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7월 와글러 인터뷰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시 관악구 의회에서 기초의원을 하고 있는 주무열입니다. 목포에서 태어나 공부 열심히 해서 과학고 가고, 서울대 물리학과에 들어갔으나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총학생회장까지 하고 직업 정치인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 학생 때부터 정치 활동을 열심히 하셨군요.

“그렇죠. 청년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청년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서는 다들 얘기가 다르죠. 저는 청년이 장악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구의원 지역구를 정할 때, 시작부터 나는 ‘라’ 지역구를 가고, 동지 한 명은 ‘가’ 지역구로 보내요. 그렇게 해서 8년만 기다리면, 현재 시의원 하시는 분들은 연배가 있으니까 8년 후 우리가 양쪽 시의원으로 갈 수 있는 거죠. 우리가 시의원이 되면 원하는 사람을 국회의원 만들고, 원하는 사람 구청장도 만들 수 있어요. 이게 청년, 우리들이 장악하는 정치가 되지 않겠냐는 계획을 세우고 선출직에 들어갔어요.”

- 현재 구의원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세 가지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로 의정 활동. 선출직 정치인이 되면 지역의 예산이 잘 쓰이고 있는지, 좋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는지 쳐다보는 역할을 해야 돼요. 여기서 공무원들이 평가를 합니다. 같이 일하는 의원 22명 중에 제일 잘 하는 사람 3~4명 정도 뽑아요. 거기서 상반기 베스트 의원 평가를 받았어요. 민주당 의원 중에서 1등 했었고, 하반기에도 베스트 평가를 받았어요.”

- 청년 정치인으로서 두각을 보였겠군요.

“젊은 사람이 들어가면 일을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요. 나이 든 사람들 일 하는 방식에 문제제기 하며 들어왔기 때문에 더 잘해야 돼요. 두 번째는 지역 활동. 사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이 아무 때나 늘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러니 정말 정치인을 필요로 할 때, 그때 필요한 역할을 해서 시민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역주택조합’이라고, 동네에 깡패 같은 작자들이랑 지역을 재개발하네 마네 하며 싸우는 일들이 있었는데, 거기서 제가 지난 3년 동안 경찰서도 가고, 검찰도 가며 주민의 편에 서서 활동했어요. 굉장히 고생했습니다. 대신 그분들은 저의 정치적 지지자가 되어주셨어요.”

- 주무열 의원이 주민들의 편에서 연대하고, 그 주민들이 다시 주무열 의원의 지지자가 되어 연대 관계가 된 게 인상적이에요.

“지역 정치 활동을 하며 정치적 기반을 만드는 소중한 경험을 했죠. 마지막으로 정치 활동. 우리가 586 욕하잖아요. 정치적 자원을 독점하고 있고, 위선과 무능이라는 프레임도 있고. 다만 저는 그런 위기감이 있어요. 흉보고 욕하는 건 좋은데, 우리가 과연 저 세대만큼 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저들만큼 “어느 지역에 가면 누구랑 일해야 해, 함께 해야 해” 같은 걸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역에 흩어져 있는 좋은 정치적 자원들과 연대하고, 여러 활동을 함께 하고 있어요. 와글과의 인연도 “각지에 흩어진 청년 지방의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봅시다!”라고 이진순 대표님께 제안하면서 시작됐고요. 의정 활동, 지역 활동, 정치 활동은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야기만 들어도 역동성이 느껴져요.(웃음) 마지막에 말씀해 주신 와글과 함께 한 활동은 지난해 와글에서 진행한 ‘청년지방의원워크숍’이었죠. 참가하신 소감은 어떠셨나요?

“그전까지는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직업 정치인들, 청년 정치인들이 “우리가 연대해야 한다”라는 논의 정도만 있었어요. 그래서 이진순 대표님과 고민을 하다가, 기초의원들은 ‘연수비’라는 게 있어요. 그거 가지고 어디 호텔 놀러 가고 그러거든요. 그 돈 가지고 젊은 정치인들이 만나서 그간 열심히 이뤄낸 일에 대해 서로 자랑도 하고, 힘들었던 얘기도 하고 했으면 좋겠다 해서 만들어진 게 ‘청년지방의원워크숍’이에요.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는 청년 기초의원들끼리 만나서 회의하고 토론한 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 감회가 새로웠겠어요.

