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아! 그래! 올해가 기회다. 혜원 아임 오막이 모두 모일 수 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올해가
 
017_오막 네이놈, 분수도 모르고 말이야!
오막 to 한아임
2023년 3월
 


아임아! 그래!

올해가 기회다. 혜원 아임 오막이 모두 모일 수 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올해가 지나가면 난 또 여행이란 것을 흐지부지하게 될 것 같단 말이지. 오히려 잘됐다. 급하게 일정 짤 필요 없이, 여름이나 가을, 아니면 더 늦게는 다시 겨울이 돌아올 즈음에라도 꼭 미국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겠다. 찬찬히 가고 싶은 곳들과 가서 하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면서 계획을 세워보겠다. 너와 그 변호사라는 미국 친구, 그리고 혜원이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나는 갈 테니 여유를 가져보겠다.


여행을 생각하다 보니, 그리고 혹시라도 여행지에서 음악을 만들 생각을(로망 같은 것이랄까) 하다 보니 최근에 작은 사이즈의 기타들을 알아보게 됐다. 물론 아임이 기타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사용해도 되고, 현지에서 아님 근처 어딘가에서 기타를 빌리거나 구매할 수도 있지만 뭐랄까 여행지에 꼭 ‘나의’ 기타를 들고 가고 싶은 로망이 있달까? 캬- 마치 엄청나 프로페셔널 뮤지션같잖아? 하핫. 물론 이런 겉멋 들고 본질에서 벗어난 보여주기식 모습은 최대한 자제하고 중요한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그래도 멋있는걸?
어쨌거나, 어쿠스틱 기타들을 알아보게 되었는데…참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기타의 세계는 끝이 없더구나.
브랜드에 따라, 목재에 따라, 제조 방식에, 기타의 크기에 따라, 연식에 따라 등등 무슨 종류와 가격이 그렇게 천차만별인지! 근데 이를 또 알아보다 보니 구매도 구매지만 그냥 유튜브에서 기타들을 찾아보고 각 기타들의 사운들을 들어보는 게 너무나 시간 보내기 좋은 취미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어. 정말…
정작 해야 할 것은 기타 연습인데 연습은 안 하고 기타만 알아보는 게 이따금씩 한심하긴 하지만 재밌는 걸 어떡해!

기타는 상, 측, 후 로 부위(?)가 나뉘는데, 보통 이 부위들에 솔리드 solid 목재를 썼는가, 혹은 합판 Laminated 목재를 썼는가에 따라 먼저 급이 나뉜다. 솔리드 목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원목 그대로를 썼다는 것. 그러니까 여러 겹을 덧대어 만든 합판 기타보다 울림이 좋겠지? 그래서 가격도 더 나간다.
그래서 올 합판 기타가 있고, 탑솔리드(상판만 솔리드)가 있고, 탑백솔리드(상판, 후판만 솔리드), 올솔리드(전부다 솔리드) 기타가 있는데 보통은 후자로 갈수록 가격이 높아진다고 보면 되겠다. 물론 소리도 더 울림이 좋고 풍성해진다고 한다. 다만 90%의 경우에 그렇고, 연식과 만듦새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합판이 탑백솔리드보다 소리가 좋고 이렇기도 하지. 아주 드문 경우지만!

그래서 솔리드 기타를 만들 땐 거기에 사용되는 원목이 무엇인지가 아주 중요한데 주로 사용되는게 시트카 스푸르스 Sitka spruce, 마호가니 Mahogany, 로즈우드 Rosewood라고 한다. 물론 각각의 목재에도 등급이 있어서 또 나뉘지만, 보통의 기타들은 저 목재들을 조합해서 만들지. 특수한 목재들이 쓰이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저 목재들이 가장 보편적인 목재이고, 가장 스탠다드한 사운드를 낸다고 한다. 

