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팩토리2와 오키나와의 루프트(Luft)가 함께 만든 <On and Around Table>. 오늘로 12주의 여정을 일단락 짓는 본 전시에는 최경주 작가(Artist Proof)가 루프트의 가구와 테이블웨어에서 영감받아 제작한 새로운 팩토리 에디션, 디쉬매트(dish mat)와 카펫(carpet)이 함께 합니다. 
팩토리 에디션이 제안하는 ‘심리스 플로우: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의 연장선상에서, 최경주 작가는 실크스크린과 콜라주 기법을 혼합한 디쉬매트와 빛과 그림자를 형상화한 카펫을 제작했습니다. 온/오프라인 팩토리숍에서도 소개 중인 아티스트 프루프 작업에 대해 최경주 작가와 나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진. 정해민
ⓕ 이번 에디션 작업은 꽤 신속하게 작업하셨어요. 관련 미팅 이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완성된 작업을 가지고 오셔서 팩토리 사람들이 깜짝 놀랐죠.
저는 평소에 하던 대로 했을 뿐이에요. 만들고 싶은 건 어렵지 않게 결정했고, 그 위에 어떤 이미지를 담느냐를 고민한 건데, 아시다시피 마키시 나미의 이번 작업에는 여백이 많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오히려 상상의 여지가 컸죠.
ⓕ ‘하던 대로’라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면 나갈 준비를 해서 바로 작업실로 출근해요. 작업을 하고 각종 업무를 보며 여느 직장인처럼 매일 일정한 시간 일하죠.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면 작업에 진도가 없지만, 일단 손과 몸을 움직이면 저 자체가 뭔가 제작하는 하나의 시스템이 돼요. 생각과 몸을 움직여 만드는 작업이 반복되면서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사진. 최경주 제공
ⓕ 작업실에 나가면 마치 빠져 있던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는 것과 같겠어요. 하지만 작가도 프리랜서인데 자기주도적으로, 균일한 호흡으로 작업을 이어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몸에 배서 그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에요. 다만 희한한 건 어쩌다 작업을 하루 안 하면 몸이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어요. 오히려 계속 작업을 하면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데, 쉬면 몸이 가벼워요. 대신 생각은 복잡해지죠. 그게 다시 시작하기 힘들어지는 구멍과도 같아서 컨디션에 따라 작업량을 조절하지만, 제가 정한 최소한의 시간만큼은 매일 작업하려고 해요. 
항상 붙들고 있어야 하는 최소의 시간이 있고, 반대로 아무리 신이 나도 넘지 않는 최대 시간이 있어요. 예전에는 ‘그분’이 오시면 밤을 새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해놓은 시간을 매일 하는 게 길게 봤을 때 더 낫다는 걸 깨달은 거죠.
ⓕ 루프트 전시와 연계해서 제작한 팩토리 에디션은 디쉬매트와 카펫이에요. 어떤 이유로 이 두 가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그간 가장 많은 작업을 했던 게 실크스크린이었는데, 지금은 매체가 매우 다양해져서 실크스크린은 제가 다루는 것 중 작은 부분이 되었어요. 저의 작업 영역이 점점 커진다는 걸 자각할 즈음, 이번 루프트에서 영감받은 것이 자연스럽게 팩토리 에디션으로 이어진 거예요. 디쉬매트에는 천 위에 콜라주, 실크스크린, 재봉질로 한 드로잉 등 제가 표현하고 다룰 수 있는 여러 방식이 담긴 거죠. 그간 많은 협업을 했지만, 이번 에디션 작업에서는 루프트의 식기와 소품을 가지고 와서 여러 방식으로 배치해보고 모습을 상상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큰 시너지가 된 거죠.

사진. 정해민
ⓕ 마키시 나미의 가구가 놓인 공간을 상상하면서 카펫을 만들고, 오케다 치카코의 식기, 젓가락, 컵 등을 보면서 디쉬매트를 만드신 거군요. 디쉬매트는 매트의 용도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그 자체로 벽에 걸어도 좋을 완결된 오브제 같다고도 했어요.
제작자인 저보다 사용하는 분들이 오히려 더 다양하게 쓰시곤 해요. 저의 보통 작업 프로세스는 식기들을 이리저리 올려놓아 보면서 크기와 조형요소를 고려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제작하는 것인데, (이번 팩토리 에디션에서는) 이 모든 게 큰 허들 없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루프트의 작업이 탄탄하지만 또 열려 있는 지점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 이번 에디션 작업에서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으면 좋겠는지, 혹은 꼭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결과물은 팩토리 에디션이지만, 출발은 제 삶 안에서 나온 것이에요. 디쉬매트는 요즘 제게 필요한 ‘원파인디쉬(one fine dish)’를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하거든요. 저의 일상을 보면 작업과 그 이외의 시간 사이 경계가 너무 불분명해서 의식주가 균형을 잡지 못할 때가 있어요. 오롯이 건강한 삶과는 거리가 멀죠. 그런 순간에 잘 만든 음식 한 접시가 내게 절실했고, 그게 요즘 나의 큰 즐거움이라면 ‘디쉬매트를 하나 만들면 좋겠다’ 한 거죠.
ⓕ 마키시 나미와의 인터뷰 중 인상적인 이야기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기록하는 게 무척 즐겁다는 것이었어요. 이번 전시 역시 본인의 작업은 배경이 된 채 경주 작가님의 에디션을 비롯해 여러 작가의 작업을 초대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까지 말씀을 되새겨보니 작가님도 루프트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작업에 기쁜 활력이 된 듯해 지켜보는 저도 ‘참 좋구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점점 많은 생각을 해요. 저는 사람의 기본적인 성정, 성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더라도, 저마다의 몸에 탑재된 중심을 잘 다스리고 유지하다 보면 언젠가 만날 사람은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우러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루프트 속의 제 작업이 잘 어울리는 것도 서로 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제가 루프트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정해민
아티스트 프루프 
Artist Proof는 최경주 작가의 프린팅 레이블로, 서울을 기반으로 다층적인 내면의 구조를 색의 중첩과 정제된 기호를 지닌 
레이어로 표현하는 개인 작업을 합니다. 아티스트 프루프를 통해 작업과 연결된 이미지로 
다양한 상품, 전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명  On and Around Table (by Luft + 𝛼) 
참여작가  루프트 Luft (마키시 나미, 오케다 치카코, 치카푸) + 윤라희, 이소영, 차승언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기간  2022.3.21(월) - 6.12(일) 
관람 시간  화-일요일, 11-19시(월요일 휴관​​) 

팩토리 에디션 협업 
Artist Proof (최경주) 
SAA (이산하, 정성훈) 

기획  팩토리2(factory2) x 루프트(Luft) 
공동기획·인터뷰  이경희 
진행  김유나, 김보경, 이지연 
그래픽 디자인  유나킴씨 
공간디자인  루프트(Luft) 
주최  팩토리2(factory2)

기획 팩토리2 
에디터 뫄리아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김유나 (유나킴씨)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