시장 검증을 진행해 자신감이 생겼고,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좀 더 속도를 내기 위해 소규모 펀딩에 나섰다는 전형적인 "Pouring gas on the spark"의 전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Divercity의 프리시드 피치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 2페이지: 스타트업이 해결하려는 문제
  • ESG의 테마로 묶이는 '다양성'은 경기침체와는 별개로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분야
  • 따라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 👉 스타트업의 펀딩도 시의성이 중요한 부분임
  • 직장 내 다양성 개선이라는 어렵지만 달성해야하는 문제를 풀고있는 팀임을 강조 
3 - 5페이지: 팀이 만들어낸 해결책 👉 소프트웨어
  • HR이 수기로 관리하던 직장 내 다양성 지수 등을 소프트웨어로 전환하여 실시간, 객관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다시 HR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솔루션 제시
  • 최근 HR에서 중요해지고있는 DEI -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기업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아이템 
  • 'ESG + SaaS'는 최근들어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분야이며, 이를 어필할 수 있도록 제품의 '기능'을 상세히 설명함
6 - 8페이지: 지표와 목표
  • 명확한 월 별 과금 모델을 가지고 지금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음을 강조
  • 테크스타와 구글이 주최한 데모데이에서의 수상 실적, 400개 이상의 고객 확보, 18개 월 간 약 8억 원에 달하는 매출 달성 등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나열함
  • 일반적으로 미래의 매출 목표는 프리시드 단계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창업 팀의 비전의 크기를 설명하기위해 활용하기도 함
9 - 10페이지: 시장과 경쟁
  • 특정 Vertical SaaS를 대상으로 삼은 스타트업은 인접한 분야의 대형 SaaS 기업이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질의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음
  • Divercity는 시장 규모가 방대하고 각 회사 간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유의미한 규모로 성장 가능함을 피력함
  •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부 시장점유율만 가져와도 잠재성이 있다"는 주장은 언제든지 반박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성장을 논의하기 전 단계인 프리시드에서는 안전한 전개방식일 수 있음
11 - 12페이지: 팀과 펀딩 제안
  • 기업가치, 라운드 및 투자자 구성, 펀딩 후 목표 등을 제시하며 매력적인 투자 기회임을 어필
  • $9.5Mn Post-Money Valuation은 팬데믹 이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상당히 낮은 수준의 기업가치이며, 해당 지표 만으로도 최근 변화된 초기기업 투자 환경을 이해할 수 있음 
이상으로 기업 내 다양성 개선을 도와주는 SaaS + HR 솔루션 기업 Divercity의 프리시드 피치덱을 살펴보았습니다.

회사의 기업가치,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프리시드 스타트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분명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점들은 눈의 띄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2Mn을 조달하기 위해 1년 가까이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금이 납입된 Techstar와 Google의 경우 작년 말 있었던 데모데이 행사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며, 나머지 투자자들도 몇 달 간격으로 한 두 곳씩 추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프리시드 단계에서부터 20%에 가까운 지분을 내놓으며 진행하는 펀딩이란 점을 고려해볼 때 올해 실리콘밸리에서도 초기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Divercity 피치덱의 하이라이트
  • "최근 주목받는 분야에서" 👉 SaaS + HR + ESG는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영역
  • "이미 제품과 고객을 확보했고" 👉 18개월 전 출시하여 400곳 이상 고객 확보
  • "매력적인 기업가치로 투자" 👉 $9Mn Post-Money는 최근 3 - 4년 간 보기 어려웠던 수준의 기업가치

오늘의 피치덱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다음에는 더 재미난 피치덱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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