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비움’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안녕하세요. 레터지기 수월입니다. 😄
절기 ‘경칩’(3월 6일)을 기준으로 날이 너무나 따뜻해지지 않았나요?
지난주까진 패딩을 벗지 못했는데 오늘은 두툼한 가디건 하나만 걸치고 출근을 해도 전혀 춥지 않을 정도가 되었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따뜻함을 몰고 오다니, 이번 봄은 성미가 좀 급한 모양입니다.
전에도 소개해드린 적 있는 《절기서당》에서 경칩은 땅을 뚫고 새싹을 틔울 양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시기라, 자연의 일부인 사람의 마음도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모양새라고 설명해요. 이 마음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맹자의 말을 인용합니다.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흔히 무언가를 하며 채우는 행위가 만족감을 준다고 믿고 있지만, 결국 넘침 뒤에는 공허함이 찾아옴을 살면서 많이 겪어보셨을 거예요. 그럼 반대로 비움은 어떨까요? 마음을 비우는 명상, 주변 환경을 비우는 미니멀리즘이 열풍을 지나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비움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오늘 소울레터는 ‘비움’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이야기를 글로 영상으로 나누고 있는 아침나무 님의 편지를 준비했어요. 비우는 사람에게 솟아오르는 기운을 지닌 봄을 맞이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부드러운 색감으로 채워진 풍경화 같은 순간을 님과 나누고 싶습니다.
봄을 맞이하는 비움


끝없이 머물 듯한 시린 겨울에 봄뜻(봄이 오는 기운)이 설핏설핏 어린다. 햇볕 무늬 아로새겨진 맨발로 산길을 지르밟는다. 겨우내 단단하게 얼었던 땅이 어느새 노란 햇발을 머금고 말랑말랑해졌다. 겨울과 봄이 뒤엉킨 촉촉함이 맨발에 스며온다. 노오란 생강꽃 피어나는 봄이 되면, 으레 봄맞이 의식을 했었다. 흙먼지 쌓인 창틀을 하나하나 닦아내고, 봄옷을 슬슬 꺼내 놓고,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 보고, 동그란 눈 크게 뜨고 오롱조롱 돋아나는 봄나물을 손바닥만 한 마당에서 이리저리 찾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날마다 새뜻한(새롭고 산뜻하다) 그림 그리는 하늘 보며 그저 기지개를 켤 뿐이다. 

택배 올 때마다 창틀 먼지를 찍어내면 봄맞이 창틀 평화놀이(청소)할 필요가 없다. 꼭 필요한 옷만 남기면 한 행거에 사계절 옷이 쪼르르 다 걸리기에 봄맞이 옷 정리가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없는 빈 거실은 봄 단장이 필요 없다. 봄뜻 품은 햇살이 아침마다 거실 벽과 바닥에 멋드러진 그림을 그리기에… 아기자기 장식품이 없어도, 올망졸망 소품과 화분이 없어도, 봄빛 아롱아롱 어린 풍경이 커다란 창을 가득 채운다.
 
좋은 것, 예쁜 것으로 앙그러진 공간을 자꾸만 채우던 시절… 쌓고 또 쌓는다고, 쟁이고 또 쟁인다고 헛헛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내 손에 쥐어도 기쁨은 잠깐뿐이었다. 물건으로 채운다고 빈 가슴이 채워지지 않았다. 기쁨도 잠시, 뻥 뚫린 헛헛함이 다시 성큼성큼 다가올 뿐이었다. 필요 없는 물건을 하나하나 비우면, 삶의 군더더기를 하나둘 걷어내면, 움켜쥐고픈 욕심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망도, 미래를 걱정하는 근심도, 과거를 놓지 못하는 집착도 사라진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욕심과 욕망, 집착과 근심을 비우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몇 해에 걸쳐, 쓰지 않던 물건을 필요한 이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주었다. 죽어가던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듯이… 쌓아만 놓았던 물건을 하나하나 나누며, 무언지 모를 기쁨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새 물건을 샀을 땐 느낄 수 없는 뿌듯함이 하이얀 물꽃처럼 밀려왔다. 소파, 탁자, 식탁, 책장, 에어컨, 세탁기, 침대… 수많은 물건이 일상에서 사라졌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걷어낸 맑은 빈 공간은 햇살 닮은 마알간 에너지를 내게 살그머니 안겨 주었다. 삶을 생동생동 살아나게 하는 공간이 주는 힘이 빈 거실 가득 느껴졌다. 
 
