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레터지기 수월입니다.
오랜 시간 곁에서 저를 지켜본 친구에게서 최근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말을 들었어요. 내면의 안내를 따르려고 꾸준히 무의식 정화를 하고 명상을 하고 있지만 정작 가슴의 느낌은 따르지 않고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어요. 어떤 상황에서 불안함과 절망감을 느낄 때, ‘이 감정은 내가 아니다, 이 감정을 정화하고 흘려보낸다’고 속으로 말해주고 놓아준다고는 하지만, 이 과정이 가슴까지 연결되지 않아서 제 무의식 패턴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진정한 나로, 자신의 고유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자고 늘 서로를 독려했던 친구에게 들은 얘기라, 순간 멍해져서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럼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친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그리고 그 모습대로 살아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이야기해줬어요. 인도의 철학자이자 명상가인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도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는 진리를 찾고 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행동하기 전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전에 반드시 먼저 자기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고요. 우리는 모두 자신이 신의 한 조각임을 기억해내기 위해 이 세상에 왔지만, 그 행로는 전부 다르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었네요.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 진심으로 자기 탐구를 해보자고 다짐하는 중입니다.
이럴 때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도구들은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에니어그램으로 자신의 내적 성장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영적 여정에도 도움을 주시는 해라 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나를 아는 도구가 있는 삶


나는 설거지를 하려고 할 때도 미리 계획을 세운다. ‘아, 저 접시들을 저쪽으로 먼저 옮기고, 이렇게 그릇 모양대로 분류한 뒤에 시작해야지.’ 이렇게 계획을 먼저 세우고 몸을 움직이다 보니, 설거지를 시작하기 전부터 벌써 피곤하다. 음식물 쓰레기와 그릇이 너무 많아 머리로 계획이 세워지지 않는 때는 두려움이 확 올라온다. 그래서 하기가 싫다.

행동하기 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패턴을 가진 사람을 에니어그램에서는 머리형이라 부른다. 머리형 중에서도 나는 6유형이다. 곤충을 머리, 가슴, 배로 나누듯이, 에니어그램에서도 모든 사람은 머리, 가슴, 장의 세 가지 센터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머리, 가슴, 장을 얼마나 균형 있게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건강함의 정도가 나뉜다. 그리고 이 세 센터의 경우의 수 조합이 9가지 유형을 만들어낸다. 머리형이 머리가 좋다는 말이 아니다. 머리형은 사고를 과하게 사용한다. 매일 하는 설거지도 그냥 몸으로 뛰어드는 법이 없다.
 
몸으로 먼저 경험하기보다 머릿속으로 먼저 계획을 세워 움직이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은 머리형에게는 도전적이다. 요가 선생님이 자세를 설명하실 때, 내 머릿속은 설명대로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상체를 이렇게 굽혀서 팔은 어디로 잡으며 복부를 말아서 올라가라는 계획이 분명한데도, 실제로 몸은 전혀 그렇게 말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몸으로 하는 작업은 머리형인 나에게 지속적인 좌절감과 허망함을 주었고, 그럴수록 점점 더 움직이기 싫었다. 아니, 애초에 나는 운동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니어그램을 도구로 내면 작업을 하면 할수록 뼈저리게 느껴지는 건 바로 ‘몸과의 연결이 부족하다’였다. 특히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몸과의 연결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몸을 움직일 수 있을까?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내지 못했다. 그냥 나가기도 싫은데, 운동이라니…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운동을 위해서 나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걷기 명상을 하자’였다. 명상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특히 틱낫한 스님의 책 《걷기 명상》은 운동의 개념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서 완벽하게 느껴졌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면 무조건 집으로 후다닥 돌아오지 말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는 집에 꿀이라도 발린 것처럼 들어왔던 내가, 동네 산책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아주 느리게 걸었다. 내 옆에 경보하듯 빨리 걸으며 운동하시는 아주머니들도 계셨다. 그분들을 따라 나도 하루쯤은 빨리 걸어도 보았다. 운동이 더 될지는 몰라도, 내가 생각하는 내 몸과 연결되는 그런 산책은 아니었다. 아주 천천히 깊게 자연을 느끼며 걸었다. 꽃들이 뿜어내는 향이 나를 에워싸는 것처럼 느긋하게 걸었다. 고개를 들어 맑은 하늘에 찬사를 보내며 걸었다. 발에 감각을 두고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땅과 나를 깊이 느끼니 무언가가 꽉 차오른다. 마스크를 잠깐 벗으며 숨을 쉬어 본다. 아침 공기가 이렇게 상쾌하구나. 햇살이 이렇게나 따뜻하구나. 내 주변의 하나하나가 새롭고 빛나게 다가왔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득할 때도 그냥 나가 천천히 걸었다. 집에 앉아서 ‘그 사람은 그런 걸 의도한 게 아닐 거야’ 하면서 생각을 바꾸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코에 새로운 숨이 들어가고, 몸이 움직일 때 생각은 환기가 되었다. 걸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은 스트레스로 잔뜩 긴장했던 내 몸과 마음을 이완시켰고, 이 세상에 더 살고 싶게 만들었다. 정신이 불건강해질 때마다 사람에 대한 혐오감, 세상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찼던 머리형인 내게 산책은 삶에 대한 감사함,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가져다주었다. 내면은 점점 충만해지고 기쁨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매일의 산책은 나에게 도시의 긴장감과 번잡스러움, 더 나아가 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까지 그 순간만큼은 내려놓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더 나아가서는 몸이 기뻐하고 있다는 감각까지 느껴졌다. 매 순간 발을 느끼면서 걷는 것은 내가 여기 있다는 느낌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 비 오는 날은 당연히 걸을 수 없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비옷까지 사서 산책을 한다. 예쁜 비옷을 입고,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면서 산책을 하니 비가 나를 응원하는 느낌이다. 살아생전 처음으로 비를 맞으며 걸으니, ‘살아 있어서 좋다. 살아 있어서 기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가 나라서 좋다’라는 말도 입 밖으로 나왔다. 아… 그렇구나. 내 몸과의 연결은 나를 수용하는 데 자양분이 되어주는구나.
 
