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행 이야기


003. 2021/4/25 일요일

안녕하세요, 00님!
날이 너무 좋은 일요일이네요.

최근에 여행 책을 읽다가 문득, 
말레이시아 여행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보기만 해도 바다가 그립고 낯선 거리가 그립네요...😔
떠나지 못함을 아직도 믿을 수 없어 답답한 요즘이지만,
지난 여행의 기억들을 가끔 돌아보며, 
분명 언젠가 또 떠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오늘을 삽니다.

00님도 
지난 여행을 슬며시 되돌아보는 날이길 바래요. 👋🏻

봉현

여행의 시간, Malaysia

내 몸만한 배낭을 매고 걷는 기분은 수십번을 해도 가슴이 뛴다. 떠난다는 실감.

태국 크라비, 필리핀 보홀을 함께 여행했던 여자 넷의 세번째 여행지는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였다.  왜인지 우리들의 여행지는 모두 햇살이 뜨겁고 바다가 가까운 곳이었다. 바로 앞이 해변인 리조트에 짐을 풀고 도심으로 나와 무작정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날씨 운이 최고인 사람이 둘이나 있어서인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내내 맑은 하늘이다.
로컬시장에서 알록달록한 물건들을 사고, 낮잠 자는 고양이도 보고, 구글지도를 뒤져 찾아낸 대규모의 현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도 듬뿍 먹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내내 즐겁다. 때로 우연하고 사소한 행운이 있으면 두고 두고 돌아볼 우리의 추억 목록에 저장했다. 매번 장난 반 진담 반, 우리 이번이 진짜 진짜 마지막 여행이라 했는데 어느덧 함께 세번째. 그런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언니 뱃속의 한명이 더 같이 왔으니까. 그러니 우리 지금, 여기 이 시간들을 정말 소중히 보내자며.

세번째 날. 세계 최상 순위의 석양 여행지라는 말대로,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나라에서 수없이 해지는 풍경을 봤지만- 숨이 막힐만큼 아름다웠다. 바다 위로 하늘이 보석처럼 펼쳐졌고, 바다는 노을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바람 한 점 없었고 구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는 곱게 차려입었던 원피스를 벗고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바다 한가운데에 누웠다. 수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낮고 잔잔한 파도였다. 모든 힘을 빼면 바다는 나를 들어올려 안아주었고 위로 보이는 구름을 따라 천천히 흘렀다. 방향도 시간도 멈춘 것만 같은 기분.

이토록 아름다운 지구 위에서, 땅 위를 걷고 바다를 유영하며 '살아있다'라는 감각을 선명히 느끼는 찰나의 때. 어떤 모습이든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그렇게  몸을 사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세계를 여행하면서 이토록 감동적인 순간들을 마주할 있으니까. 떠올리면 눈물이 같은 그런 기억이 하나 더.

싸구려 커피에 버터쨈 토스트, 그리고 오랜만에 아침 글쓰기
친구들과 함께 한 여행이 끝나고 나 혼자 또 낯선 곳으로 떠나왔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자마자 폭우가 퍼부었지만, 배터리도 아슬아슬하고 신발은 홀딱 젖었지만, , 이래야 여행이지-하고 웃어버린다. 구글 지도를 따라서 낯선 골목을 터벅터벅 걸어 호스텔을 찾아왔다. 친절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난다.  체크인을 하고 도미토리 침대에 차게 누웠다. 차곡차곡 짐을 쌓아두고 공용 욕실에서 빠르게 샤워를 했다. 낯선 여행자들과 모든 공간을 쉐어하는 이런 여행은  오랜만이다. 한때는 일년 가까이 이런 생활을 했었는데.. 세계여행 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 무슨 용기로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오랜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 이곳이 4일동안의 방이다. 여기서는 그냥, 어디 멀리 가지 말고, 거리를 산책하다 길 건너 식당에서 밥 먹고, 아래층 카페에서 쓰고 그림그리다가 졸리면 올라와 낮잠 자고. 그렇게 지내야지. 서울에서도 하던 일상이지만 여행자이기에 모든 것이 특별한, 그런 시간으로.

🏷️ 내가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시간이 흐르는 것을 무료하게 지켜본다. 그리운 것들은 시간을 따라 흐르지 않고 멈춰있다. 돌아갈 수 없음에 쓸쓸해지더라도 그리움을 꾸역꾸역 마음 깊숙히 담아놓는다. 비울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소중한 기억과 찰나의 순간들. 그때처럼 다시 환하게 웃고 감동에 겨워 울 수 있을까. 나를 비우고 오늘을 살면 행복한 삶을 산다고 하는데 나는 오늘이 아닌 어디쯤에 살고 있는걸까.

올려보다 눈물이 핑 돌만큼 푸르고 높던 하늘, 두근거리며 낯선 땅을 밟았던 발자국, 주황빛 모래와 바다 거북이의 유영. 나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큰 나무의 모양. 낯설고 두렵기에 설레고 자유롭던, 여행의 장면들. 여행은 내게 소중한 것을 너무 많이 남겨 주었다. 그로 인해 나는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흐를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시간은 변함없이 계속 흐르고, 일상은 지루하게 반복된다. 

살아있음에 무뎌질 때면, 내 어딘가에 저장된 시간을 꺼내어 본다. 지금을,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이곳이 어디든, 어디서든.


/ 여행, 봉현

🐠Malaysia 🐟

말레이시아 섬에서 처음으로 구명조끼 없이, 
바다 깊이 수영하면서 남겨둔 영상이예요.
 엄청 잘 찍은 영상도 아니고, 
대단한 프리다이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짧게 나마 바다의 색과 흐름을 같이 보고 싶어서요.

Q. 00님은 어떤 여행을 기억하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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