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사막 면적 20% 차지
사하라·사헬에 태양광·풍력
설비구축 시뮬레이션해보니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사막 중 하나인 사하라사막과 사헬지대(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주변 기후환경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기존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 태양광이나 풍력단지가 들어선 인근 지역은 습도나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습도·온도 증가가 초목 등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없었는데 이번 시뮬레이션을 통해 태양광·풍력 설비와 식물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연결고리가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사하라사막과 사헬지대 900만㎢에 3테라와트(T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와 79TW 규모의 풍력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사하라사막 넓이가 940만㎢, 사헬지역이 300만㎢라는 점을 감안하면 태양광과 풍력으로 사막지역을 거의 대부분 커버하는 셈이다. 면적으로만 따지면 지구 전체 사막의 약 20%를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으로 덮은 것과 같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18TW였는데 이론적으로 이 정도 규모로 사막 위에 지은 태양광·풍력 설비는 전 세계 전기 수요를 충당하는 규모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사하라사막과 사헬지역의 70% 정도를 덮는 수준으로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구축하는 것을 가정해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사하라사막의 경우 일평균 강수량이 0.24㎜에서 0.59㎜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헬지역의 경우에는 2.23㎜에서 3.57㎜로 강수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가뭄이 지속돼 사막화가 확대되고 있는 이 지역에 이만큼 강우량이 상승하면 급격한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또 강수량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면서 사막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떻게 사막지대에 설치한 태양광·풍력 설비가 이처럼 강수량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연구진에 따르면 먼저 풍력발전기에 부착된 프로펠러가 돌면 상공에 있는 따뜻한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밤시간대 최저 온도가 올라간다.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지표면 주변에서 더 많은 수증기 증발이 발생해 강수량이 늘고 식물 생장까지 돕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 태양광 패널은 태양빛을 많이 흡수해 뜨거워지고 뜨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 비가 돼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강수량 증가는 농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초목 증가를 가져와 가축 사육도 가능해질 수 있다"며 "사막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사하라사막과 사헬지역은 지구에서 가장 넓은 사막 중 하나로 태양광 발전과 풍력 단지를 건설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전기 수요가 많은 유럽, 중동과 인접해 있는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곳으로 꼽히는 사헬지역에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정치인이나 투자자들에게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사막 지역에 건설하는 거대한 풍력·태양광 발전단지로 인해 우리 사회가, 국민들이, 생태계 자체가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온실가스 도 줄이고 기후변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우리는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하라사막 외 다른 지역에서는 환경변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은 면적에 풍력발전소와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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