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대 국민 공공서비스의 방향

김광순 | ㈜디맨드 대표

 
코로나19 이후 느낀 것들을, 저는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정부가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를 처음 맞닥뜨리고서 생사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부가 잘 대처를 한 거죠. 게다가 이번에 재난기본소득을 나눠받으면서 이런 식으로 도움받을 수 있다는 경험도 하게 되었고요

둘째, ‘디지털이라는 분야가 국민 생활에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리아 프리미엄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자조하고 평가절하하곤 했는데, 이번 코로나19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무엇인가 괜찮아지는 것 같다는 시민의식이 생겨난 듯합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 행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간 국민의 생계,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 있어서 정부는 간접적인 역할이었어요. 자기들 업무, 프로세스만 잘 처리하면 될 거란 입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국민의 생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그 방향을 세 가지로 제안합니다.
 
인간에 관한 아날로그적 관심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해결한다

첫 번째, 디지털 부문. 디지털이라는 말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 아날로그적인 가치들과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사람 중심적으로 욕구, 욕망, 경험 등과 관계되는 것이 그 핵심이거든요.

산업혁명 이전 시대는 사람들의 욕구가 많지만 충족될 수 없는 시대였고, 산업혁명 이후에는 대량 생산의 시대가 열리면서 그걸 다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이 어떤 욕망과 욕구를 갖고 어떤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지 살펴보아야 코로나19 이후 사회에서 산업의 핵심 동력이 무엇일지 진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의 발전은 사실 인간의 욕구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기술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서로 맞물려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하는 것이죠국민들의 아날로그적인 욕망과 경험을 받아들여서 디지털적으로 해석해 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동되어 사람들의 기본 욕구를 온라인의 가상세계에서 충족해 줄 수 있는 형태의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을 권장합니다.

"산업의 발전은 사실 인간의 욕구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기술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미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해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들이 직접 자기들의 경험을 공유하여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공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핍된 것이 많을 때에는 사람들이 공공서비스가 해주는 정도로만 욕구를 충족하고 말았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경험을 반영해서 이제껏 채워지지 못한 미묘한 요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어르신들이 생활하시는 것에 대해 걱정은 많은데 코로나19가 오고 나니 가족들이 직접 가보지도 못하고 죄책감만 들게 되었죠. 이런 것을 행정이 공공서비스로 채워줄 수 있습니다. 돌봄 사업을 디지털 전환하면 텔레케어(Tele-care) 서비스, 즉 원격으로 보살펴주는 시스템으로 펼칠 수 있는 것이죠.
 
경제 공황이 오더라도 발밑을 단단히 잡아주도록, 
행정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되어야

다음으로 지역 경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껏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지향적이었습니다.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는 것만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니 내수 경제, 그리고 지역 경제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거창한 글로벌 경제, 수출 경제를 이야기하다가도 당장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결국 내 주변에서 내 생존이 어떻게 확보될지가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코로나19는 글로벌 경제와 지역 경제, 즉 내수 경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지역 경제가 튼튼한 나라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형태에 주목합니다. 지역에 있는 문제를 지역에 있는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여 지역 내에서 비즈니스 형태로 풀어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인데요. 행정의 서비스도 이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나 믿을 거야, 한국 믿을 거야' 
신뢰, 공공성, 소통, 품격 등 사회적 자본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행정으로

마지막으로 사회적 자본을 소개하겠습니다. ‘코리아 프리미엄’, 즉 한국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죠. 코로나19 이후 국제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성이 대두되고 있거든요. 세계적으로 한국을 신뢰할 수 있다라는 반응이 생기니 이것이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줍니다.

신뢰 외에 사회적 자본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공공성, 소통, 품격 등이 있습니다. 행정이 이런 사회적 자본들을 확충하는 것이 코로나19 이후의 과제일 텐데요. 공공성의 경우 디자인적으로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어요. 버스 한 줄 서기를 권장하기 위해 보도에 선을 긋고, 지하철에서 다리를 너무 벌려 옆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도록 보폭 스티커를 붙이면 언어적으로 백 번 캠페인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죠.
국민과 투명하고 확실하게 소통하려는 노력도 상당히 중요합니다이 역시 디자인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얼마든지 소통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에너지 절감 고지서에 많이 썼으면 빨간색절약했으면 초록색으로 나타낸다거나안내 표지판의 경우에 픽토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직관적이라는 거죠

마지막으로 품격의 경우한국인 스스로 세계적인 관점에서 수준이 높은지낮은지에 대한 문제입니다국가적 자부심이 높아진 김에이 품격도 강화하면 좋겠어요잘 꾸려진 도서관공공 공간들을 통해 학생들의 품격동네 사람들 품격을 올릴 수 있거든요이런 문제를 행정에서 신경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