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보다 힘 세진 해양…폭염·호우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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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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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근영의 기상이야기]



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8월9일 오후 서울 강남 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내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선임기자
올해 우리나라에 닥친 한여름 폭염과 늦여름 집중호우가 닥친 것을 놓고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기후변화와 폭염·집중호우 등 여름철 극한 기상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나?

한양대 ‘해양-대기 상호작용 연구실’의 예상욱 해양융합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환경의 변화와 폭염·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의 기상학적·기후학적 인과 관계를 분석해 “올해 여름의 위험기상이 단발성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현상으로 고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1973~2018년 46년 동안 여름철 평균기온 순위 10위 안에 2010년 이후 6개 해가 포함된 것에 주목한다. 예상욱 교수는 “10년대의 6개 해가 10위 안에 들어갈 확률은 0.003%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 자연적인 변동성, 자연변화로는 해석하기에 통계학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와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남중국해 해수면 온도가 지난 4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해양과 대기의 관계가 뒤바뀌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 교수는 “2000년 이전에는 이 지역에서 대기가 해양을 지배하는 구조(레짐)를 보였는데 지금은 해양이 대기를 지배하는 형태로 반전됐다. 기후변화로 해양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중위도 지역에서도 레짐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남중국해 지역의 해수면 온도 11년 경년변화와 강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보니, 과거에는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강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 교수는 “엄밀하게는 강수가 감소하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구름양이 줄어들면 태양열이 바닷물에 더 많이 유입돼 수온이 올라간다. 곧 대기가 해양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000년부터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강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예 교수는 “이제는 해양이 대기를 지배하는 시대로 변했다. 레짐이 바뀐 것”이라고 해석했다. 레짐의 변화는 중위도 대기 순환에 영향을 끼쳐 한반도의 여름철 극한 기상에 지속성을 부여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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