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켑틱 #과학적사고 #가짜뉴스

[주말에 뭐 읽지]  2021-01-07 #38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정신줄 놓지 않고 '가짜뉴스' 판별하기

마이클 셔머 지음, 이효석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천문학자라는 이유로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것이 사실이냐?” 이 음모론은 2001년 미국 폭스 채널에서 〈음모론:우리는 정말 달에 갔을까?〉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절정에 이르렀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송에서 나온 ‘증거’라는 것이 모두 과학적으로 반박되었고 실제 달에 다녀왔다는 증거가 그보다 몇 배나 더 많다는 사실이 이런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가볍게 무시된다. 심지어 이 음모론은 미국과의 달 탐사 경쟁에서 뒤져 가장 크게 체면을 구긴 러시아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당시 러시아는 아폴로 11호의 비행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고 조용히 패배를 인정했다. 물론 이런 사실도 음모론자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지닌 믿음과 무관하게 사실을 나열하고 장단점을 고려해 가장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믿음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실제 사실을 자신이 평생 쌓아온 이론·가설·직감·선입견과 편견의 왜곡된 필터를 통해 바라본다.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믿음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데이터를 선택하며, 자신의 믿음과 모순되는 데이터는 무시하거나 합리적으로 배제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이라 부른다.
확률과 통계를 바탕으로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적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렇다 보니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어쩌다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 신비한 초자연적 현상이 되고, 어떤 이유로 사망한 사람이 우연히 얼마 전에 독감 백신을 맞았다면 백신이 사망 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그냥 잡담 수준에서 그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유명인이 공식 석상에서 주장하거나 신문의 헤드라인이 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넘쳐나는 가짜뉴스들을 제대로 걸러내는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어떤 주장에 대해 가능하면 가장 회의적인 태도로 명확한 사실을 따져보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에 무한히 열린 태도를 갖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훈련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과학의 세계다. 

마이클 셔머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각종 유사과학과 비합리적인 믿음에 맞서온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여러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강의를 하고 나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왜 우리가 당신을 믿어야 하죠?” 여기에 대한 그의 기발한 답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강환(천문학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플라스틱 수프
미힐 로스캄 아빙 지음, 김연옥 옮김, 
양철북 펴냄 

“1분에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2030년에는 두 대 분량일 것이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강한 데다 물에 젖지 않아 혁명적인 발명품으로 불렸다. 플라스틱으로 포장하면 보관과 운송에 용이하다. 대체할 수 있는 소재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플라스틱은 얼마 못 가 쓰레기가 된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지구상 모든 플라스틱의 22~43%가 매립된다. 그리고 바람에 날아가거나 물에 쓸려 자연에 투기된 플라스틱은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다만 잘게 쪼개질 뿐이다. 
‘플라스틱 수프’는 바다로 흘러들어 해류를 타고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모습이 마치 수프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책은 지금까지 보고된 플라스틱 오염의 실태를 정리하고, 해결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캐럴라인 줍 지음, 메이 옮김, 
봄날의책 펴냄 

“우리는 사과나무 그늘에 앉아 버지니아의 단편 〈과수원에서〉를 읽는 낭독회를 열었다.”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를 떠올릴 때 쉽게 ‘우울’과 ‘자살’을 생각하지만, 그가 생의 마지막 22년을 보낸 뭉크스하우스에는 삶이 있다. 그의 일상은 다른 사람처럼 행복과 불행 사이 어딘가를 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그곳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금붕어 먹이를 주고, 새 연못을 바라보고, 잔디볼링을 하느라 쓰는 일조차 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면서도 행복해한다. 또 출판사에서 책 판매고를 알리는 연락을 받곤 ‘욕실과 수세식 변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들뜬다.
오늘날 뭉크스하우스는 내셔널트러스트가 운영하며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기록에 근거해 울프 부부가 심고 가꿨던 대로 식재를 한다. 정원은 과거와 현재를 부드럽게 잇는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정원을 눈앞에 환하게 펼쳐놓는다.  


랭킹:사회적 순위 매기기 게임의 비밀
피터 에르디 지음, 김동규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우리는 순위를 끌어올리려 현실을 왜곡하는 존재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노벨상 수상자는 곧 해당 분야 정상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2018년까지 노벨상을 받은 총 935명 가운데 여성은 51명, 6%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성은 문학·물리학·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남성보다 열등하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성차별주의에 물들어 있다? 저자는 이렇게 썼다.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 어느 단계에서 노벨상 수상 기회가 대폭 줄어드는지 정확히 지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노벨상 이외에도 수많은 순위 시스템에 다양한 종류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다고 적었다. 공정한 평가 척도처럼 보이는 숫자들이 대개는 ‘주관을 객관화한 수치’에 불과하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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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다 배달합니다
김하영 지음, 메디치 펴냄 

“다른 ‘커넥터’와 마주칠 때는 감정이 미묘하다. 이들은 내 경쟁자일까?”  

무엇이든 배달되는 세상이다.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만큼 배달하고 원하는 만큼 벌 수 있다는 ‘신화’는 진짜일까? 기자 출신 저자가 직접 배달 현장에 뛰어들었다. 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 등 플랫폼 노동자로 일한 200일의 경험을 책으로 묶었다. 플랫폼 노동에서는 회사가 아닌 기계가 명령하는 대로 일한다. PDA만 있으면 못하는 게 없다.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고 하루 이틀만 일하면 능숙해진다. 이런 ‘혁신’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볼까? 라이더가 곡예 운전을 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감염병 시대에 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건당 수수료의 실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파고들었다. 배달을 시키거나 배달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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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들려오는 미국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네요. 새해 벽두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의사당을 폭력적으로 점거하는 유혈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의사당을 점거하겠다며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기어오르는 시위대라니,
그 시위대를 온갖 선동으로 부추긴 것이 현직 대통령이라니,
더더구나 이런 일이 벌어진 곳이 자기네 표현대로 '바나나🍌 공화국'도 아니고 전 세계 민주주의의 교과서라 불려온 미국이라니….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곁에서 지켜보는 인류사회 일원으로서 그저 참담함과 거대한 수치를 느끼게 됩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4년간의 독성 있는 정치와 의도적 허위정보가 오늘의 사태를 부채질했다라고 논평했더군요. 신년 첫 [주말에 뭐 읽지] 추천 도서를 <스켑틱-회의주의자의 사고법>으로 긴급 교체한 것도 그래서입니다(본래는 새해답게 밝고 희망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추천 도서를 올려드릴까 했어요😥). ‘가짜 뉴스라는 딱지를 함부로 남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비과학적인 정보와 맹신이 결합했을 때 벌어질 파국에 대해 더는 좌시할 수 없게 된 것이 2021년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책무일테니까요.

이 책은 지난 연말 시사IN이 발행한 별책부록 <행복한 책꽂이>에 소개된 책이기도 한데요. 그밖에 다른 추천 책들도 눈여겨봐주시길요. 택배 노동자, 플라스틱 쓰레기, 알고리즘, 가드닝 등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며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주제에 대해 출판사들이 발 빠르게 화답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뉴스레터 하단에 동네책방 링크 또한 첨부하니 책 주문할 때 참조하시고요.
 
아무쪼록 신축년 새해 몸과 마음 모두 안녕하시기를. [주말에 뭐 읽지]는 올 한 해도 님의 읽기 근육이 탄탄해지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믿고 읽을 만한 책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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