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다시다'가 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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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오늘은 올겨울 첫눈이 내렸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단비, 아니 단눈이 내려 조금은 마음이 몽글몽글한 하루가 된 것 같습니다.

집에만 있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 TV 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평일, 주말을 막론하고 별다른 약속을 잡지 않다 보니 여기저기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채널을 옮겨 다니곤 합니다. 최근에는 시즌 1을 끝낸 온앤오프라는 방송을 보았습니다. 성시경, 조세호 등이 진행을 맡고 출연하는 게스트들의 일하는 ‘On’ 시간과 ‘Off’ 시간의 일상을 보여주는 방송입니다. 

제가 본 회차에서는 써니가 보아와 저녁 식사를 나누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SM 엔터를 먹여 살린 보아, SM 엔터 최고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써니 두 사람이 마주 앉았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도 인상적이었지만 두 개의 큰 통유리창 너머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써니의 집도 꽤나 인상적이더군요. ㅎㅎ) 

오랜만에 컴백을 앞둔 보아와 한동안 가수 활동을 하지 않은 써니. 보아가 써니에게 다시 노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써니는 ‘자신에게 노래는 숙제 같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오랜 기간 가수로 살아왔지만 정작 솔로 가수로서 활동하려니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나는 다시다 같은 사람이었어.’

음식을 만드는 주재료가 아닌 맛을 더해주는 조미료의 역할만 한 것 같다는 거죠. 팀 활동을 하며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 노래를 할 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돋보이기보다는, 팀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노래하려니 주변에서는 ‘심심한 목소리'라고 평을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남들은 갖기 힘든 부와 인기를 누린 소녀시대. 이제 갓 데뷔한 후배들에게는 감히 넘보지 못할 꿈 같은 존재이기도 한 아이돌. 하지만 ‘써니'라는 이름이 아닌 ‘소녀시대'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자신의 색깔을 찾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다시다가 들어간 요리는 맛있습니다. 
하지만 다시다만 가지고 요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써니가 살아온 ‘다시다 인생'은 많은 사람의 직장생활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크고 좋은 회사에 다닐 때는 모두가 부러워합니다. 높은 연봉과 다양한 복지제도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은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가 되면 현실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다시다가 된 것 같습니다. 회사에 속해 있는 수많은 개인들의 노력이 모여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음식에 다양한 재료 그리고 조미료가 더해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회사를 떠난 개인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마치 다시다만 가지고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다가 아닌 주 재료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퇴사는 늘 하지 않은 숙제 같은 일로 남습니다. 언젠가 해야 하지만, 언제 해야 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미뤄둔 일기처럼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숙제란 언젠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알 듯이 일기와 숙제는 매일 꾸준히 하면 어렵지 않지만, 밀린 일기와 숙제를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퇴사라는 숙제를 덮어두고 모른 척하기 보다는, 매일의 숙제를 해나가듯 준비하면 어떨까요? 퇴사한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퇴사는 언제 할 것인지, 그럼 그때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당장 퇴사하라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언젠가 할 퇴사라면 미리 준비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스럽게 퇴사할 때가 되어, 써니가 했던 ‘다시다처럼 살았어'라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님도 회사에 다니면서 또는 지금 일하는 자리에서 ‘다시다’가 아닌 ‘맛깔난 주재료’가 되어보는 노력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아, 다음 달(2021년 1월)에는 유튜브의 다양한 인터뷰 콘텐츠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유튜브코드’의 호스트로 참여합니다. 지난 기수에도 호스트로 참여하여 6명의 참여자분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혹시 저,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일하시는 사람들과 유튜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

인간 강혁진과 함께 하는 유튜브코드 바로가기
 
감사합니다.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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