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도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습니다.

💬 MEDIA NEWSLETTER, AUGUST
💌 매주 화요일 오전에 뵙겠습니다 :)
AUGUST Edited by MON, TUE, WED, FRI
협업 문의 : augustletter08@gmail.com
💬 오늘의 어거스트
'싱글벙글 쇼'가 33년 진행한 DJ를 교체하게 된 이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제시각에 돌아온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입니다.  
이번주는 MBC 싱글벙글 쇼의 DJ 교체 이슈를 다루었습니다.
브랜드를 넘어서 라디오 지형의 이슈가 원인이 아닐까라고 추측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
👉이번 주 에디터는 FRI 입니다👈
지난 5월 10일, MBC 표준 FM '싱글벙글 쇼'를 진행했던 강석과 김혜영이 33년 만에 하차했습니다. 강석 씨는 먼저 디제이 자리를 맡아 좀 더 많은 36년 만이라고 하네요. 두 분이 같이 진행한 시간만 33년이라... 제 나이보다 많은 시간이네요. 1987년 1월 16일부터 2020년 5월 10일까지, 일수로 따지니 1만 2169일이랍니다. 

그 긴 세월 동안 말 그대로 청취자들을 울고 웃게 한 분들이에요. 저도 기억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를 켜면 들렸어요. 시대를 풍자하는 라디오 드라마 소리, 사연 읽고 수다 떠는 소리, 청취자가 전화 연결을 해서 노래 부르는 소리들이요. 한 번은 오랜만에 택시를 탔는데 어릴 적 들었던 목소리들이 그대로여서 피식 웃었습니다. 아직도 그 반가운 목소리들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참 소중했습니다.

이렇게 20년 이상 라디오 진행을 한 DJ에게 시상하는 공로상을 '골든 마우스'라고 합니다. MBC에서 이름 붙인 수상 분야입니다. 조금 더 하위 개념으로는 1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브론즈 마우스'를 줍니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지금은 라디오 시대' 등을 진행한 이종환(1996), '김기덕의 골든디스크' 진행자였던 김기덕(1996), '별이 빛나는 밤에', '두 시의 데이트' 등을 진행한 이문세(2007), '배철수의 음악캠프' 진행자 배철수(2010),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의 양희은(2019) 등이 있네요. 브론즈 마우스에는 '시선집중'을 오래 진행한 손석희도 있네요.

같은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잊히면 안 될 사람들도 있습니다. 1996년부터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진행하고 있는 최화정, 역시 1996년부터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맡고 있는 김창완, 1999년부터 계속된 '박소현의 러브게임' 박소현도 있네요. 그 유명한 '두시탈출 컬투쇼'의 컬투도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죠.

그런데 이제 그 목소리들을 같은 자리에서 들을 수는 없게 된다면? 3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오며 사랑받았던 장수 DJ 강석과 김혜영은 왜 하차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알 순 없지만 그 배경을 한번 살펴봅시다.  
청취율?
라디오는 1년에 4번 청취율 조사를 합니다. 보통 1, 4, 7, 10월에 실시하며 약 2주간 이루어집니다. 그 방식에 대해서는 들으시면 깜짝 놀랄 거예요. 왜냐고요? 너무나도 라디오스럽게 아날로그(?) 방식이라서요… 설문조사 업체에서 무작위로 (내부에 별도의 기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가구에 전화를 돌려서 간단한 호구조사와 함께 어제 라디오를 들었냐, 어떤 프로그램을 들었냐, 어떤 코너들이 있었는지 등을 물어요. 

순전히 대답하는 사람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부분이고, 실제로 어제 듣지 않았더라도 평소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얼핏 들은 프로그램 이름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니 사실 TV 수상기를 통해 시청률 조사를 하는 것과는 데이터 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청취율이 높은 프로그램은 또 다 이유가 있습니다. 청취율 순위도 매번 크게 바뀌지 않아요. 어떻게 전화를 돌리는지 몰라도 나름 표본을 잘 확보하나 봐요.

라디오 청취율은 0.1% 단위의 숫자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순위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조사방식의 한계로 정확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어찌 보면 ‘브랜드 파워'를 조사하는 데는 효과적이에요. 실제로 광고주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듣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홍보효과가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기억되는가, 이게 더 필요한 정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온에어 되는 순간의 기획, 구성, 내용 등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사람들에게 친숙하냐'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죠.

정확히 기존의 싱글벙글 쇼가 청취율 몇 퍼센트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청취율 때문에' 디제이들을 하차시킨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청취율 저조를 꼽을 순 있겠죠. 그런데 두 사람이 진행해온 기간만 33년, 라디오를 듣지 않는 사람들도 시그널 음악과 '싱글~ 벙글~ 쇼!'를 들으면 친숙할 겁니다. 청취율 하나만으로는 재단하기 어려운 그들의 브랜드 파워가 있어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0년 2라운드 서울,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는 4월 7일부터 21일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하루 평균 5분 이상 라디오를 청취한 13~68세 청취자 30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조사 결과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14.7%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 채널인 TBS는 18.3%로 채널 점유율 2위입니다. 동시간대 아침 시사 프로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그리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도 청취율이 올랐어요. 코로나19 등 의료정보나 정부 지침, 전망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서기도 하고, 그 속에서 진행된 총선 이슈도 있구요.

한편 음악이나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은 청취율이 낮아졌습니다. 라디오 채널 점유율에서 주로 범예능과 음악을 다루는 SBS 파워FM이 21.9%로 1위지만 2위인 TBS가 18.3%로 큰 격차가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 워낙 큐레이션 매체도 많이 생기고, 뾰족한 취향을 잡아내는 타겟티드 콘텐츠들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때문에 점점 메리트를 상실하고 있어요. 지상파 TV가 비슷한 고민을 하듯, 라디오 역시 폭 넓은 청취자들을 모두 커버하기 위해서 범대중적인 선곡을 하다보니 오히려 모두를 잃는 느낌이네요. 멜론,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처럼 취향에 맞는 플레이어를 찾게 되면 라디오의 음악은 조금 지루하게 들릴 수 있거든요.

싱글벙글쇼가 주로 다뤘던 '시사풍자 코미디'도 요즘엔 안 먹히죠. 자신의 정치 성향에 편향된 유튜브 채널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것이 가짜뉴스건 아니건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뉴스공장처럼 특정한 팬덤을 가지고 있거나 정확한 뉴스 전달하는 하는 정통 시사 방송이 아니라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이번 개편은 기존의 싱글벙글쇼가 가지고 있는 고루함을 탈피하고자 새로운 시사풍자의 바람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바꿔봐도 라디오의 강점은 '한결같다'는 데 있습니다. 늘 그 자리, 그 시간에 익숙한 목소리로 곁에 있는게 라디오 존재의 의미입니다. 시사건 예능이건, 대체할 콘텐츠는 이미 많고 앞으로는 더 많을겁니다. 지켜야 할 것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억지로 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감성'이에요. 시간과 공간감으로 오랜시간 쌓아온 감성으로, 20년, 30년 넘게 함께 하는 디제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 2020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
지금 에디터 MON, TUE, WED, FRI가 있고
THU, SUN, SAT 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 편하게 연락주세요.
augustletter0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