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들이 벌써 코로나 팬데믹 이후를 이야기합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부터 환경·기술·교육 심지어 일상생활까지, 쏟아지는 전망을 보고 듣다 보면 정말 모든 것이 바뀔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 또 한편으론 이번 사태가 조금만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 놓인 우리는 지금 무엇을, 그리고 어떤 변화를 가장 중요하게 느끼고 고민해야 할까요? SDF팀은 그 단초를 찾기 위해 지난 514SBS 13층 회의실에서 SDF2020자문단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대체 뭣이 중헌가요?’

박범순KAIST 인류세연구센터장
인간의 이동 따라 선을 넘은 녀석들
14세기에 제2차 페스트가 유행했잖아요. 주로 유럽에서 일어났던 흑사병을 말하는데 13세기 몽골제국의 팽창과 함께 벌어진 일입니다. 미얀마와 중국, 티벳 사이에 있는 이 지역을 몽골제국이 침략하면서 풍토병에 걸리고 쥐와 벼룩이 같이 움직이면서 균이 옮겨갔고,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 간 것입니다. 무역과 군사 루트에 질병이 같이 이동한 것이죠. 3차 페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19세기 중반에 시작했는데, 청나라 군대가 반란군을 진압하러 갔다가 전염돼 돌아와서 확산되고 홍콩 쪽으로 간 것이거든요. 홍콩에서 콜카타, 뭄바이, 케이프타운으로 쭉 퍼지는 겁니다. 이 라인이 그 당시의 세계화인데 결국 무역 루트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콜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의 풍토병이었는데요. 대영제국이 인도를 지배한 뒤에 개척한 여러 루트를 따라 콜레라가 올라가게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가 항공편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모두가 영향을 받은 것이죠. 아직은 인류세와 기후변화, 질병의 창궐을 연결시켜서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는 못 봤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기온이 2~3도가 더 오르는 것을 임계점으로 보는데, 이럴 경우 동토라고 시베리아 스텝지역이 녹아버리면 이 땅에 언 상태로 갇혀 있던 100만종 이상의 바이러스 같은 것이 다 나올 수가 있습니다. 인류가 겪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여기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죠.
인간이 만들어낸 시대 인류세의 위기 바이러스만의 문제 아냐

김홍중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포스트 코로나아닌 문명사적 전환으로 이해, 생존 위해 모든 관계 재정립 해야
17세기에 서구에서 겪었던 것을 지금 겪기 시작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17세기 이전까지 지구상의 서구인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 내지 작용에 신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인간이 의지를 갖고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된 거죠. 200년 정도 됐고 그런데 지금 산불도 그렇고 바이러스도 그렇고 기후변화도 인간이 작용해서 깨워놓은 힘이 우리를 완전히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문명사적인 것이고 행성적인 수준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살아있고 죽어있고, 유기적이고 무기적인 알고 모르는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재정립해야 될 수밖에 없는, 그래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처럼 보입니다.

