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26호

우리 삶의 많은 일들이 지나고 나면 ‘그래도 견딜 만했던 시간이었다.’라고 기억되곤 합니다. 이러다 사람도 지구도 녹아버리는 건 아닐까, 싶었던 여름도 어느샌가 불어오는 아침저녁의 서늘한 바람에 또다시 흘러간 시간이 됩니다. 지나간 시간을 어느 정도 미화시키는 인간의 능력은 다시금 오늘을 살아갈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산지니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소설 출간 작업과 함께 달렸습니다. 두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을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사춘기 소녀 수자가 겪는 성장통, 코로나와 악성 리뷰어로 생계가 위협받는 자영업자의 눈물,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와 관계를 탐구한 이야기들까지. 세 명의 여성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담당 편집자의 소개로 만나 보시죠!
#줄거리 훑어보기

1970년 중학교에 입학한 수자는 혼란스럽다주변 친구들이 변하는 것은 물론몸과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작새가 구애하듯 S언니와 S동생을 찾고자기 맘에 맞는 친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주변 아이들 사이에서 수자는 유경을 찾아낸다그리고 유경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다.

S언니라는 1970년대의 문화가 담겨 있는 <S언니 시대>는 시대의 편견에 맞서고또 순응하며 나아간 수자의 S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언니들의 사연을 지켜보고 기록하며 수자는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와 함께 질투냉소친밀체념쾌락 등 다양한 사회적·심리적 성장통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제나 편집자의 한마디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제가 동생인 경우보다 언니로서 동생들과 함께였던 경우가 많았습니다그건 저에게 여동생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여동생과 함께 부닥치고 성장하며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비단 친동생뿐 아니라 제가 관계해온 친구동생언니 모두와 질투와 안쓰러움응원 등의 상호작용을 하며 성장한 것 같아요그래서 이 소설을 편집하며 저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S언니, S동생들이 떠올랐습니다지금까지 연락을 이어간 인연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그들이 저에게 준 영향은 아직도 저의 생각과 행동에 남아 있습니다마치 수자의 일기처럼요여러분의 S언니는 어떤가요?

배달 리뷰를 두고 벌이는 자영업자와 악성 리뷰어의 한판 전쟁

배달의 천국

#줄거리 훑어보기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2020년대 초반, 식당을 운영하는 만석은 식당 영업 제한조치로 홀 장사 매출이 떨어지자 배달장사에 뛰어든다. 그러나 배달이 가진 비대면이라는 특성상 진상손님이 전에 비해 훨씬 늘어 골머리를 앓는다. 진상손님 응대에, 배달 앱 리뷰관리에 마음 편히 자 본 것이 언제인지, 매일 전전긍긍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만석의 장사 인생에 모욕감을 안기는 악플이 달린다. 허위 내용에 인신공격까지 해대는 리뷰!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리뷰를 두고 벌이는 이 악플러와의 신경전은 곧 그 끝을 알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누구에게는 편리한 천국일 ‘배달 강국’ 대한민국. 그러나 그 천국을 위해 지옥의 맛을 견디는 이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로 살아가며 착취의 굴레에 갇힐 수밖에 없는 현대 플랫폼 자본주의의 어둠을 고발한다.

#소원 편집자의 한마디
제가 사는 오피스텔 건물 1층에는 금요일 저녁만 되면 배달 기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우르르 몰려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배달 전성시대’가 특히 금요일 저녁에는 더 와닿습니다.

<배달의 천국> 원고를 맡고 난 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배달 기사분을 더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지나가다 괜히 가게 안을 들여다보며 손님이 많은지 적은지 확인하기도 하고요. 평소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 편이 아니라 배달업 생태계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블랙컨슈머’, ‘리뷰 갑질’을 다룬 뉴스를 보면서 ‘저 스트레스는 어떻게 감당하냐’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정작 내 일은 아니라며 생각을 덮었습니다.

