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7
예술적 하루를 위한 작은 쉼표,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김희경 기자입니다. 

 '7과 3의 예술'에서 7과 3은 도레미파솔라시 7계음, 빨강 초록 파랑의 '빛의 3원색'을 뜻하는데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예술은 모두 7계음과 3원색으로부터 탄생합니다.
 '7과 3의 예술'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공연이나 전시 등을 살펴보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을 경유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채워줄 작고 소중한 영감을 전합니다. 

 27회는 사랑하는 연인을 그린 초상화로 잘 알려져 있으며, '몽마르트의 보헤미안'으로 불릴 만큼 낭만적이고 자유로웠던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스물일곱 번째 편지>

당신의 눈동자에 영혼 사랑을 담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1918 (*그림을 크게 확대해 보실 수 있습니다.)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우아하고 기품 있게 느껴집니다. 갸름한 얼굴, 가는 목, 얼굴을 받치고 있는 긴 손가락, 이를 부드럽고 둥글게 표현해낸 곡선이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이상합니다. 눈에 눈동자가 없습니다. 

 눈은 초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물의 기분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니까요. 이 그림은 대체 왜 눈에서 눈동자를 빼서, 이를 알 수 없게 한 걸까요.

 이 작품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가 그린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입니다. 에뷔테른은 모딜리아니가 뜨겁게 사랑한 연인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화폭에 담으면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니 더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당사자인 에뷔테른도 궁금해서 모딜리아니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그리는 제 얼굴엔 왜 눈동자가 없나요?" 

 그러자 그가 답했습니다. "당신의 영혼을 다 알고 난 후에 눈동자를 그리겠소."  

 
 초상화에 연인의 영혼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었던 모딜리아니. 그래서 그 영혼에 깊숙이 도달하기 전까지 눈동자를 비워둔 것이죠. 

 그는 26점에 달하는 에뷔테른의 초상화를 그리며, 연인을 점점 알아가고 사랑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말대로 에뷔테른의 초상화엔 눈동자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눈동자에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과 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영혼을 함께 불어넣은 것이죠.

1918~1919년 그린 잔 에뷔테른의 초상화. 
  불멸의 사랑과 이를 담은 작품들로 오늘날까지 자주 회자되고 있는 모딜리아니. 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벨 에포크 시대, '몽마르트의 보헤미안'으로 불릴 만큼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즐겼던 화가. 그러나 끝내 비극으로 끝나버린>자세히 보기 

김희경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겸임교수.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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