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 #들국화 #혁오 #배순탁

시사IN북 뉴스레터 #22

서울로 7017을 가끔 걷습니다. 옛 서울역 고가차도를 보행자 전용으로 개조한 길이죠. <시사IN>에서 가까워 기자들도 즐겨 찾는 곳인데, 어느 날 서울로 7017 곳곳에 설치된 대형 화분에 쓰여 있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길이 없는 숲의 날들
시간 아닌 시간 속을 지나는 바람
 
그리움들이 얼마나 눈처럼 내려야
그 봄날이 올까."
 
눈치 채셨습니까? 아마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는데요. 위는 조동진의 노래 <그렇게 10>, 아래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봄날> 가사죠. 처음에 저는 이 문구들이 시()인 줄만 알았습니다. 평소 흥얼거리던 노래 가사도 이렇게 적혀 있으니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요즘 세간의 화제라는 싹쓰리(유재석, , 이효리가 임시 결성한 혼성 그룹)가 세대를 아울러 인기를 끄는 것도 단순하면서 호소력 있는 가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던데요. 긴 장마에, 일에, 인간 관계에 마음이 지칠 때면 좋아하는 노랫말로 스스로를 위로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가을방학의 노래(<속여도 꿈결>)를 들으며 휴가 때 읽을 책을 챙겨보려 합니다.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 때"

💎  [주말에 뭐 읽지] 2주간 쉬어갑니다. 휴식과 재충전을 마치고 다시 뵐게요😀

                                                                    Image by Pixabay


들국화에서 혁오까지  

  이주엽 지음/열린책들 펴냄   
  
이 책의 완성도는 탁월하다. 이주엽씨는 글을 정말 잘 쓴다. 읽는 내내 감탄했는데 미문을 다루는 능력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문장의 호흡도 좋다. 보통 하수는 장문을 쓰고, 고수는 단문을 쓴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개 그렇다. 이주엽씨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장문과 단문을 정확하게 섞어 쓸 줄 안다. 이 덕분에 가독성의 전압이 유난히 높다. 그의 글은 나에게 여러모로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 형식이 제 꼴을 갖추지 못하면 내용이 아무리 충실해도 무소용인 법이다. 아니다. 기실 글 잘 쓰는 사람은 이 둘 모두를 함께 일궈낸다. 변함없이 빼어난 장정일 선생의 글을 보라. 〈이 한 줄의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뭐 하나 모자람 없이 훌륭하다. 여러분이 꼭 읽었으면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책이 아우르는 시대적인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들국화와 시인과촌장이 초반부를 장식하는가 하면 후반부에 가서는 혁오, 싸이, 아이유 등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팝도 있다. 밥 딜런의 ‘미스터 탬버린 맨 (Mr. Tambourine Man)’과 퀸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이 수미상관의 형식으로 서두와 말미를 장식한다.

“중요한 건 사운드다. 멜로디와 리듬이다. 가사는 그다음 문제다." 비평가 사이먼 프리스의 이런 정의는 아마도 진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노랫말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를테면 노랫말은 듣는 이의 곡에 대한 동기화에 영향을 주는 최종 심급이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해볼까. 사운드는 히트곡을 일궈내고, 노랫말은 명곡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연주음악이라는 소수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중음악이 명곡이 되려면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에게 불려야 하는 까닭이다. 그 노랫말을 이렇듯 인상적인 언어로 풀어낸 책을 보지 못했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무서운 의학사  
이재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역사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를 바꾼’ 유행병이란 말은 지나친 표현일지도 모른다.”  

의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저질러온 ‘의료사고’의 양과 정도가 어마어마하다. 〈의학의 진실〉을 쓴 데이비드 우튼은 히포크라테스 이래 1865년까지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해악을 끼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툭하면 피를 뽑고 칼을 대고 살을 갈랐고, 그 결과를 분석하거나 검증하지 않았다. 
의학사 칼럼을 써온 이재담 서울 아산병원 교수의 ‘에피소드 의학사’ 시리즈 1편 〈무서운 의학사〉는 의학 역사에서 일어났던 등골 서늘해지는 사건 사고를 주로 다루었다. 무서운 병, 무서운 사람들, 무서운 의사, 무서운 의료의 사례들이 기술되었다. 2편 〈위대한 의학사〉와 3편 〈이상한 의학사〉도 함께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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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1세대의 탄생 
홍재희 지음, 행성B 펴냄  

