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한국은 휴전상태의 국가입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루어졌던 종전 시도는 무효로 돌아갔고 윤석열 정부는 그것을 가짜평화 연극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종전을 위한 노력 대신 전쟁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사회심리적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정치·군사적 행정을 어떻게 파악하고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가 시급한 문제로 던져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2023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사이에 각각 전쟁이 시작된 것은 비극적이면서도 우리에게는 시사적이고 교훈적인 사태라 할 것입니다.
(소주제와 관련해 우선) 전쟁의 "발단"과 "기원"을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지만(발단) 그 "기원"은 해방 직후의 사회적 갈등에 있고 전쟁은 그 사회적 갈등의 연장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회적 갈등의 핵심에는 해방 직후 건설된 조선건국준비위원회와 지역 인민위원회의 요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친일파 중심으로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해 나간 미국의 정책이 놓여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ㅂ) 두 전쟁에서 '발단'은 각각 러시아의 침공/ 하마스의 침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ㅈ) 네. 그런데 두 전쟁을 기원의 시각에서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언론은 서방 시각을 표준으로 삼기 때문에 전쟁의 발단이 된 러시아나 하마스에게 책임을 돌리고 이들을 악마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는 강대국이면서 우크라이나 민중을 고통스럽게 하고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전쟁의 첫날 외에는 계속해서 약자로서 고통을 당하는 위치에 놓여 있어 고통의 시각에서 보면 고통을 가하는 자 대 고통을 받는 자라는 비대칭이 있음에도 말입니다.
ㅂ) 네, 그런데 두 전쟁의 기원에도 한국전쟁의 경우처럼 미국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가입 의사를 밝힌 데에도 미국의 영향이 컸던 것 같고요.
ㅈ) 책,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이하 모른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 기원을 2013년에 시작된 유로마이단(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촉구 시위) 우익시위에서 찾고 좀 더 먼 기원을 냉전 후 나토의 동진(나토는 통일 독일의 영토를 넘어 동쪽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약속의 위반)에서 찾습니다.
유로마이단은 나토가 동진을 시작한 것을 넘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까지 진격하여 러시아의 턱밑을 위협하도록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ㅂ) 유로마이단 시위 관련 2014년 기사입니다.
[경향신문] 우크라이나 시위 뒤에 ‘미국의 공작’ 있었나?↗
ㅈ) 나토군은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까지 참전했으므로 독일을 훌쩍 넘어 아시아까지 진출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ㅂ) 나토'군'이라는 것이 조금 생경하게 느껴져서 나무위키에 정리된 내용을 찾아보았어요.
[나무위키] NATO군↗
ㅈ) 냉전기에는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버티고 있어 나토도 유럽에 제한되었지만 1990년 소련 해체 이후에는 유럽을 넘어 동유럽, 아시아까지 뻗어 나갔고 한국도 지금은 나토의 파트너 국가가 되었습니다.
[외교안보연구소] 2023 NATO 정상회의와 한국·NATO 협력: 한국·NATO ITPP를 중심으로↗
ㅂ) 11월 2일 열린세미나에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을 다루면서 첫 번째 안건으로 전쟁의 역사적 기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습니다.
[TAPic 59호]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2023. 11. 12.)↗
1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의 '분양 사기'와 그에 따른 아랍지역의 사회적 갈등이 지금까지 사실상 중동을 상시적 전쟁상태로 있게 하는 기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ㅈ) 미국과 나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자지라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한 유럽의 비판적 지식인이 세 가지 이유로 이 전쟁의 책임은 유럽에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첫째로 유럽은 반유대주의를 통해 유대인을 유럽 밖으로 내쫓음으로써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이 모이도록 강제했다.
둘째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정착민 식민주의를 밀고 나갈 때 유럽은 이것을 지지했다.
셋째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아랍과 전쟁을 할 때 유럽은 이스라엘에 무기와 전쟁기술을 지원했다.
기억으로 정리해 본 내용입니다.
알자지라 기사 링크입니다.
[Al Jazeera English] 'We Europeans created the problem': Analyst holds Europe accountable for Israel-Gaza conflict↗
ㅂ)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의 기원이 잘 드러나는 비판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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