배영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분노가 효능감 줬던 한국 사회, 연대협력의 효능감 사회로
한국사회가 코로나19로 목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화 중에 굉장히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요. 우리 사회가 굉장히 화가 많은 사회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한국사회는 여러 정치적 경험을 했고 그런 학습 과정에서 분노가 갖는 효과가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분노가 효능감을 가졌던 사회에서 연대협력의 효능감 사회로 넘어가고 있지 않나, SDF2020 연구를 통해서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사회로 가고 있는 그런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고요. 인간이 착하기 때문에 협력이나 연대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습을 통한 경험이 축적되고, 그것이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가능해지는 것 같은데요. SDF2020을 통해 이러한 사회 변화 과정과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치형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기존 혁신기술 코로나 사태 막지 못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은 파국적인 상황에서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인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 혁신적이고 진취적이고 이런 인프라들은 사실은 지금 이 위기를 막아내고 덜 망하게 하고 또는 천천히 망하게 하는데 실패한 것이잖아요. 지금까지 첨단이고 스마트하고 하여튼 혁신적이고 이런 기술이라고 알고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인터넷, 스마트폰앱, 로봇 등)은 사실은 자가격리에만 가장 유용했던 거거든요. 이 사태를 겪고 나서 또 다시 진취적이고 혁신적이고 이런 것들을 더 하자고 할 것인지 아니면 이것을 겪으면서 앞으로는 우리가 잘 버티는 기술, 그러니까 진짜 테크놀로지라는 의미에서 기술도 그렇고 삶의 방식으로써의 기술도 그렇고 잘 버티는 기술을 찾아내서 그것을 공유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현준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건축가
모든 것 바뀌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에 관심 높아
저는 공간의 구조가 사람의 심리와 관계에 미치는 영향,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이 있는데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새롭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전염병은 항상 있어왔고 인류가 어떻게 보면 문명을 만들게 된 첫 번째 계기도 전염병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오히려 저는 변하지 않는 분야, 예를 들면 권력에 대한 욕구, 짝짓기 본능, 자녀에 대한 집착 이런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이 되면서 제일 타격을 받을 곳 중 하나가 종교단체입니다. 흑사병이 났을 때 중세의 종교 권력이 약해지면서 르네상스가 생겨났잖아요. 그런 부분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가 관심이 갑니다.
나도 자연인이다. 공원으로 향한 사람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원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이전부터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우리가 자연을 만나는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거든요. 공간 체계가 옛날에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 가고, 우리가 지금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모든 공간은 다 공공 공간이 돼 있어요. 공원, , 바다 모두. 한마디로 쉽게 말해서 속옷 바람으로 나가서 자연을 만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캠핑을 가려고 하기도 하고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 대박 난 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가 의외로 호응이 커졌습니다. 도시를 만들 때 지금까지는 인도어 스페이스를 주로 생각하고 어떻게 공급할까 생각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아웃도어 스페이스를 제공하는 주거 형태를 생각하고 그것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건축법규가 달라져야 하고 실질적인 정부의 정책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테라스에 나무가 우거진 아파트가 있다고?
테라스에 나무가 있는 집의 대표적 건축물은 이탈리아의 친환경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2014년 밀라노에 선보인 보스코 베르티칼레입니다. 밀라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는데요. 2017년 중국 류저우시에 이어 코로나19 이후에는 멕시코 칸쿤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와 함께 스마트숲시티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들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이대형Hzone 디렉터, 백남준문화재단 이사
실천이 중심되는 논의 필요한 시점
2016년도에 비엔날레에서 인류세를 주제로 다뤘어요. 그때 반성했던 것은 항상 주제로 다루고 있고 어떻게 하냐는 얘기는 하는데 실천을 해본 적이 없는 거예요. 이후에 커넥트, BTS프로젝트를 5개 도시 작가들과 글로벌 세팅에서 하는데 이거 이동하는 순간 에너지 낭비되고 쓰레기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메시지지만 로컬에서 시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실험을 한 거예요. 그것처럼 이제 조금 더 한 스텝 나가서 인류세에 대한 것을 포문을 연 다음, 실질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더 발전시켰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종린│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현재 상황, 근대 산업사회의 후유증,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생각의 차이 물어야
기본적으로는 (지금의 상황이) 근대사회, 산업사회에 대한 어떤 후유증이라 생각하고, 그거에 대한 대안을 우리가 찾고 있는데, 그 순서를 찾자면 일단 탈산업화, 그다음이 탈물질화, 그다음에 탈인간화로 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이번의 위기를 계기로 더 빨리 와서 더 빨리만 가면 되는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가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봐야할 것 같고요. 사실 한국사회의 발전을 보면 탈산업화도 안 가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상황에서 SDF포럼을 계기로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지금 일과 가야 하는 길과의 사이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그 차이를 보면서 실천적인 방법을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권 도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삶에 대한 상상
SDF2020 자문위원들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코로나19로 우리는 그동안 미뤄왔던 질문과 마주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과거와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가?’.
이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최소한의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라면서 SDF 세 번째 다이어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한 SDF2020 자문단의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을 공유해봤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가장 인상적으로 느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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