비움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다. 어느새 내 의식을 쑤욱 끌어 올렸다. 따로 마음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남 탓하던 부정적인 마음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사라졌다. 현재에 필요한 물건만 두고 살아가니, 미래를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았다. 과거가 내 발목을 잡지도 않았다. 애발스럽게(매우 안타깝게 애를 쓰는 태도) 마음을 빡빡 닦는 대신, 그저 필요 없는 물건을 놓아버렸다. 필요 없는 것을 내려놓으니, 삶은 신기하게도 내게 꼭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었다. 고난과 시련을 거부하고 저항하던 내게, 삶을 오롯이 믿는 마음이 퐁퐁 샘솟았다. 
 
맛난 음식으로 몸을 한가득 채우며 세상을 품은 듯 흐뭇해했었다. 그러나 이젠 비움을 알아버렸기에, 내 몸이 쉴 수 있는 봄맞이 몸 해거리(단식)를 한다. 그득한 포만감보다 할랑할랑한 빈 배가 주는 썰썰함(속이 빈 것처럼 시장한 느낌)이 더 애당긴다(마음이 끌린다). 가볍고 맑은 정신으로 새록새록 다가오는 봄을 맞이한다. 가득가득 채울 땐 느낄 수 없는 가벼운 상쾌함… 내 몸이 더 생생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루 몸을 비운다. 비움이 주는 마알간 헛헛함에, 봄이 더 또렷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스치는 바람도, 드리운 햇살도, 떠가는 구름도 빈 가슴에 쑤욱 다가온다. 
 
몸도, 공간도 확 비우고 봄을 탁 맞이한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그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빈 배… 그 무엇도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비우고 나니, 내게 있는 물건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진다. 비우고 나니, 내가 먹는 음식 하나하나가 더 맛있어진다.

빈 공간과 빈 배는 삶의 풍요로움을 내게 한껏 안겨 준다. 불평불만이 많던 삶이 기쁨과 감사함으로 흘러넘친다. 채우면서가 아니라, 비우면서 삶을 오롯이 받아들인다. 채우면서가 아니라, 비우면서 봄을 두 팔 벌려 맞이한다. 비우고 나서야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기에… 비우면 내가 내디딜 길이 선명히 보이기에… 채우면서가 아니라 비우면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여름내 초록잎을, 가으내 알록달록 단풍을 한가득 품었던 나무는 겨우내 모든 잎새를 미련 없이 떨구어낸다. 점점 겨울나무를 닮아간다. 꽁꽁 움켜쥐기보다 탈탈 털어낸다. 한가득 끌어안기보다 살며시 놓아 버린다. 채움보다 비움이 훨씬 풍요롭기에… 겨울나무처럼 모든 걸 비워야 내가 더 잘 보이기에… 모든 잎을 떨구어야 연둣빛 새잎을 다시 틔울 수 있기에… 
 
도토리를 여기저기 잔뜩 모아 놓고 어디에다 두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는 다람쥐가 아니라, 모든 잎을 떨구고 빈 가지로 차디찬 바람을 용기 있게 마주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여린 연둣빛 새싹을 틔울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처럼…
 
봄은, 삶은, 비움은 무한한 가능성을 한가득 품고 있다. 
내게 자박자박 걸어오는 삶이 노오란 봄처럼 기다려진다. 
아침나무
사회 편견을 넘어서며 자연과 함께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나누고 있다. 하늘풀밥(생채식) 먹고 구름둥지에서 가든한 삶을 살아가며, 돈, 건강, 사랑에 대한 편견을 깬 20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날빛둥이가 속삭인다》를 썼다.

님은 최근에 비우고자 했던 것이 있나요?
내 방, 옷장, 마음, 인간관계 뭐든 좋아요. 
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아침나무 님의 추천 도서📚

📕 될 일은 된다
(마이클 A. 싱어, 김정은 역, 정신세계사)

마이클 싱어의 40년 동안의 내맡기기 실험을 담은 이 책을 읽고, 호불호가 명확했던 나는 삶이 주는 대로 나를 내맡긴다는 게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재잘대는 에고의 목소리 대신 내면의 평온한 평화를 선택하고 싶었기에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이 생기고,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는 신기한 체험을 하면서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삶을 탁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삶을 내맡기는 것이 결국 나눔의 길이란 걸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 스스로 실험하면서도 느꼈습니다. 책에 끊임없이 나온 "Life knows better”처럼, 삶에 온전히 나를 내맡길 때 우주는 가장 좋은 것을 내게 준다는 것을…그것이 시련일지라도 반드시 선물이 숨어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배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스란히 가르쳐 준 책입니다.