그렇지만 전 ‘나도 나만의 가게를 하나 차려볼까’ 했던 생각을 일단, 좀,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자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 여러모로 공감하실 테고, 혹여 자영업을 꿈꿨던 분들은 책을 읽고 저처럼 몇 걸음 물러날지도 모릅니다.(ㅎㅎ)

흐릿한 진실과 거짓의 가장자리를 맴도는 진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줄거리 훑어보기
지웅은 남들보다 소리에 민감해 작은 소리까지 구분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무기력한 삶을 살던 지웅에게는 좋아하던 휘파람새 소리를 들으러 길을 떠났다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기억만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의지도, 열정도 없다. 어느 날 지웅이 사는 빌라에 한 여자가 이사 온다. 여자의 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지웅은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표제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꽃, 동물, 새, 모든 것들은 말이야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짓이 없다는 거야.” 등단 이후 꾸준히 현대인의 모순된 심리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온 장미영 소설가는 7편의 단편을 통해 자기 자신, 또는 타인과의 사이에서 이유 모를 혼란과 관계 변화를 겪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초록 편집자의 한마디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는 2019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미영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오랜 시간 첫 소설집을 위해 달려온 작가의 작품에는 작가가 관심 가져온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저는 특히 등장인물들이 혼란을 겪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학부모의 거짓말과 싸우는 어린이집 교사, 죽은 엄마를 보는 아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인물에게 불쑥 찾아오는 어떤 기억들, 무기력한 일상 속 방황하면서도 꿈을 좇고자 하는 청년들.
소설에서는 극적으로 표현되지만, 사실 우리는 한 번쯤 이와 유사한 감정을 경험하고는 합니다. 그렇기에 인물들의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판단할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그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작품에서 무엇을 느끼게 될지 궁금합니다. 이제 책은 제 손을 떠났으니 저는 이 책이 독자를 만나며 어떤 변화를 맞을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달의 신간
바그너의 마지막 인터뷰
오해수 지음 | 352쪽 | 25,000원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를 가상 인터뷰로 다시 만난다! 바그너의 생애와 성품, 그를 둘러싼 논란까지. 우리가 궁금했던 바그너에 대한 모든 것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냈다.  

21세기의 바그네리안은 말년의 바그너에게 과연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S언니 시대
조화진 지음 | 260쪽 | 17,000원


1970년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레트로풍 장편소설. 
조화진 소설가는 사춘기 소녀 수자가 시대적 변화와 성장통을 겪으며 S언니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배달의 천국
김옥숙 지음 | 304쪽 | 18,000원

리뷰에 살고 리뷰에 죽는다!
배달 앱 리뷰를 두고 벌이는 식당 사장과 악성 리뷰어 전쟁의 결말은?
‘배달 강국’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자영업자의 우울한 자화상과 플랫폼 자본주의가 내포한 착취의 굴레를 고발한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출간예정
장미영 지음 | 272쪽 | 17,000원

2019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미영 소설가의 첫 소설집.
표제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를 비롯한 일곱 편의 작품은 자기 자신, 또는 타인과의 사이에서 이유 모를 혼란과 관계 변화를 겪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행사 안내  

독서 아카데미 2차 수강생 모집

산지니에서 <기후위기와 문학의 대화>를 주제로 2차 독서아카데미 회원을 모집합니다. 1차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현 지구와 인류의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2차 아카데미에서는 본격적으로 기후위기가 녹아든 문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2차 산지니 독서 아카데미 일정
✔ 기후 위기, 여성과 환경정의: 김서라(문학평론가)
  -일시: 8월 24일 오후 2시
  -장소: 산지니X공간
함께 읽을 책: 스테이시 얼라이모(윤준, 김종갑 역), <말, 살, 흙-페미니즘과 환경정의>(그린비)

✔ 기후 소설의 양상: 김만석(문학평론가)
  -일시: 8월 31일 오후 2시
  -장소: 산지니X공간
함께 읽을 책: 이언 매큐언(민승남 역), <솔라>(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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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은 2020년 첫 시작을 알린 반연간지입니다. “주류 담론의 지형을 뒤흔들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문학/사상>은 기존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았던 여러 담론들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 나누는 텍스트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또한, 인문학의 위기에 맞서 문학과 사상에 대해 논하고, 분과학문의 벽을 허무는 통합 인문학적 사고를 위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문학/사상 7호 기후위기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와 지구가 처한 상황들을 직시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모색한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문학이 나아가야 할 향방, 암담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어야 하는 이유 등,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담론들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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