걷기는 지금까지 머리로 하는 내면 작업, 책으로 하는 영성 공부가 채워주지 못했던 퍼즐 한 조각을 채워주었다. 목적지 없이, 시간을 정해 놓지 않고 천천히 걷는 산책은 집에 도착한 것과 같은 안도감을 준다. 틱낫한 스님은 《걷기 명상》에서 들숨에 “왔네 왔네”, 날숨에 “집에 집에 집에” 하면서 천천히 걸어보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꼭 밖에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불안감이 올라올 때마다 집 안이든, 학교 복도든, 화장실이든 천천히 걸으면서 들숨에 “왔네 왔네” 날숨에 “집에 집에 집에”라는 말을 천천히 되뇐다. 그럼 아무리 낯선 장소라도 그곳은 나의 집이 되며, 나는 그 집의 주인이 되어 있다. 나의 두 발은 내가 거기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집 밖은 위험하다며, 매번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가 사무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허겁지겁 올라가던 내가 요즘은 집 앞 야산을 올라간다. 그리고 가끔은 조깅을 하며 동네를 돌기도 한다. 몸은 기뻐하고, 내 머리도 가벼워진다. 머리가 가벼워지면, 나는 더 살고 싶어진다. 에니어그램에서는 사고 센터의 가장 본질적인 상태를 ‘고요한 정신’이라 말한다. 나의 표현대로 하면 머리가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을 더 살고 싶어지는 것, 나를 더 잘 알아가고 싶은 것, 이 세상을 온전히 누리고 떠날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세 센터의 균형일 것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세상이 기대된다. 또 누가 아는가? 언젠간 에베레스트가 가고 싶어질지.
 

팁! 산책은 가슴형과 장형에게도 도움이 되나요?
가슴형과 장형에게도 걷기가 도움이 됩니다. 머리형이 사고에 파묻히는 것과 같이 가슴형은 감정에 매몰되는 패턴을 보입니다. 걷기는 현재로 돌아오게 해줌으로써 ‘감정은 내가 아니다. 현재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죠. 본능형도 몸에 과도하게 힘을 주고 있거나 긴장한 느낌을 걷기로 이완해줌으로써 과도한 본능 센터의 사용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김혜진(Hera Kim)
2010년 미국에서 여성학 석사과정 중에,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뉴욕의 리소-허드슨 에니어그램 연구소를 찾아갔습니다. 이후 10년간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쓴 러스 허드슨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고, 5년 과정인 리소-허드슨 Teacher Certification 과정을 이수하고 2017년에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2018년부터 에니어그램해라연구소를 설립하고,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알리고 스스로도 내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님은 특별히 애정하는 자기 탐구 도구가 있나요?
에니어그램, 점성학, 사주 등

이 도구들이 님만의 인생 여정을 만들어가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려주세요.💌

