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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북 뉴스레터 #10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5월은 가족에 대해 돌아볼 일이 많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가족이라기보다 가족을 이루고 사는 생애주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 이 시기인 듯합니다.

코로나19 또한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일찍이 상상해 보지 못한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며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좁은 공간에서 한데 부대끼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간 갈등이 늘고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전화가 늘고 있다는 소식 또한 들려옵니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관계란 또 무엇일까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사IN>은 매주 금요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소개해 드리는 책들이 새로운 사회, 새로운 연결,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목하지 않았던 ‘소문자’ 여성의 삶  


김은화 지음/딸세포 펴냄  

저자 김은화씨의 어머니 박영선씨 같은 분을 나도 알고 있다. 

그는 많이 먹어도 여간해서 살이 찌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다이어트 같은 행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이 없어 쉬는 날엔 집안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된장을 담그든 반찬을 만들든 밀린 빨래를 삶든. 평일에 있는 제사 음식도 혼자 다 하는데 그게 걸려 죄송하다고 하면 “돈 버는 일이 훨씬 중하다”라고 한다. 사회가 늘 그래왔듯 스스로도 자신의 가사노동에 값을 매기지 않는 60~70대 여성이다. 이쯤 되면 독자 누구나 주변에 비슷한 인물이 한 명쯤 떠오르지 않을까.

45㎏. 평생 ‘작고 마른 몸’이 ‘언제나 위태로워 보였던’ 저자 어머니의 구술생애사를 담은 책이다. 1956년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나 공장 노동자, 방문 판매원, 만화방, 한복집 주인, 물류센터 노동자, 식당 종업원, 요양보호사 등 11개 직업을 거쳤다. 물론 가사와 육아, 시부모 돌봄 노동을 병행했다. 저자는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던 엄마에게 제대로 된 호칭을 붙여주기로 했다.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나 생계부양자 같은 호칭은 남성에게만 명예롭게 주어졌다. 나는 여기에 대항해서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다고, 아니 살렸다고.’  

최근 몇 년, 평범한 사람들의 생애사가 자주 눈에 띈다. 대부분 중장년 여성의 서사다. 한참 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대문자 역사와는 다른) ‘소문자’ 삶의 이야기다. 
박영선씨의 이야기도 스펙터클하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의 노동자로 일하던 10대 시절 언니들을 제치고 조장까지 했던 그가 결혼 후 기지를 발휘해 자영업을 이어가고 애 둘을 건사하면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자격증 공부를 한다. 결단하되, 그것에 책임지는 인생 태도는 이혼을 감행할 때도 적극적으로 발현된다. 

예순을 넘긴 그는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했다는데 과연 그럴까. 정말이지 아니다.

임지영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바이러스와 인간  
이낙원 지음, 글항아리 펴냄  

“한국 사회, 아니 인류가 긴 터널을 뚫고 지나가고 있다.”  

표지가 눈을 끌었다. 고글과 마스크, 방호복으로 꽁꽁 싸매진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영화 속에서만 봤던 의료진들의 모습이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 어느 때보다 의료진과 대중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시대다. 이 책은 코로나19 일선 의료 현장에서 한 호흡기내과 의사가 써내려간 기록이다. 저자가 속한 병원에서 선별진료소가 차려졌던 1월 말부터 두 달간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일기가 40편 실렸다. 저자는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대응과 감정을 조금이나마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바이러스·세균·미생물은 단순히 몸뿐 아니라 몸과 몸이 맺는 관계들,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에까지 자국을 남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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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 
리타 홍 핀처 지음, 윤승리 옮김, 
산지니 펴냄  

“시진핑 집권 아래, 중국의 독재적 권위주의가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015년 3월 중국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 다섯 명이 체포되었다. 이들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대중교통에 성희롱 방지 스티커를 배포하려고 계획했다. 중국 정부의 엄중한 단속 대상이 된 이들은 이후로 ‘페미니스트 파이브’로 불리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다. 저자는 이 사건 이후 중국 내 여성운동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한다. 중국의 영페미니스트(Young Feminist)들이 어떻게 중국 사회 내에 ‘균열’을 만들고, 공산당 정부와 맞서고 있는지 주목했다. 여전히 중국에서는 ‘미투 운동’과 관련된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대학 내 성추행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탄원서가 검열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이 만든 균열은 중국 사회 내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펴냄  

“혹시 진짜 살인에 관심 있으신지 궁금하군요.” 

세계대전이 휩쓸었던 20세기 초중반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스파이 소설’ 장르에서 최고 걸작이자 고전으로 이름 높은 작품. 영국의 추리소설가인 주인공 래티머가 어느 날 터키에서 시체로 발견된 악명 높은 국제적 범죄자이자 스파이 디미트리오스라는 인물에게 흥미를 갖게 되고, 유럽 곳곳을 오가며 그의 현란한 범죄 인생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체를 숨긴 채 유럽 각국의 온갖 범죄에 관여해온 수수께끼 같은 악당 디미트리오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서서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반전과 서스펜스를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에 드리운 충격적인 악의 실체를 파헤친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문학동네 펴냄 
 

“나는 그것이 두렵고도 기대가 된다.” 

작가가 된 후 11년간 쓴 산문을 묶었다. 요즘 그는 글을 쓰지 않을 때 발코니에 나간다. 식물의 화분을 갈고 가지를 쳐주며 ‘절박하게’ ‘싸우듯이’ 일을 하다가 너무 그랬나 싶어 플라스틱 앉은뱅이 의자에 앉으면 비로소 순한 잎들이 눈에 들어온다고. 쓰고, 먹고, 여행하는 ‘절박한’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어딘가 앉아 잠깐 응시한다. 거기서 길어낸 사유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 분명 사려 깊게 자리하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간의 작품에서 보여준 예민한 감각은 어디서 나오는지, 왜 아픈 기억을 버리거나 덮지 않고 꼭 쥔 채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작가에게 저작권이 어떻게 이후의 노동을 반복할 수 있는 힘인지에 대해 짐작하게 된다.  


이런 이벤트가 열리는 것 알고 계신가요?

어디서든 북콘서트

서울시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공공 헌책방 서울책보고에서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었네요😀
헌책방과 온라인이 만나면 어떤 일들이 가능할까요? 매주 선착순 5명 신청을 받아 온라인 책처방도 진행중이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조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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