📒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류시화 역, 연금술사)

이 책은 빛을 잃은 그림자(에고)가 아닌, 날빛둥이(날것 그대로 스스로 빛나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준 책입니다. 처음 읽을 땐 의식을 깨우고 그림자를 한 발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했고, 두 번째 읽을 땐 더더욱 날빛둥이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고, 읽고도 또 읽고 싶은 책입니다.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남에게 인정받는 무엇인가가 되려고 하는 우리에게,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더 소중함을 알려 줍니다. 날빛둥이가 아닌, 그림자로 살아가면 삶이 얼마나 큰 고통이 되는지를 알려 줍니다. 제목처럼 나 자신을 찾고 다시 삶으로 떠오를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 표지를 클릭하면 자세한 책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 소울 일지 💌

소명을 따른다는 것

제가 대학교에 막 입학했던 당시에 있었던 일입니다. 학교가 기독교 재단이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려면 필수 이수 과목 중에 ‘기독교 개론’이라는 수업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이름부터가 뭔가 종교적 색채가 강하기도 했고, 개론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재미가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는데요. 이미 수업을 듣기 전부터 의지를 잃어버린 저는 아무런 기대도 흥미도 없었기에 책상에 그저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의실 문이 열리면서 엄청 잘생기고 맵시 있는 교수님이 들어오시는 겁니다. 저는 그분의 비주얼에 압도당해 허리를 꼿꼿이 펴게 되었는데요. 그분은 지금 방송에서도 원활한(->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김창옥’ 교수님이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첫 개론 강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각자의 소명을 부여받고 태어나는데, 이때 이 소명(vocation)의 어원이 ‘voice’ 그러니까 목소리에서 따왔다고 하는데요. 소명은 직업적으로도 행할 수 있지만, 꼭 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이 삶에 부여받은 소명을 다양한 형태로 행하며 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누가 한 대 강하게 때린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막 대학에 입학해 단순히 패션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던, 제 좁은 사고에 교수님의 이 말씀은 깊은 내적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거의 12년간, 이 교수님이 말씀하신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소명이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길로 들어가 방황도 하고, 이상한 짓도 많이 했는데요. 번아웃이 걸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저는 삶이 제게 준 소명을 밖에서 찾으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정말 기존의 것들이 모두 재가 되다시피 타버린 번아웃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소명은 밖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변에 스스로가 진실할 수 있다면, 비로소 알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 방법이 너무나 간단해서 이걸 알고 난 다음에는 좀 허망했지만,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진실하기는 정말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저 자신에게 하는 질문은 남이 볼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지는데 거의 1년 가까이 걸렸던 것 같네요. 그리고 지금도 어떤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저 자신과 대화하는 데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과정은 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답을 정해 두지 않고, 질문은 걸어두되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의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더욱 솔직해져 보고자 합니다.
오늘 <나의 소울 일지>는 ‘STUDIO_ON_ZONE’이라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알고 깨달은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창작자로 활동하시는 김고래 님의 글로 꾸려보았어요.
‘번아웃을 겪었다’고 짧게 표현한 이 문장 속엔 얼마나 많은 일과 감정들이 담겨 있을까요. 그래서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변에 스스로 진실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소명을 알게 된다’는 김고래 님의 통찰이 가슴 깊이 남나 봅니다.
김고래 님의 성장 여정과 지혜들이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언제나 응원하고 지지할게요❤
*