해라 님의 추천 도서📚

📕무경계

(켄 윌버, 김철수 역, 정신세계사)

켄 윌버의 ‘의식의 스펙트럼’을 쉽게 풀어낸 대중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양심리학의 세 가지 주요 방향성인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인본주의 심리학의 게슈탈트, 초개아심리학의 융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따라서, 심리학적 배경 지식이 없어도 서양 심리학의 방향성과 불교적 ‘무상한 자아’에 대한 해석이 만나는 지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나인 것’과 ‘내가 아닌 것’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그 지점부터 물음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에니어그램 수업을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이 경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인 것’이라고 믿는 부분에서 두려움은 시작됩니다. ‘내가 아닌 것’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켄 윌버는 제3의 길을 제시합니다. 바로 ‘나인 것’과 ‘내가 아닌 것’의 무경계를요.

📒걷기 명상

(팃낙한, 진우기 역, 한빛비즈)

손바닥만 한 책이라 여행을 가거나 장거리 출장을 갈 때 꼭 챙겨가는 책입니다.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틱낫한 스님의 말씀으로 다시 읽으면 언제나 얼굴에 미소가 올라오고, 걷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에 쓰여 있는 말처럼 궁극적으로 지구별에 귀의하게 됩니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할 수 있는 걷기 명상이 생각보다 실천하기 어렵다면, 이 작고 귀중한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출근 전, 퇴근 전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들숨날숨에 집중하며 느리게 걷는 것이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쉽고 간단하게 나와 나의 삶을, 주변의 사람을, 지구별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매일 깨우쳐 주는 책입니다.

※ 표지를 클릭하면 자세한 책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 80억 명 중 단 한 사람,
나의 고유성을 알려주는 유용한 도구들

우리는 자신을 소개할 때 MBTI 유형을 필수적으로 소개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물론 재미로 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갈망이 바탕에 깔린 현상이 아닐까 생각했더랬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도구들은 정말 많아요. 모든 걸 소개해드릴 수는 없으니(제가 그런 깜냥은...) 주변에서 자기 탐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추천했던 도구 두 가지를 아주 간단하게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 에니어그램  

에니어그램은 많은 고대의 영적 지혜에 현대 심리학이 결합된 이론입니다. 인간의 성품에 반영된 아홉 가지 신성의 특성이 있다는 고대의 지혜를 아홉 가지 성격 유형으로 발전시킨 것이죠. 우리는 모두 신성한 의식(본질) 그 자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본질과 분리되어 버렸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익혀온 특정한 행동과 전략들을 ‘성격’이라고 부릅니다. ‘성격’을 ‘나’라고 믿어버리면 우리는 무의식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내가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에니어그램에서는 이런 생존 전략의 패턴이 드러나는 성격이 진정한 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사람은 모두 특정한 ‘두려움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하는데요. 에니어그램은 내가 어떤 두려움 때문에 감옥에 갇히게 되는지 알려주고 그 패턴을 읽어서 스스로 감옥에서 나오도록 안내해줍니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검사지 작성, 핵심 두려움을 표현하는 문장에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등 다양하게 있는데요. ‘에니어그램해라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테스트가 있으니 한번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 휴먼디자인  

휴먼디자인의 창시자인 라 우루 후는 이 시스템을 ‘다름의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라 우루 후는 ‘보이스’라는 존재에게 채널링으로 8일 동안 우주의 시작과 작동에 대한 과학적 정보와 휴먼디자인 시스템에 대해서 듣게 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신체가 1781년에 일곱 개의 센터(차크라)를 가진 존재에서 아홉 가지 센터로 구성된 존재로 진화했다고 설명하는 거예요.
언어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능력을 지닌 7센터 인간은 생각을 중심으로 생존의 두려움을 통제하고 종교나 지배계급 등 외부적인 권위에 기대는 방식으로 개인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문명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한편 진화한 9센터 인간은 외부 요소가 아닌 자신의 몸에서 안내하는 결정과 고유한 재능을 바탕으로 지구에 온 소명을 실현해나가도록 디자인되어 있다고 해요.
휴먼디자인에서 제공하는 개별 차트는 내가 어떤 능력을 타고났는지,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결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유용한 정보들로 가득합니다.
이 이론도 워낙 방대하고 심오한지라 쉽게 접근하기 어렵긴 한데요. 가장 간단하게 ‘아이매뉴얼’이라는 앱에서 자신의 차트를 확인해보는 걸로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더 깊이 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책을 보시거나 수업을 들으시면 좋겠죠?