Martin 000-18 vs 000-15M (Spruce vs Mahogany Top Wood Battle)

(이런 걸 엄청나게 본다. 요즘. 취미가 되어버렸다)
마틴이라는 기타 회사에서 가장 유명한 시리즈 중 하나인 18과 15시리즈의 비교이다.
보통 기타회사들은 만들어지는 바디의 크기에 따라, 바디의 디자인에 따라, 그리고 사용되는 목재에 따라 저렇게 넘버링을 하는데 여기서 뒤에 붙은 18과 15 라는 숫자가 목재를 나타낸다. 15시리즈는 특이하게도 올마호가니로 만들어지는 기타들인데 마호가니는 다른 목재들에 비해 따뜻하고 저음이 강한 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갑자기 쓰다가 뒤를 돌아보니 내가 너무 기타 강의를 하고 있나 싶긴 한데…어쨌든 ‘소리’와 관련된 이야기니까 이해해주길 바란다. 

참 신기하지 않아? 목재 하나하나에 따라 저렇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마치 사람과 똑같다. 똑같은 사람은 없는 것처럼 똑같은 목소리의 나무는 없는 것이다. 같은 마호가니라고 해도 또 다르지. 그래서 같은 000-15m 기타를 쳐봐도 소리가 다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기타를 꼭 쳐보고 사라고 하는 것 같아. 왜냐면 온라인으로 주문했을 때 소리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으니 말이야. 물론 같은 종류의 기타 사이에서는 미세한 차이겠지만. 
EQ로 비교하는 영상도 있는데 다 다른 모양의 주파수로 소리를 낸다는 게 신기하다. 나무도 다 같은 나무가 아니며 강아지도 다 같은 강아지가 아니고 사람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닌 것이다. 개미들도 다 다르겠지. 벌들도 다 다르고.


내가 찾아본 수많은 종류별 기타 소리 영상들을 공유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 요즘 자주 듣는 어쿠스틱 기타를 활용한 음악들을 공유해보겠다. 
아티스트들이 음반을 낼 때 같은 음악을 ‘언플러그드’라고 해서 어쿠스틱 버전처럼 내는 경우도 있고 혹은 언플러그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지. 언플러그드 공연 중 정말 유명한 너바나 MTV 공연 영상이다.

Nirvana - Come As You Are (Live On MTV Unplugged, 1993 / Unedited)

물론 어쿠스틱 기타에 이펙트가 먹여지긴 했지만 너무 좋지 않나! 쾅쾅거리는 버전의 락들도 좋지만, 요즘엔 이런 게 땡긴단 말야. 그리고 여담이지만 커트코베인은 뭐 이리 간지나게 생긴 건지…참고로 커트코베인은 어쿠스틱 기타로 마틴 기타를 사용한 거로 유명하다. 뭐 딱히 어떤 아티스트들이 마틴기타로 유명한지 말할 것도 없다 사실은. 마틴은 웬만하면 누구나 다 사용하고 있는 그런 기타랄까. 꼭 한 가지의 기타만 사용하진 않으니까 다들.

John Mayer - Dreaming With a Broken Heart  

존메이어의 기깔나는 노래다. 참고로 존메이어가 치고 있는 저 기타는 마틴에서 만들어준 존메이어 시그니처 OMJM이라는 기타이다. OM시리즈의 기타에 존메이어의 이름을 붙인 것이지. 너무나 갖고 싶다고…그렇지만 너무 비싸다. 나중에 사야지. 존메이어를 들으면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확 든다. 중학교 때 처음 접하고 진짜 밤낮으로 계속 들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였나?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특히나 주구장창 들었던 노래,

John Mayer - Gravity (Acoustic Live)

오~그래뷔리~
마치 무슨 사투리 같네. 글로 적으니까. 이것도 어쿠스틱으로 들으니깐 좋다. 풋풋한 존메이어의 얼굴도 볼 수 있다. 물론 화질이 너무 구리긴 하지만 말이야. 예전엔 저걸 어떻게 잘 봤나 몰라. 마치 UHD 화질처럼 생각했을 텐데.
사실 Gravity는 엄청 블루지한 일렉기타가 들어가야 맛이지만 이렇게 들어도 다른 느낌으로 좋다. 시골 어디 벤치에 앉아서 혼자 부르고 있는 그런 평화로운 느낌도 들고. 시골에서 혼자 부르는 느낌하면 또, 이분을 빼놓을 수가 없다.

