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격투기를 하고 싶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중국에서 살면서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무시와 폭행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안에 신고당해 강제북송을 당할까 두려워 맞서 싸우지도 못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울분과 분노로 가득했고, 그 화를 식히기 위해 혼자 모래 자루를 주먹으로 치면서 분을 삭이곤 했어요. 14살부터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일하다가 팔이 부러졌는데 치료비도 못 받고, 월급도 못 받았는데, 일을 잘못하거나 말대꾸라도 하면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했어요. 제가 받는 무시보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어머니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를 지켜야겠다는 마음, 울분과 분노 때문에 하고 싶었던 운동이었는데, 여명학교를 만나면서 꿈이 되었습니다. 때론 그때의 울분이 지금도 시합 때마다 표출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지만 운동 중 한계라는 벽에 부딪힐 때 북한과 중국에서 겪은 일들이 저를 참고, 인내하고, 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울분과 분노, 화가 이제는 저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에너지가 되고 있습니다.
Q. 경기를 보면서 두 가지를 발견했는데, 첫째는 상대가 공격할 때 피하기보다 오히려 정면으로 공격하면서 맞서는 모습이고, 둘째는 관전 재미를 쏠쏠하게 만드는 특유의 여유로운 모습이에요. 경기 중의 모습은 본인의 성격인가요? 아니면 전략인가요?
저는 상대의 공격이 무섭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피하기보다 오히려 역공의 기회로 삼습니다. 경기 중 보이는 여유는 자신감이기도 하고, 경기 보러 온 분들을 위한 쇼맨십이기도 해요. 전략이기라기보다는 성격이고, 저의 본모습이죠. 다양한 상황을 겪어봐서 여유가 좀 생기는 것 같아요. 북한과 중국에서의 탈북 경험이 그 자체로만 보면 슬프고 힘든 과정이지만 지금의 저를 강인하게 성장시켜준 배경이기도 하기에 모든 순간이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실력, 체력, 기술, 정신 모든 것을 갖춰야 하는 격투기 종목에서 저는 정신만은 최고라고 생각되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탈북할 때 목숨을 한 번씩 걸었잖아요. 목숨 걸고 탈북한 후 중국에서의 생존 역시 또 다른 도전이었죠. 그 과정을 겪어 온 우리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