<나의 소울 일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가족, 친구, 연인, 일터, 우연히 맞닥뜨린 일 등 살아가면서 겪은 다양한 일을 통해 내면을 살피며 알게 된 크고 작은 깨달음 이야기,
마음공부를 하며 겪은 소소한 생활 이야기,
다른 이들을 치유하는 힐러라면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답장을 나눠요
⭐ 저도 20년 넘게 주부로만 지내고 있어서 정민 님의 글이 오롯이 맘속에 다가오네요. 아이가 셋이라 하루에도 밥상을 5~6번 차리는 건 예사고 세탁기도 몇 번씩 돌리며, 아들들 방 정리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안 나는 때가 많은…
그래도 몇 시간 준비한 음식 맛있게 먹어주고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진심 어린 칭찬 한마디에 내일은 뭘 해줄까 스르르 녹아내리는 저를 보면서 작은 만족을 느끼곤 하지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도 있었으나 “작은 일도 사랑과 정성으로 하면 그게 도”라는 중용 한 구절이 내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제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가족 중 누구도 병원에서 환자로 병원식 안 먹고 환자복 안 입고 평상복으로 사는 삶에 감사하자고. 그 이상은 욕심이라고…”
남편이 큰 수술을 두 번 한 이후 마치 제 좌우명처럼 된 말이네요. 정민 님 말처럼 집안일은 충분히 사랑의 실천행위이자 내면을 볼 수 있는 명상의 시간임이 틀림없습니다. ^^

⭐ 다양한 소울레터 구독자님들의 사례들이 나오니 친근하기도 하고 각자만의 방법이 다 있는 것 같아서 좋은 안심이 되는 레터였습니다~!

⭐ 2019년 여름에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병원 생활을 하고 계세요. 코로나가 한창 심하던 시기엔 면회가 전혀 안 돼서 엄마가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아지셔도 가서 볼 수가 없었어요. 그저 집에서 안절부절하면서 기다리기만 할 뿐… 
그러다가 문득 집안을 둘러보니깐 답답하고 지저분해 보여서 청소와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도 불안과 두려움이 계속 밀려와요. 그러는 중에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다, 하면서 쓸고 닦고 버리고… '아니, 이게 뭐라고 여태 이렇게 쌓아두고 살았지?' 하면서 정리하고 나니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 후로도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이 오면 일단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괜찮다, 받아들이자!' 하고 저도 모르게 집안을 정리하고 쓸고 닦고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정민 님의 “오늘부터 집안일을 해치워야 할 대상이 아닌 휴식과 명상적 활동으로 삼아 보세요” 이 말이 정말 와닿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했던 행동이 또 다른 휴식과 명상적 활동이었음을 알게 됐으니깐요. 감사합니다~ _지니

⭐ 저는 베란다에서 제라늄을 키우고 있는데 물 줄 때 분갈이 할 때 정말 잡념이 사라지고 명상하는듯한 깊은 몰입상태로 일할 때가 많아요. 마음이 시끄러울 때도 꽃을 만지고 있으면 맘도 편해지고 진정이 되는 걸 많이 느낀답니다.

요즘 집에서 소리 내며 움직이는 것 중에 가장 고맙고 또 애정하는 게 있는데요. 바로 로봇청소기입니다. 어느 날은 로봇청소기를 가동시키고 다른 집안일을 하다 로봇청소기의 일하는 방법을 지켜봤는데요. 청소를 하다 배터리가 다 되어가면 (서두르지 않고 유유히) 스테이션으로 가서 충전을 하고 나옵니다. 그리고 충전이 다 되면 또 유유히 일을 이어나갑니다. 걸레가 더러워져도 유유히 왔다 갔다 하며 걸레를 빨고 또 청소를 합니다. 
내 에너지가 떨어져 간다는 것. 동시에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분량을 안다는 것. 또 멈출 줄 안다는 것. 무엇보다 허둥지둥하지 않는다는 것. 여러 가지로 참 배울 게 많은 녀석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안일에서도 나의 그릇을 안다는 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기가 충전을 하듯 나도 적정한 때에 맞춰 챙겨줘야 한다는 것. 쉽지만 늘상 놓치기 쉬운 가르침을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_엉뚱발랄어디갔니

오늘은 현존의 마음을 가지고 소울레터를 더 천천히, 차분하게 읽어보았어요. 특히나 소울 일지에서 나눠주었던 '자존감 없는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난 괜찮아, 그게 뭐 힘든 일이라고' 하면서 사랑하면서 받았던 지난 상처를 덮어두었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자유롭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지쳐있던 저를 다시 일으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래 추천 🎬

강아솔 <그대에게>

소울레터를 마감하는 지금(3월 8일), 빗방울이 떨어져서일까요? 잔잔한 노래를 나누고 싶네요.
"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라는 가사를, 특히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다음 소울레터는
2023년 3월 23일 목요일에 발송됩니다! 
오늘 소울레터, 어떠셨어요?
여러분의 의견은 소울레터가 무럭무럭 자라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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