“같이 살아도 보고 혼자 살아도 봐야 자신에게 어떤 삶의 형태가 어울리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중년 비혼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비혼 담론이 퍼지기 훨씬 이전에, 이미 2030대를 지나 중년이 된 비혼 1세대가 존재했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서로 만나지 못하고 알지 못할 뿐 이 사회에는 나와 고민과 생각이 같은 사람이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결혼 제도 바깥에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혼은 ‘불효’라고 불리는 사회에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저자는 결혼 제도에 속박되는 것은 싫지만 그렇다고 혼자 살아가는 것은 두렵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다양한 동거 가족을 끌어안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목소리의 힘으로 꽃은 핀다  
최광기 지음, 마음의숲 펴냄 

“화려하고 장황하게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라는 겁니다.” 

‘거리의 사회자’ ‘인권 전문 사회자’ ‘백만 촛불집회 사회자’ ‘약자 전문 스피커’…. 저자에게 붙은 별칭에는 공통점이 있다. ‘함께’ ‘같이’ 그리고 ‘낮은 곳’. 남편에게 수십 년을 시달려온 어머니들, 미혼모, 노인, 탈성매매 여성, 그리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의 “고개를 숙여야 들을 수 있는 말”이 책에 담겼다. 저자가 거리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다.
사실 저자는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왼쪽 눈도 실명이 진행 중이다. 2005년에 시각장애인 등록을 했다.
“비장애인 위주로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한쪽 눈만 보이는 것이 더 괜찮지 않은가 생각”한다. “어떤 무거운 상황에서도 현장을 축제처럼 만드는 특별한 힘”이 글에서도 느껴진다.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김민섭 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아무것도 안 하고 정말 잠만 잤을 뿐인데.”  

정지우 작가의 제안이었다. 올해 3월부터 3개월 동안 ‘작가 초대 플랫폼 북크루’에서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를 진행했다. 김민섭·김혼비·남궁인· 문보영·오은·이은정·정지우 등 글맛 좋은 작가들의 에세이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메일함을 채우던 글 63편이 에세이집으로 나왔다. 
하나의 주제 아래 각자 글을 썼다. 첫 번째 주제는 고양이다. 책의 큰 주제는 ‘언젠가’다. “과거의 언젠가, 미래의 언젠가를 떠올리면서 지금 여기에서 ‘언젠가’를 이야기한다.” 작가 일곱 명 모두 평범한 일상에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들의 언젠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각자의 색과 취향도 달라서 어떤 글은 패스해도 어떤 글은 반드시 정독하게 된다.
 

'위드 팬데믹' 시대
슬기로운 휴가 필독서

인류 역사상 세 번째로 팬데믹이 선언된 2020년 3월 11일. 기자와 의사, 연구원 세 사람이 만났다. 
뉴스의 짧은 호흡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읽어내기 위해서였다. 
이 날 이들이 도달한 결론은 하나였다. “완벽한 방역? 그런 건 없다. 
가늘고 길게 간다.”


K 방역이라는 달콤한 수사에 휘둘리지 않고,
장밋빛 뉴노멀의 전망에 현혹되지 않으면서도, 이 특별한 시기를 동료 인간과 어떻게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파고든 책.

시사IN 저널북(SJB) 첫 책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가 출간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책방 투어를 

제주 서귀포 책방데이 행사에 이어 이번주는 7~8월 제주 전역에서 벌어지는 #책섬제주 페스티벌을 소개합니다. 
요즘 제주는 '책섬'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개성 있는 동네책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데요. 책섬에서 썸 타기, 뭔가 낭만적이지 않나요?😊 

올 여름 제주로 떠날 계획이 있는 분은 동네책방 18곳에서 벌어진다는 #책섬제주 페스티벌을 참조하세요. <시사IN> 친구책방인 책자국 서점에서 8월 둘째주 나경희 기자가 북토크를 벌인다니 관심있는 분들은 미리 찜하시고요.

 

<시사IN>이 전국의 동네책방🏡 35곳과 함께 책 읽는 독앤독🐶(독립언론×독립서점) 콜라보 프로젝트 페이지가 새로 오픈됐어요.

 
올 여름, 집 또는 휴가지에서 가까운 친구책방을 찾을 때 참고하세요. 친구책방에 가면 [주말에 뭐 읽지]에 소개된 책📚과 <시사IN>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동네책방에서 시사IN 구독을 신청하실 때는 해당 책방에 지원금이 갈 수 있게끔 책방 이름을 꼭 함께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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