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조각보]_평범한 여성들의 일상의 조각을 엮은 이야기 보따리

조각보 예고 Vol. 0

조각보, 다른 목소리로 부르는 하나의 노래

The connection by small steps

Different voices one song

왜 그랬을까……. 오랫동안 이유를 잘 몰랐다.

내가 그와 헤어지길 결심하면서 아이들을 제외하고 가장 마음에 걸렸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엄마’ 였다. 그녀는 아들의 출근하는 뒷모습을 4층 창문을 열고 매일 매일 바라보았고, 퇴근 후 말없이 문을 여는 그에게 가장 먼저 반갑게 환대를 해주던 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등에 내 아이들을 몇 년 동안이나 포대기로 업고, 어린이집을 번갈아 등 하원 시키고, 매일 밥을 먹여주셨다. 우린 아이들을 같이 돌보며 울고 웃었고, 함께 빨래를 갰고, 음식을 만들었으며, 청소를 하고, 시장에서 어묵을 사 먹었다. 서로 아프면 약을 사오는 사람이었고, 죽을 만들어주던 사이였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서로에게 항상 퉁명스러웠다. 그녀의 남편이 술을 유난히 많이 마시고, 크게 싸운 날이면 나는 그녀의 살아 온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번은 믿기 힘든 자신의 고통스런 시절 이야기를 하고는 “이런 얘기 살면서 누구한테 하게 될 줄 몰랐다. 평생 가슴에 묻고 갈 줄 알았는데, 너한테 이야기 하고 나니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몇 년간 내가 그 집의 유일한 ‘돈 버는 사람’ 이었을 때 나에게 항상 미안해하던 유일한 사람,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서로에게 “이거 좋아 보이더라!” 며 싸구려 양말이나 편한 옷 등을 건네는 그런 사이였다.

그와 헤어지고 싶다고, 저녁 식탁을 차리다 말고 말했던 그 날 밤, 70살, 38살 여자 둘은 방문 너머로 서로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혹독한 한 시절의 풍경을 들어 준 ‘한 사람’ 을 상실한다는 슬픔이었다. 대체로 평등하지도 상호적이지도 않은 관계였고, 서로를 절대 구원 할 수 없는 사이였지만, 우리는 그렇게 함께 공명하는 순간들로 ‘존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와 나는 두 아이의 양육파트너, 그리고 돌봄 공동체였던 것이다. 그걸 깨닫고 난 후에는 그녀로부터 1년에 한두 번 받는 문자 메시지에 더 이상은 대상을 알 수 없는 화가 나지 않는다. ‘보고싶다, 건강해라.’ 라는 말에 그저 가슴만 먹먹해지곤 한다.

그녀는 내게 자신의 헤지고 빛바랜 삶의 조각들을 보여주었고, 나 역시 보잘 것 없고, 때론 찌질한 내 삶의 조각을 보여주며 서로 함께 했다. 그렇게 사랑하고 미워하고 또 지겨워했다.

수많은 나의 ‘If’들 - 내가 할머니와 어린 시절 오래 함께 살지 않았다면, 내가 엄마에게 더 사랑받는 딸이었더라면, 막내 동생이 먼저 하늘로 떠나지 않았다면, 내가 성폭력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첫 사랑과 결혼했더라면, 그날 그곳으로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임신중단을 했거나 안했더라면, 좀 더 일찍 이혼을 했더라면...- 을 넘어 만난 존재들과 나는 가끔씩 공명하고 연결된다. 그들도 나와 같이 자신만의 ‘If’들을 건너왔겠지.

그렇게 스쳐지나가며 잠시라도 삶의 조각을 나눌 때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우리는 저마다의 우주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분노 뒤의 슬픔, 웃음 뒤의 외로움, 태어날 때부터 모두의 배경색이라는 우울-안에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런 조각들은 모두 연결되어 ‘살아감, 살아냄’이라는 같은 노래를 다른 색깔의 목소리로 함께 부르고 있는 게 아닐까?

서로에게 서로의 조각이 가닿기를. 그렇게 연결되어 서로를 감싸는 조각보가 될 수 있기를.

서로의 노래가 더 잘 들리기를. 그래서 그 노래의 마음 한 쪽에 흥얼거림과 춤이 살아나기를.

함께 만드는 조각보에 당신을 초대하며

아하 드림

아하.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일을 하며 삶을 보내고 싶은 사람. 고양이 보리의 집사.

평등과 화해가 있는 세상을 꿈꾸며 실천하는 연결자.

<조각보> 대표

첫 호의 이야기들 - 시작 세 문장

💌 여성으로 살기 조각 -엄마

- 전업엄마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by 울림

“꿈별이 어린이집 간 동안 뭐했어?” 날 도와주러 올라오신 엄마가 싱크대 가득한 설거지를 보고 말했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긴 하지만 오전에는 재활 치료를 가기 때문에 편히 점심 먹고 숨 좀 돌리면 바로 하원 시간이다.

