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2시간씩 만나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평화로 채우려고 합니다. 첫 만남에서 남학생들은 의자에 앉아있어야 하는 시간이 고통이었나 봅니다. 몸을 이리 저리 배배꼬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 결국은 마치고 소감을 나눌 때 "이거 안하고 싶어요~!"라고 고백(?)을 하네요.
어린이들은 자발적이지 않은 경험을 많이 합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자발적인 경험은 아마 드물겁니다. 자발적이기 위해서는 할 지, 말 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딱 3번만 해보고 그래도 하기 싫으면 그때 안 해도 되니 얘기를 나눠보자."
두번째 모임에서 저도 긴장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꺼리가 있어야 했지요. 과일바구니와 바람이 붑니다와 같은 의자뺏기 놀이를 실컷 했습니다. 그리고 팔씨름 대회를 하자고 했지요. 안 하겠다고 뒤로 빼는 어린이도 있고 내심 실력을 뽐내고 싶은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둘씩 토너먼트로 진행하자고 해서 사다리타기로 대진표를 짰습니다. 어린이 한 명은 이미 스텝이 되어 대진표를 칠판에 그리기 시작합니다.
둘씩 마주보고 손을 잡습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올림픽에 버금가는 긴장감으로 경기가 이루어졌습니다. 패한 어린이는 분한 마음이 있지만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팔씨름 챔피언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여학생이라고만 살짝 말씀드릴게요.
아이들 사이에서는 힘의 긴장관계가 아슬아슬하게 펼쳐집니다. 자신은 힘이 약하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방어기제로 인해 소리를 지른다거나 과격한 말과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여럿이 한 명을 따돌리기도 하지요. 힘의 관계를 덮어둘 게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힘으로만 관계를 맺지 않고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