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유엔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패널) 보고서와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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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

이미 우리 곁에 닥친 기후변화

최강국도 홀로 대처는 불가능

1.5도 상승하면 사막화·가뭄

트럼프 파리협약 탈퇴는 잘못

녹색경제 수천만 일자리 창출

‘글로벌적응委’ 출범 큰 의미


지난여름 지구 전체는 폭염으로 몸살을 겪었다. 더위라고는 느껴보지 못한 스칸디나비아 반도도 올여름의 폭염을 비켜 가지 못했다. 스웨덴에서도 관측 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범세계적 문제로 이미 우리 모두의 곁으로 다가와 있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도 기후변화에 홀로 대처할 수는 없다. 가장 부유한 나라부터 가장 가난한 나라들까지 우리는 모두 하나의 지구를 공유하고 있으며,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

지난 8일 유엔의 ‘기후변화 정부 간 패널(IPCC)’이 발표한 보고서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금 이대로 가면 지구의 기온이 머지않아 섭씨 1.5도 수준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5도 상승은 해수면의 상승, 사막화, 가뭄과 같은 파국적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한 마지노선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의 지도자들이 공동의 인식에 기초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이 지구는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 선진국 지도자들은 2009년 코펜하겐기후변화회의에서 개도국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1000억 달러의 공적·사적 기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 약속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회의 당시에도 재확인됐지만, 약속된 기금은 지금까지 목표액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2015∼2016년의 기후 기금은 각각 480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최빈국에 간 돈은 90억 달러에 불과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 기온은 이미 19세기 말보다 0.9도 더 높아졌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달 사이에만 미국 동부 해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호주의 유례없는 가뭄과 같은 기상이변을 목격해 왔다.

필자는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려왔으며 2015년 드디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조인에 기여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가 지구촌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이 협약에 유엔의 193개 회원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및 팔레스타인 등 총 197개 당사국 모두가 서명했다. 지금도 나는 파리협약이 무(無)탄소 기후 대응 경제로 이행하는 데 최선의 희망을 제공한다고 확고히 믿고 있다.

그러나 주요 경제국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어서 매우 실망스럽다. IPCC 보고서는 말로만 떠들고 있을 시간이 지났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그야말로 생사의 문제이다. 예컨대 지구의 기온이 1.5도에서 2.0도로 오르면 아프리카 몇몇 지역의 옥수수 산출량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 결정은 정치적으로는 근시안적이고 과학적으로는 그릇된 것이다. 훗날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의 그릇된 편에 서 있었다고 심판받지 않을지 걱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 다른 모든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유엔 회원국들은 각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포괄적인 국가별 적응·이행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부유한 국가들이 최빈국들에 기후 기금을 신속히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부문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과 투자가들도 화석연료와의 모든 연계를 끊는 등 대담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지금 행동한다면, 혁신적 기술로 인한 새로운 기회를 쥘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녹색경제는 2030년까지 24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책임성 있는 거버넌스 없이 지속 가능한 녹색경제로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6일 네덜란드 총리를 비롯해 영국, 독일, 인도,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 등 17개국 정상들이 ‘글로벌적응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Adaptation)’를 출범시켰다. 필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기술고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CEO와 함께 이 위원회의 의장을 맡았다. 이 위원회는 파리협약 채택 5주년인 2019년 9월에 소집될 유엔기후변화정상회의에 활동정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우리 모두에게 닥친 도전은 험난한 것이다. 공평, 포용, 협력이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국경을 초월해 일어난다. 따라서 우리의 행동도 국경을 초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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