- 엄마의 맛 : 미역국 by 호빵

“으애앵앵” 우렁찬 소리로 아기가 태어났다. 뱃속에서 움직임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던 아기가 엄마의 무지막지한 고통과 함께 세상을 만난다. 간호사님이 “산모님, 축하드려요! 예쁜 공주님 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천에 둘러싸인 아기를 보여준다.

- 쿨하지 못해서 미안해:유교문화는 존경을 가장한 권위의 우선순위인가, 구차함인가. by 강민혜진

중학생 여자아이. "엄마 내 데자와 드시면 안돼요." 하루 종일 학교 갔다가 학원에서 방금 돌아와 다시 책상 앞에 앉은 아이가 음료수를 놓고 한말이다. "제가 이거 학원 다녀와서 먹으려고 하루 종일 참았어요."라고 하는데도 도저히, 그 서운함을 감출수가 없다.

💌 생태,환경,인권 조각 - 먹거리

- 슬채생 : 슬기로운 채식 생활, 같이 해요! by 울림

초록의 계절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네요. 햇살이 좋은 날이면 제아무리 집순이도 자연스레 산책 욕구가 올라오죠. 그때 보고 싶은 건 빌딩숲은 아닐 거예요. 여름 나무의 싱그러움을 앞으로도 오래 누릴 수 있게 슬기로운 채식 생활을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요?

💌 문화 조각 - 영화

- 찬실이는 복도 많지 by 이슬비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친구가 보자고 해서 우연히 보게 됐는데, 보면서 많이 웃고, 또 많이 울었다. 한번이라도 마음속의 꿈을 따라가 본 적이 있 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지금 꿈을 따라 살고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영화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러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균형 있게 잘 담아냈다.

💌 일상 조각

- 5월 논예찬 by 강화마리

온라인 수업 후 좀 빈둥댔더니 해지기 전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이 좀 빠듯 하다. 그래서 간단히 간식을 챙겨먹고, 진영이와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논 길로 나갔다. 바람, 온도, 해 지는 시간을 생각해 제일 황홀한 딱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오월인데도 아직 늦은 오후의 들판은 상쾌하게 바람이 차다.

- 쫄보학개론 : 만국의 쫄보들이여, 힘내시라...(나부터...) by 늘봄

굳이 그동안의 내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왜?ᄏᄏ) ‘쫄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쫄보란 무엇인가. 40대 남자 팀장에게 한마디도 지지않고 바라라라락 할 말 다 하는 20대 직원이 있다. 그리고 푹 쉬고 싶은 주말, 친구가 놀자고 하면 거절을 못해서 놀러 나가는 사람이 있다. 누가 쫄보일까.

- 마을이야기 by 자몽

요즘 난 동네 길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토지에 대한 이해도, 국가기관별 이해도 전혀 없던 45살 아줌마가 동네 길 만들기에 나섰다. 우리 동네를 설명하려면....... 난, 학교를 품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 입사동기의 승진이 가져온 단상 by 뷰파인더

P와 나는 입사동기이다. 우리는 가장 많은 직종이 존재하는 사업장 중 한 곳이라는 의료기관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다. P는 행정부서에서, 나는 진료지원 부서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에 겹치는 지점이 없다.

- 소소의 소소한 글 by 소소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 문방구가 폐점하고 그 곳엔 ‘호호당’ 이라는 전통보자기를 만들고 판매하는 가게가 들어섰다. 아이들은 문구류를 학교에서 받거나 걸어서 이십분 거리에 있는 다이소에 가서 사거나 혹은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 얼떨결에 쓴 이야기 by 바람

어릴 적 기억 속에 늘 등장하는 보자기가 있다. 나름 멋을 낸 듯 조금 번쩍였을 흰 실크(? 설마 실크였겠나 싶지만...)재질에 파란 단청문양도 아닌 둥글게 이어진 테두리... 그리고 붉은 색의 꽃이 핀....... 무슨 조합(^^::)인지 도저히 알 수 없지만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그 보자기.... 바로 외할머니 보자기이다.

- 다시 만드는 무지개 바구니 :어린이집선생님이야기 by 지음

다섯 살이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던 날, 나는 어린이집을 떠나지 못 하고 주변을 서성이며 ‘아이가 울지는 않을까’, ‘잘 놀고 있을까’, ‘밥은 잘 먹을까’ 등의 많은 불안 속에 집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을 믿어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은 했지만 내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FAQ

💬조각보는 어떤 내용이 있나요?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두서 없이, 형식 없이, 중도 없이, 때론 맞춤법 없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글 쓰는 전문가, 콘텐츠 만드는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고 있습니다. 톡방 투표도 처음, 구글도 처음, 스티비 이용도 처음이지만, 즐거운 실험에 풍덩~ 빠져보려합니다.

