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큼 자신을 귀찮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디자이너 문승지는 매사에 의문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늘 나아가 멈추지 않는 것. 하지만 결코 그 과정이 숨 가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에겐 오히려 자연스럽다. 혼자 묻고 답하는 시간이 반복되어, 한 사람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에게서 답을 찾은 사람이 가진 여유와 당당함이 느껴졌다.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Hae Ran
“할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구옥에 있는 창고 공간을 고쳐서 만든 작업실이에요. 할아버지는 직업 군인이셨는데 월남전이 막 끝나고 제주로 돌아오셔서 할머니와 처음 장만한 집이었다고 해요. 지금은 할머니 혼자 집을 지키고 계세요. 어릴 때부터 나고 자란 집이라 저에게는 추억이 무척 많은 집이기도 해요. 할아버지 세대부터 남아온 흔적이 있고요. 벽에는 제가 한 낙서 자국도 있고 신문지로 벽지를 메꾼 흔적도 있어요. 집에 새겨진 때를 지우고 싶지는 않아서 최대한 흔적을 남겨두고 그 안에 제 작품들을 가져다 놨어요.”
인터뷰가 끝날 때쯤, 문승지 디자이너는 늘 제주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에디터와 포토그래퍼에게 자신이 아끼는 제주의 공간들을 소개해 주었어요. “이렇게 다 알려드리면 안 되는데(웃음)…” 어디서 들을 수 없는 고급 정보에 우리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맛있게 먹고 평화롭게 제주의 운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들! 여기에만 살짝 공개해볼까요?
공항 옆 일식집
'가치'
“루틴 처럼 들르는 곳이에요. 사실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곳인데요. 처음 갔을 때 기대를 하나도 안 해서 그런지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저처럼 회를 안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해 드리는 메뉴가 있어요. 이곳의 ‘수비드 문어’를 꼭 드셔 보세요."
A. 제주 제주시 동한두기길 17 1층
O. 매일 17:00 - 23:00
아름다운 노을이 있는
'중산간 도로'
“30분 정도 가로질러 가는 중산간 도로인데, 드라이브 코스로 꼭 추천해요. 동에서 서로 넘어가는 길이라 거기서 보이는 노을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제주에 살면서 아름다운 노을을 정말 많이 보며 자랐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노을 풍경이에요.”
A. 월평동과 애월읍 어음리 사이에 있는 도로
제주의 자연을 담아
'인스밀'
“제가 속해 있는 레이블 ‘팀바이럴스’가 직접 공간 디자인에 참여했던 곳이에요. 제주도 특유의 이국적인 자연 풍경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을 했던 곳이고요. 보리 베이스의 메뉴가 맛있는 곳이라 커피를 잘 못 드시는 분들께도 추천하는 카페예요.”
“주차장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요. 사진은 낮이지만 여긴 꼭 밤에 가야해요. 낮 풍경보다 밤에 더 운치 있는 곳이거든요. 까만 밤 배경에 야자수 사이에 달빛이 비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어요. 밤에는 사람도 별로 없는 곳이고요. 고요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누구나의 작업실을 들여다본 《AROUND》 82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방문한 작업 공간에는 저마다의 책상이 있었습니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수민 씨의 책상에는 보라색 꽃이 화병에 한가득 담겨 있었어요. 책상 뒤 선반엔 이제는 귀해진 필름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고요. 벽에는 커다란 여행 지도가 붙어 있어, 그는 언제나 여행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죠. 독자분들의 책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각자의 작업에 어떤 도움을 주는 물건들이 모여 있을지 궁금해요. 답장으로 ‘나만의 책상 자랑’을 시작해 주세요. 혹시 모르죠, 책상 풍경을 돌아보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를지요.
오늘의 작업실’을 이야기한 어라운드 82호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