Damien Rice - Elephant 

실연당하고 혼자 어디 시골 섬에 들어가서 부를 것만 같은, 기타 하나와 목소리로 내는 절절함. 어쿠스틱과 락에 관심이 가면서 요즘에 다시 찾아 듣고 있다. 특히나 이 버전의 Elephant는 앨범보다 훠얼씬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 콘서트였다는데…나는 왜 저 때 몰랐나 생각해보니 군대에 있었나 보다.

내가 알기로 저 공연에서 치는 저 다 부서질 것만 같은 기타는 ‘Lowden’(로우든) 이라는 브랜드의 기타인데 아마 아일랜드의 기타 브랜드로 알고 있다. 참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일랜드 태생인 데미안라이스의 목소리, 그리고 곡 스타일과 저렇게 잘 묻을 수가 있을까. 요즘은 뭘 하고 지내시는지…인스타를 하시려나? 편지를 쓰고 함 찾아봐야겠다.
이분은 앨범을 정말 10년에 한 번꼴로 내는 것 같다. 앨범을 내는 것에 신중한 건지, 아니면 자기 혼자 곡을 만들고 자기 혼자만 부르는 데 소비를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더 내줬으면 좋겠다. 너무 도인 같은 느낌의 사람이라 누가 앨범을 내달라고 해서 낼 것 같진 않지만 말야. 

기타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게 그렇긴 한데, 컴퓨터를 사려고 할 땐 컴퓨터 부품들을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더 좋은 게 있고, 더 신기한 것들이 있고 끝이 없다.
아직 사보진 않았으나 차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리고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자기 분수의 안 맞는데도 더 비싸고 좋은 것을 원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정말 많이 자제하고 있다…승진아…너는 비싼 기타를 갖다줘봤자 그걸 쳐다보기나 하지 뭘 하겠니. 비싼 기타는 관리하기가 더 힘든 법인데 오히려 관리도 못 해서 잘 몇 번 치지도 못하고 기타 상태를 다 썩어가게 만들기나 할 거야. 그러니깐 그냥 값싸고 관리하기 쉬운 합판 기타나 사서 너의 기타 실력이나 연마하렴. 바보같은놈아…


합판 기타가 됐든, 솔리드 기타가 됐든, 어쨌거나 작은 크기의 기타를 살 것 같긴 하다. 기타에 대한 지식이 정말 전무할 때는 무조건 전형적인 큰 바디 모양의 기타인 드레드넛을 선호했는데 최근엔 그냥 내 코딱지만한 작업실에서 편하게 조용히 곡 만드는데만 도움이 되는 작은 기타면 충분할 것 같다. 또 나중에 여행을 갈 때 가져가게 될지도 모르니 작을수록 좋겠지. 
우리의 미국 여행이 아마 연말로 밀릴 것 같은데 그전까지 내가 값싼 기타로 실력을 갈고 닦아 악기의 성지인 미국에서 기타를 구매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꿈꾼다. 너도 나의 기타 매장 여행에 동참하겠니? 미국은 참 크고 가진 것이 다양한 나라야…우리나라엔 없는 기타들을 구할 곳이 왜 이렇게 많은지. 물론 그 전에 환율이 좀 떨어지면 좋겠구나. 그럴 기미가 안 보이지만 말야…


어쨌든 최근 나는 어쿠스틱 락에 빠져 있단다. 마지막으로 폭발하는 외로운 섬마을 아저씨, 데미안라이스의 미친 라이브 공연 영상을 남기며 나는 나의 저렴이 기타를 연습하러 가보겠다. 기타인이 되어서 만나자꾸나.

Damien Rice - I remember  

- 기타에 빠져 분수도 모르는 

오막이가


 

이번 편지를 보낸 오막은...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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