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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북 뉴스레터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바깥 출입도 어려운데 웬 선거 타령이냐고요? 

사상 초유의 재난은 우리에게 중요한 진실을 환기시켰죠. 우리가 선택하는 정치가 궁극적으로 재난에 대처하는 사회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요.
개방이냐 폐쇄냐, 민주주의냐 권위주의냐의 갈림길에서 운명이 갈린 세계 각국을 보며 새삼 정치의 본질, 권력의 작동 방식을 묻게 되는 이즈음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사IN>은 매주 금요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한 동네책방 주인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처럼 지역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게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하던데요. 이번 주말엔 인터넷이나 전화 주문으로 우리동네 책방에 힘을 실어주시면 어떨까요?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  



그레이엄 앨리슨, 필립 젤리코 지음/김태현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내가 정치팀 첫 발령이 난 초짜 기자고, 출근 전에 단 한 권만 읽을 수 있다면, 이걸 보겠다. 결정의 엣센스. 첩보 스릴러처럼 읽히는 쿠바 핵 위기 막전막후. 라쇼몽이 떠오르는 삼중 구조. 감탄만 나오는 이론적 모델링. 권력의 작동원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2013년엔가, 〈결정의 엣센스〉를 읽고 얼떨떨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 트위터에다 이런 글을 끼적거린 적이 있다. 주위에다 틈나는 대로 추천도 했다. 그러다가 곧 절판이 됐고(안타깝게도 이런 중요한 책이 절판되는 일이 한국에서 드물지는 않다) 나도 한동안 잊고 살았다.

2018년 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느 신생 출판사 대표였다. 〈결정의 엣센스〉 번역을 다듬고 제목도 바꿔 재출간하는데, 5년 전 내 트윗을 추천사로 쓰고 싶다고 했다. 별 생각 없이 승낙했고, 책은 〈결정의 본질〉로 제목이 바뀌어 나왔다. 실물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잘못했습니다” 소리가 튀어 나왔다. 아니 내가 뭐라고 이런 걸작을 두고 추천이네 어쩌네 건방진 소리를 했을까.

〈결정의 본질〉은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 케네디 정부의 의사결정을 연구한 국제정치학의 고전이다. 읽고 나면 권력의 작동 원리를 보는 눈이 달라져 책을 보기 전의 관점으로 돌아가기가 불가능하다. 기자 생활 대부분을 ‘정치 관찰자’로 보냈다. 내 정치 관찰자 생활에 끼친 영향으로 치면 이 책은 반드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무언가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가? 음모와 기획의 냄새가 나는가? 선거가 코앞이니까? 권력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이 책을 읽으시라. 의외로, 권력은 그런 게 아니다. 정부, 정당, 회사, 가족까지, 사람들이 모이고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곳에는 어디든 권력의 논리가 있다.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국회나 청와대를 이해한다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은 말이다.

천관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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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해냄 펴냄  

“광장을 촛불로 물들여도, 정권을 교체해도 우리의 현실이 제자리걸음인 이유.”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것이 정의다.’ 이 문장에 동의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고 민족에도 우열이 있다.’ 이 문장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우열반’을 나누는 한국 교육에서 이러한 불평등을 신념으로 하는 파시즘이 보인다고 지적한다. 
독일 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김누리 교수(중앙대)는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를 비추어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대하고 동시에 취약한지 묻는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정치 민주화만 이루었다. 정치의 광장에서는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보지만 일상적으로는 불의에 저항하지 못한다. 높은 자살률, 긴 노동시간, 입시 지옥 등 우리 삶이 불행한 이유는 사회·경제·문화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꽃 보고 한 걸음 구름 보고 한 걸음
한국의료복지사회적 협동조합 연합회·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 지음, 만만한책방 펴냄  

“오늘 돌봄을 하는 내가, 내일 돌봄을 받게 되지요.”  

3월13일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한 간병인이 숨졌다. 그가 돌보던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지 20여 일 만이었다. 당뇨를 앓던 77세 간병인의 시급은 4200원이었다. 취재를 하면서 전화로 연결된 경남 지역의 한 간병인은 “나이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이 그거(간병)밖에 없으니까, 그 돈이라도 받고 하는 거지예”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온갖 ‘돌봄’은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선택한 일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상황에 가깝다.
물론 소신을 가지고 일하는 돌봄 종사자들도 많다. 자부심으로 어르신을 돌보는 12명이 모여 이 그림책을 냈다. 이들의 긍지가 꺾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돌봄’이라는 사회적 뜻을 다시 생각해볼 때다. 
 


더 패치

존 맥피 지음, 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그럴싸한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상 앞에 앉아본 적이 없다.”  

〈뉴요커〉 전속 작가로 서른두 권의 책을 냈고,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45년간 글쓰기 수업(‘창의적인 논픽션’)을 진행해온 저자의 책이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저자가 그동안 써왔던 글 25만 단어를 샅샅이 훑어 75%를 잘라내 개고해서 엮은 이 책은 자신이 평생 써온 글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는지를 밝히는 일종의 ‘메타 자서전’이다. 지질학이나 청어 떼 같은 지루하고 낯선 주제를 그 분야의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중요한 주제가 되게 만드는 저자의 재능은 어디에서 왔을까. ‘두려움 가득한 작업실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라는 부제는 일종의 힌트다.


기다림의 기술  
벨 보그스 지음, 이경아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내가 결코 아이를 가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봄이었다.”  

‘난임’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노스캐롤라이나 동물원에서 시작한다. 저자의 시선은 철창 속 임신을 한 고릴라에 닿았다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든 종합병원 진료실, 그리고 그곳에 앉은 자신에게 이른다. 이윽고 “성공 확률은 15~18%”라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진다. 저자는 난임·불임에 관한 가장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심리학·사회학·생물학적 관점에서 임신과 출산, 모성 신화에 관한 담론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과 고통을 드러낸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대안 가족을 꾸리는 여성들, 비출산을 결심한 이들의 이야기를 두루 아우른다. 여성의 몸, 그리고 임신·출산에 대한 대안적 담론을 넓혀간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임을 작가가 정성스럽게 보여준다."

“박상영 작가님과 김영민 교수님 추천사를 보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보태면서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가 더욱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난다고 끝이 아니죠. <시사IN> 최근호에 황두영 작가 인터뷰가 실렸는데요. 과연 작가의 말마따나 생활동반자법은 진보 세력의 '실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을까요?

황두영 지음/시사IN북 펴냄
시사IN북
book@sis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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