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계시네요(웃음). 와글과는 어떻게 연이 되어 후원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이름. ‘와글’. 야 이거 이름 잘 지었다. 재밌겠다. 제가 아까 호기심이 많다고 했잖아요. “젊은 친구들 있는데 내가 가서 뭐해라고 생각하다가, 호기심이 있으니까 가보지 뭐이렇게 됐죠. 그리고 와글의 소개 중 공론장이라는 말이 기억나요. 저는 공론장이 한국 사회에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원자력발전 가지고 공론장 해서 됐다는 기사 보고 굉장히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투표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정치 제도의 개선으로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생활이 바뀌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도 협동조합 운동을 하고 있는 거고요. 또 청년들이 중심이 된다고 하는데, 저희 다 청년이었고 지금도 마음은 청년이잖아요. 후배들과 후배들이 하는 일을 지원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진순이라는 이름이 딱 들어가니까 이거는 품질 보증이구나(웃음) 그런데 이 모든 게 다 조그만 후원금으로 가능해? 야, 이거 가성비 쩐다. 오케이! 이렇게 해서 용기를 내서 하게 됐어요. 아직 참여는 잘못하는 것 같고. 참여를 많이 해서도 안 될 것 같고(웃음)”

저희는 다양한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상현님은 언제나 환영이에요(웃음) 청년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최근에 이준석 현상이라고들 하잖아요.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 힘 당 대표가 되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시나요?
꼰대스러운 표현을 빌리자면, “멀쩡하게 생긴 놈이 할 짓이 없어서 저러나?(웃음)” 이런 게 그냥 제 솔직한 심정이죠. 그런데 그와 대비되게 정의당의 류호정 의원. 그 타투 예쁘잖아요. 정말 잘 한다. 저렇게 하면 될 텐데라고 생각해요. 옛날에 우리는 맨날 머리 깎고 단식하고 그랬는데, 이런 거 말고 발랄하게 타투 하니까 나도 한번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와 대비되게 이준석 대표는 하는 게 왜 이러나, 라는 생각이고. 그리고 그 친구가 공정이라는 말을 하는데, 언뜻 보기에 내 것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권익의 보장뭐 이런걸로 보이더라고요. 지금까지 저도 참 누리면서 살았던 사람인데, 이게 다 운이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더군다나 성장 개발기에, 80년대에 직장을 다니고 세상을 다 누리면서 살아왔기에 이게 다 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을 공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내 것을 지키고 싶다는 공정
요새 너무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아요. 어제는 2천 원짜리 새우튀김 하나로.. 그 소비자가 막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이게 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공정하지 않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으니 내가 목소리를 높이거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 본 다는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공정이라는 말이 참 좋은데, 그것이 가지는 한계도 같이 생각해 봐야죠. 완벽한 공정이란 건 세상에 없을 테니까 좀 더 나은 공정으로 나아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걸 기대해봅니다.“

-그 외에도 선생님이 요즘 가장 관심 가지고 보고 계시는 현안이라던가 이슈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협동조합 일이죠. 제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협동조합은 개인의 어떤 성과와 개인의 역량만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 한계를 알고, 연대에 의해서 문제를 풀자’. 돈이 굉장히 중요하고, 자본이 중요한 경쟁력과 경제의 원천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관계의 중심에 있는 경제의 영역 또한 굉장히 크다는 걸 아는 것. 이를테면 엊그저께 신문에서 가사노동의 가치가 몇 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GNP에는 안 잡히잖아요. 소중한 노동이고, 누군가는 해야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런데 그게 기계로 대체되면 GNP에 잡혀요. 세탁기가 만들어지면 GNP에 잡히는데, 사람이 하는 동안에는 안 잡혀요. 그런 것들이 서로 보안 되어야죠. 그런데 협동조합에도 역시 개인의 성과라는 부분이 있고, 함께 해야 되는 부분이 서로 충돌을 합니다. 이 문제를 가장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게 거버넌스의 문제와 무임승차자의 문제예요

- 거버넌스와 무임승차 문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협동 조합은 여러 명이 같이 하다 보니까, 예를 들면 와글의 벼리님은 열심히 일을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벼리님이 일을 덜 하는 것 같아서 괜히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그럴 수 있잖아요. 그걸 무임승차자라고 하죠. 그런데 이게 여러 명이 같이 하다 보면 누구의 것도 아닌, 주인이 없는 상태가 돼요. 그래서 무임승차자가 생기고 일하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이런 문제가 항상 생기거든요. 마찬가지로 거버넌스의 문제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도대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반대만 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저는 와글이 이런 문제에도 함께 지혜를 내줄 거라 생각하고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의 충돌 지점을 어떤 제도와 어떤 교육과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 사는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관련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데서 한번 실현도 해보고 싶고, 실천도 해보고 싶죠."
 
-이어지는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상현님이 와글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요즘에는 젊은 친구들이 현실에 많이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 현상의 이면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현상과 현실에 잡혀있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은 다 그렇게 사는 거지만 내가 더 잘 살려면 이 구조를 만들고 있는 현상의 이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와 같은 사회의 그림자적인 부분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해보는게 필요하잖아요. 대신 혼자서 현실을 이겨보려 애쓰지 말고, 옆 사람과 함께 연대해서 당면한 문제를 손잡고 나아가 보기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한 일들에 와글이 촉진자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그걸 아까 말한 류효정 의원처럼 좀 재기 있고 발랄하게. 저는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만약에 돌아간다면 좀 더 끼를 발산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러면 혼났어요.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그러느냐며. 그니까 우리는 다 어두워. 어둡고 부정적이고 머리나 맨날 삭발하고. 그래서 그런 거 하지 말고, 재기 있고 발랄하고 즐겁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구조적인 문제들을 신경 쓰며 함께 연대하는 일을 와글이 와글와글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나는 옆에서 구경 좀 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