“너무 좋았죠. 서로 자랑하면서 웃고, 또 자기 지역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아픔들 얘기하면서 울기도 했어요. 이때를 계기로 여러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책을 쓰고자 하는 의원 16명이 있는데, ‘섀도우캐비닛’이라는 단체랑 올 11월을 목표로 같이 책도 만들고 있어요. 또 얼마 전에 ‘청년 지방의원 워크숍’ 같은 형태로 워크숍이 두어 차례 열렸어요. 민주당 안에 괜찮은 젊은 정치인들과 함께 모여서 여러 프로그램도 하고 있어요. 그 시작점이 바로 청년 지방의원 워크숍, ‘와글’이었다.(웃음)”

- 와글과의 워크숍이 만남과 연대의 씨앗이 됐다니 기쁘네요.(웃음) 내년이면 지방선거가 열려요. 지방선거에 청년 후보들이 많이 나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제가 나갔을 때까지만 해도,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없었고, 그런 부분에서 배고픔이 있었어요. 그래서 당선 후 관련 프로그램들 많이 준비했습니다. ‘자치와 사람’이라는 곳을 통해 ‘선출직에 도전할 때 필요한 태도’라든가, ‘권리당원을 모으면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 ‘지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정치 지형 같은 건 어떻게 파악하는지’, ‘정책적인 내용은 어떻게 뽑아내는지’ 이런 걸 다 교육하고 있어요.”

- 청년 후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는 거군요.

“준비해 줄 사람들은 있어요.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때 청년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나는 뭘 할 건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에요. 제가 총학생회장이라는 선출직에 처음 나갔을 때, 타대학에서 총학생회장을 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에게 물어봤죠. “나 학생회장 도전할 건데, 조언 좀 해줘.” 그러니까 친구가 “너는 뭐가 하고 싶니?” 그래서 “운동권들 너무 뻔한 얘기들만 하니까, 정말 학생을 위한 걸 해보고 싶어” 그랬더니 “그게 뭐가 있을까? 무열이 너는 뭐가 하고 싶니?” 이 질문을 한 네 번 다섯 번을 얻어맞으면, 할 말이 없어요. 그때 정치인의 빈곤함이라는 게 드러나거든요. 남에 대한 평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래서 나는 무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하는 거예요. 그게 제 평생의 화두죠.”

- 와글과 ‘청년지방의원워크숍’을 기획하고, 참가자들을 엮어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는 이유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와 연결되겠군요.

“그걸 제 소명으로 정한 거죠. 정치적 식견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치판에 많아요. 보니까 내 재능이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큰 저항감 없이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할 때 나의 재능과 재주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민주당 안에 청년 정치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게 없네?” 그럼 내가 만들자는 거죠.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니까. 나는 지금의 정당정치에서 그 역할을 해야겠다 다짐했죠. 그래서 언젠가 주무열의 정치가 끝난 다음에 사람들이 주무열을 평가할 때, “저 사람은 그래도 정당이 좋은 정치인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자기 한평생을 바친 사람이야.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떤 정치인들이 등장했고, 성장했어”라고 평가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정치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제 정치의 끝을 상상할 수 있는 이유는,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걸 정했기 때문이에요.”

-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내년 선거를 준비하는 청년 후보들도 치열하게 해야겠어요.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이기 때문에 소구력 있어요. 대게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이 “그래 이제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해” 이런 얘기 해주시고, 실제 찍어도 줘요. 그런데 ‘젊음’은 내가 노력으로 얻은 게 아니잖아요. 내가 젊기 때문에 소구력 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고, 젊기 때문에 더 에너제틱하게 의정 활동을 할 수 있고, 젊기 때문에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기능을 할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돼요.”

- 여기서 와글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주무열 의원이 와글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필요한 프로그램들은 너무 많아요. 기초의원, 광역의원 되면 나오는 해외 연수 비용으로 연배 있는 분들은 다 호주 같은데 가서 낚시나 하고 오자 이런단 말이에요. 그게 너무 싫어요. 지난번에 ‘정치발전소’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관악구에 가져와서 독일을 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배움을 제공하는 곳이 있어야 해요. 현재 나이 드신 분들이 놀러 가는 것처럼 쓰는 돈을 가져다가 ‘와글’처럼 청년을 위해 좋은 연수 프로그램을 만드는 역할도 필요하고, ‘섀도우캐비닛’처럼 젊은 정치인들이 모여서 책도 만들고 수다도 떨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필요하고, 젊은 정치인 혹은 새로운 정치인들이 와글와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게 ‘와글’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와글’도 그렇게 이름 짓지 않았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