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께 보내는 열네 번째 흄세레터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흄세의 편집자 ‘흄’입니다.

 

여러분, 지난 2년 동안 정말 잘 참으셨어요. 아직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어려운 시기는 벗어난 것 같아서 조금 한숨을 돌려봅니다. 슬며시 스카이스캐너를 열어보지만…… 범접할 수 없는 항공권 가격에 놀라면서도 어쩐지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시즌 2 ‘이국의 사랑’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에 기획된 테마입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어디론가 떠나서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해보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한 것인데요, 다행히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져서 조심스럽게 여행을 하고 마음껏 사랑도 할 수 있다니(사실 사랑은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인데 말이죠)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4개월마다 다섯 권의 책을 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특히 시즌 2에는 꽤 두꺼운 책이 포함되어 있어서 더 그랬는데요, 한창 마감을 하면서는 투덜투덜 구시렁구시렁하기도 했지만, 영롱하고 웅숭깊은 얼굴로 출간된 책을 보고 있자니 모든 불만과 피로가 싹 사라지더라고요(편집의 노예……). 거기에 시즌 2를 기다렸다는 독자 선생님들의 피드백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분들의 응원까지 받고 나니 감격과 보람이 벅차올랐습니다(독자의 노예……).


이병률 시인은 이번 《매거진 흄세》에 수록된 에세이 〈어떤 아름다움은 어려워서 아프다〉를 통해 “나는 살면서 ‘베네치아에서 살고 싶어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베네치아, 저는 한 번도 못 가봤지만 이 문장을 보고는 베네치아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의 무대인 베네치아뿐만 아니라 시즌 2의 각 작품들에는 덴마크, 포르토베네레,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모리셔스, 런던, 파리, 베를린, 나폴리…… 등의 다양한 나라와 도시가 등장합니다. “외국 도시의 이름은 늘 그에게 유혹적이었다”라는 《도즈워스》 속 문장처럼 이국적인 지명이 주는 설렘과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는 위안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행을 떠나자. 아셴바흐는 이 생각에 만족했다. 아주 멀리까지, 호랑이가 사는 곳까지 갈 필요는 없어. 침대차에서 하룻밤을 자고, 정겨운 남쪽 나라 어딘가 평범한 휴양지에서 서너 주 낮잠을 즐겨야지…….(《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17쪽)

시즌 2의 소설들은 모두 애써 눌러온 여행에의 욕구를 건드립니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는 베네치아와 덴마크의 섬으로, 《그녀와 그》는 이탈리아의 포르토베네레로, 《녹색의 장원》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베네수엘라의 밀림으로, 《폴과 비르지니》는 인도양의 섬 모리셔스로, 《도즈워스》는 유서 깊은 유럽의 도시들로 우리를 잡아끕니다. 갖가지 유혹적이고 신비로운 문장들로 경쟁하듯이 말이죠.

 

서로 다른 양태의 사랑의 모습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10대 소년 소녀부터 중년 부부에 이르기까지 주인공들의 연령대나 환경도 모두 다르고, 작가들마다 너무도(!) 다른 사랑에 대한 묘사나 견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저로서는 조금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어쩌면 그렇게 능청스럽게 할 수 있는지…… 이를테면 이런 대사들인데요,

“저는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그게 아니라, 저는 당신을 미친 듯이 사랑합니다.”(《그녀와 그》, 90쪽)

“뭐든 좋으니 하늘에 있는 것을 너한테 줄 수는 없을까!”(《폴과 비르지니》, 83쪽)

“오, 당신에게 기어 들어가 당신의 일부가 되고 싶어. 날 보내지 마!”(《도즈워스》, 133쪽)

하지만 제가 썼던 연애편지들을 떠올려보면…… 네, 그렇습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절박해지고 조금 유치해지는 것이겠지요.


시즌 2를 편집하면서 마감만 하고 나면 무조건 여행을 떠날 거라고 작정했었습니다. 떠나길 자꾸 부추기는 소설들 덕분이었는데요, 항공권 가격에 조금 놀라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해묵은 여행 사진을 꺼내보며 마음을 달래봅니다…….


어디로든 떠나요, 여러분✈️

  
  
4개월마다 만나는
하나의 테마, 다섯 편의 클래식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 이국의 사랑
006 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 김인순 옮김

007 그녀와 그

조르주 상드 | 조재룡 옮김

008 녹색의 장원

윌리엄 허드슨 | 김선형 옮김

009 폴과 비르지니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 김현준 옮김

010 도즈워스

싱클레어 루이스 | 이나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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