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호💌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경쟁 섹션에서 상영될 한국 장편 8편을 공개합니다. 한국 경쟁 부문 공모에 출품된 54편 가운데 선정된 8편은 과거사, 탈북, 퀴어, 환경 등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골고루 조명하고 있는 작품들과 그간 활동해온 감독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내려놓고 어떤 '역사적 대상을 오랜 시간 공들여 지긋이 알아가는 작품을 선보인 점'들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합니다. 경쟁작 8편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눌러 확인해 주세요!

강원도 횡성에 있는 문학 창작 공간, “예버덩문학의집.” 시나리오 작가이자 시인인 김전한감독은 이곳에서 2년을 지내며 <시인들의 창>(2021)을 만들었다. 말없이 책상에 앉아 있거나 정원을 서성이거나 산책을 하는 것이 전부인 작가들의 일상은 단조롭다. 창작은 쉽게 진척되지 않고, 작가는 공들여 쓴 원고를 불태우거나 키보드의 “삭제” 키를 눌러 커서를 뒤돌린다. 그렇게 “Q”라는 문자 하나만이 남은 자리를 채우는 것은 풍경이다. 강원도 어느 산속의 사계절 풍경과 소리. 70분가량 이어지는, 많지 않은 쇼트들 대부분은 작가들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영화는 창작을 위해 고뇌하는 인물이 아니라 그들의 자리, 그들을 감싼 공기와 시간에 관한 것이 된다. 영화의 마지막, 우연과 직관이 만들어 낸 놀라운 장면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모든 것은 빌려온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던 시인 김전한의 깨달음(“빌려온 풍경” 中)이 영화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DMZ Docs 강진석 프로그래머)

(DMZ Docs 강진석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