* 전달 될 이야기 조각들 *

계절과 날씨와 환경, 맛있는 이야기, 건강해지려는 노력,민주주의, 정치, 정치인, 정책, 공동체, 나이 듦, 나물 , 육아, 살림, 만남과 헤어짐, 심리, 노동법, 직장괴롭힘, 발도르프 예술작업, 때를 알고 잘 살기 위한 지혜, 절기, 학교, 직장, 그림, 그림그리기, 그림책, 도서관, 넷플릭스, 왓챠, 요즘 드라마, 영화, 같이 읽고 싶은 책, 노인, 섹스, 수많은 혼(비혼, 약혼, 파혼, 결혼, 졸혼, 이혼, 재혼)이야기, 각종 폭력(데이트, 가정, 성, 직장)의 양상과 배후, 장애, 비장애, 돌봄노동, 장애아 엄마로 살기, 생태, 페스코, 비건, 덕후, 페미니즘, 젠더평등, 대화, 여행, 맛집.....

그리고 딱히 쓸모없지만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들.

이 모든 것들이 생각토론으로만 허공에 떠돌지 않도록 개인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 됩니다.

💬조각보는 누가 만드나요?

14명의 여성이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참여하실 수 있도록 열려 있을 예정입니다.

🌿강민혜진

빛나는 제조업에 종사중입니다.

🌿강화마리

중년을 달리다 암에 걸려 넘어진 김에 발뻗고 조용히 주변 둘러보며 강화도 오래된 시골집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어요. 엄마 18년차지만 세상 어설프고 어색해 아직도 사람에 적응중이고 오늘 나 쫌 어른같다 싶어 뿌듯해해요. 그냥 내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쓰려고해요.

🌿늘봄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림을 그립니다.

🌿바람

재미나고 의미있는거 좋아하는 놀기 좋아하는 작은도서관지기, 고딩중딩초딩유딩 3녀1남을 둔 교육부에서 상받을 준비 늘 하고 있는 사람, 마을 사람들과 어울렁더울렁 어울어져 사는 삶을 즐기고 있는 시골아줌마

🌿뷰파인더

두 아들의 엄마, 27년차 직장인으로 살며 경험하고 바라 본 세상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빛나

내 안의 빛을 찾고 빛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

🌿소소

당신과 소소하게 연결되는 소소

🌿아하

고양이 보리의 동거인,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사람. 77년생

🌿울림

두 아이와 두 고양이를 돌보는 전업 엄마입니다. 살림보다 책 읽고 만화 보고 글 쓰는 걸 더 좋아하는 왕년의 아이돌 덕후입니다. 라면과 떡볶이를 사랑하는 비건 지향 채식인입니다.

🌿은주

지금 이순간, 최선을 다하여 매일을 살아갑니다.

🌿이슬비

자기 삶의 연구자. Inspirational traveller. 몸과 마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몽

좌충우돌 성인군자. 조각보 신입사원.

🌿조유정

마음으로의 여행, 일상과 일상 밖으로의 여행을 통해 만끽하는 자유로움이 바로 나.

🌿호빵

시린 겨울날, 김을 폴폴 내던 빨간통에서 호호 불어가며 먹었던 호빵. 그 마음까지 따뜻했던 순간을 닮고 싶은 사람

💬조각보는 언제 받아보나요?

2020년 7월 1일 부터 2021년 6월 31일까지 1년 동안 실험적으로 진행됩니다.

8~10편의 조각보 이야기들을 월간으로 2~3회 보내드린 후에는

2~3편의 이야기들을 주간으로 전할 계획입니다.

구독해주시면,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계속 이야기 하고, 전할 수 있는 지지와 바탕을 만들어주시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또, 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조각보는 어떻게 구독하면 되나요?

2021년 6월까지 1년, 1차 프로젝트로 시작합니다.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한 달에 7천원의 구독료로

6개월, 1년 예약으로 받습니다.

- A : 6개월 구독 - 42,000원

- B : 12개월 구독 - 80,000원 (4,000원 할인)

- C(18세 이하 청년, 한부모 엄마) : 12개월 구독 - 10,000원 (84,000원 할인)

입금과 신청이 완료되면 구독이 시작됩니다.

구독 시작일과 프로젝트 완료일 사이의 시간이 짧으면 이전 레터를 PDF 로 보내드립니다.

이런 이야기를 받으면 좋을 분에게 선물하셔도 좋습니다.

*구독료 입금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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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린(조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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