※ 내용 감수해주신 해라 님과 창조성학교릴라 라라 님께 감사드립니다.

소울레터에 도착한 답장들

⭐ 양자역학을 알게 된 뒤로 이 세상 모든 것이 ‘나’이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머리로 알게 되었습니다. 양자역학 관점에선 이 우주엔 물질이 없고 원자라는 에너지 레고 블록으로 이루어진 에너지체죠. 물론 죽어 있는 무생물도, 살아 있는 생물도, 우리 인간의 몸도. 매일 화장실에서 한때 제 심장이었고 뇌세포였고 뼈였으며 심지어 지방 덩어리였을 원자들이 제 몸을 빠져나가는 걸 확인합니다.
장기마다 다르지만 7년 정도 주기로 우리 몸은 원자 단위로 완전히 새로 바뀐다고 하죠. 그럼 7년 전 제 몸을 이루었던 원자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요? 그사이 땀과 눈물, 피부의 노폐물, 그리고 매일 화장실로 빠져 또 어디론가로 여행을 시작했겠죠. 한때 내 몸의 일부였던 원자들... 내 몸을 떠나 세상을 떠다니다 물이 되어 다시 비가 내려 다른 생명체에 또 다른 생명을 공급하고 혹은 땅의 일부가 되어 또 다른 생명을 키우기도 하고... 저 또한 그렇게 한때 다른 물질이었던 원자에서 생성된 생명을 다시 공급받으며 오늘을 생존하겠죠.
모든 생명은 이렇게 서로의 원자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제 숲에서 본 나무 한 그루에 제 몸에서 나온 원자 한 톨이 들어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을까요? 어제 누군가 먹은 야채에 제 몸에서 나와 여행을 하던 원자가 깃들어 있지 않을 거라는 증거가 있을까요?
이 세상은 역동적 에너지 원자로 연결된 거대한 생명입니다. 한때 저의 일부였던 원자가 지금 어느 강, 어느 바다, 어느 식물, 어느 땅, 어느 누군가의 일부가 되어 있겠죠. 저 또한 한때 누군가의 일부였던 원자로 이루어져 오늘을 살아가고 있구요.
한때 저라고 생각했던 제 몸을 이 우주 전체가 누리고 삽니다. _ 아르주나 님

⭐ 한 100일 전부터 가족문제로 많은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그동안 마음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괴로움과 만나니 두손 두발 다 들었어요. 죽을 수도 없고 살아 있기도 힘든 상태였지요. 어떻게 무엇을 해서든 해결하고 싶은데 그것이 안 되니 생각의 끝에 다다른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새벽에 잠에서 깨면서 꿈에서 본 것이 기억났습니다. 괴로움의 끝에서 본 나의 마음은 내가 사는 우주라고 할 만한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불교에 심취한 상태라 그것을 불교식으로 보자면 ‘불법’ 즉 어떤 진리로 만들어진 마법의 공이라고 할까요. 내 마음은 텅 빈 공 같은 것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은 핀볼처럼 여기저기 튀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일들이라는 것이 공의 경계, 즉 마음에 부딪히니 그 반대되는 것들이 생겨나더군요. 살아 있기에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로 인해 반동 작용으로 생겨나는 이분된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것은 내 마음이었습니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그런 뜻인가 싶었습니다.

소울레터 구독자가 천 명이 넘었어요! 👏👏👏


소울레터 천 명 구독을 기념하며 지난주에 작은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손이 많이 가는 이벤트였는지... 참여율이 많이 저조하여^^;; 아쉽기는 하지만요! 마음으로는 모두 축하해주셨을 거라 믿어요! 이벤트 당첨된 분들께는 개별 연락 드릴게요~

소울레터와 함께해주시는 구독자들께 다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

소울레터의 추천곡

백예린 <산책>

해라 님 글을 읽다 보니 이 노래가 떠오르더라고요. 비교적 조용한 아침 산책이나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저녁 시간에 걸으며 들으면 참 좋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짙게 밴 노래라 좀 슬프기도 하실 거예요.
전 노래를 듣다가 이어폰을 빼고 주변에서 나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걸 좋아해요. 같은 공간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거든요. 가을 풀벌레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땅과 신발 밑창이 맞닿을 때 느껴지는 발바닥의 감각도 느껴보시면서 산책해보시면 좋겠네요. 😊
🎁 다음 소울레터는 9월 22일 목요일에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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