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31호

유독 선명하게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장면이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놀이터에서 하던 소꿉놀이, 내리막길에서 타던 인라인 스케이트, 유치원 창고에서 발견한 산타클로스 복장 그리고 피아노 학원에서 의미 없이 칠한 사과 등이 생각납니다. 열심히 했으면 악기 하나 정돈 다룰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을 텐데 그땐 그 시간이 얼마나 지루하던지요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한 번 멀어진 클래식은 그 뒤로도 제 곁에 오질 않았습니다. 클래식 원고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원고를 읽다 보니 귀로 듣고 싶어졌습니다. 책의 묘사를 체험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원고에 나온 작품을 하나둘 듣기 시작했고 유튜브 뮤직의 알고리즘을 따라 지금은 다양한 클래식 음악에 아주 얕게 발 담그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도 <안드라스 쉬프-음악은 고요로부터>의 출간을 매우 기다렸습니다.  
<안드라스 쉬프>는 독일 베렌라이터 출판사에서 2017년 출간된 <Musik kommt aus der Stille>를 번역한 책입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헝가리 태생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책입니다. 책은 음악 저널리스트 마르틴 마이어와 나눈 대화, 쉬프가 그간 발표한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터뷰는 음악 전반에 대한 쉬프의 깊이 있는 생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레퍼토리, 연주 연습에 대한 견해, 적절한 악기의 중요성 등 쉬프의 음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 그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대화 후반부는 일생에 대한 문답입니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공산주의 시절의 헝가리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망명객 신분으로 새롭게 시작한 서방에서의 고된 연주 생활까지. 그의 생애를 통해 쉬프의 내밀한 속내를 들을 수 있답니다.

쉬프의 에세이를 통해서는 그의 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흐 해석의 권위자로 불리는 쉬프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해석과 스포츠로 변질되어 버린 음악 콩쿠르에 대한 입장, 난민 수용 거부에 대한 날선 비판 등 그를 구성하고 있는 명료하고 단단한, 때로는 위트있는 생각과 만날 수 있습니다. 한계와 제약 속에서도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그의 여정을 책을 통해 찬찬히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요? 
담당 편집자가 말한다!
<안드라스 쉬프> 편집후기

이 책의 편집을 맡기 전까지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었습니다책을 만들기 위해 여러 정보를 찾아보니 쉬프는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매우 깊은 애정을 받고 있는 연주자였어요원고를 넘겨받기 직전인 2022년 11쉬프는 내한공연으로 부산을 찾았습니다간발의 차로 그의 연주를 직접 들을 기회를 놓쳐서 아쉬운 마음이었지만여러 기사나 공연 후기를 보며 쉬프에 대해서 알아갔습니다그를 먼저 알고 있었다면 과연 이 책을 더 잘 만들 수 있었을까생각을 하곤 하는데요그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그랬다면 전 이 책에 과몰입’ 했을 것 같아요번역된 원고를 통해그의 연주를 들은 관객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전엔 몰랐던 대상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즐거움과 새로움이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편집하며 흥미롭게 읽은 글이 있습니다. 2부 에세이들에 실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하나의 여행가이드입니다이 에세이는 글렌 굴드(Glenn Gould) 이후 최고의 바흐 연주자로 여겨지는 쉬프가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에 대한 애정과 찬사를 드러낸 글입니다작업을 하며 구매한 쉬프의 음반 역시 2003년 발매된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입니다. 30개의 변주곡을 하나하나 분석한 이 글에서는 작품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는쉬프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골드베르크 전곡을 쉬프의 글과 함께 하나하나 듣는 재미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안드라스 쉬프는 2023년 10한국에서 가진 세 번의 내한공연 중 유일하게 부산 공연의 오프닝으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첫 번째 곡 아리아를 연주해 주었습니다그의 음악세계에 이제 입문한 저에게 쉬프가 건네는 환영의 인사라고 여겨졌다면조금 낯간지러우려나요?
어떤 음악가든 이 황홀한 작품을 기꺼이 연주하고 싶어 한다는 건 이해가 가는 일 아닌가이 작품의 깊은 인간성과 영성낙관주의지성의 힘은 이 혼란의 시대에 우리에게 바로 와닿게 말을 걸어온다이것은 우리가 거듭거듭 되풀이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행 가운데 하나다.”
_<안드라스 쉬프> p.275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하나의 여행가이드’ 중에서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을
직접 관람하고 왔습니다

지난 10월 4일, 안드라스 쉬프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관람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쉬프의 책 <안드라스 쉬프-음악은 고요로부터>를 막 출간하고 관람한 공연이라 편집자로서 정말 감회가 새로웠어요.

쉬프는 공연의 프로그램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연주자로 유명한데요. 공연 당일에 연주할 곡을 정한다고 하니, 얼마나 수많은 레퍼토리가 그에게 내재되어 있는지가 여실히 느껴집니다. 4일 공연에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를 시작으로,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그리고 앙코르에서는 슈베르트까지 관객들에게 선보였습니다. 무려 3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이요!

정해진 프로그램이 끝나고 연신 이어지는 관객들의 박수 속에 몇 번이고 다시 무대로 나와 감사의 인사를 하는 쉬프 경을 보며, 관객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교정지 속에서 무수히 만났던 그를 눈앞에서 직접 본 데서 온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놀랍고 감사한 만남! 이번 책의 번역자이신 김윤미, 윤종욱 교수님과 함께 안드라스 쉬프를 만났습니다. 흔쾌히 만남을 허락한 그에게 한국어판 책을 전달하니 정말 신기해하고 반가워하셨습니다. 책에서도 한국 관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안드라스 쉬프. 그가 번역된 책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에 편집자로서 정말 흐뭇했습니다.
책으로 즐기는 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을 더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해 추천하는 세 권의 책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이자, ‘악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창시자이기도 한 바그너의 작품을 읽기 쉽게 소개한 ‘바그너 안내서’.

바그너와 저자의 가상 인터뷰를 담은 책. 바그너의 생애와 전 작품을 들여다본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청년의 ‘클래식 덕질’을 담은 책.
이달의 신간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

최원준 지음 | 304쪽 | 20,000

탐식(探食)하는 시인, 최원준 음식문화 칼럼니시트가 부산·경남 곳곳을 직접 누비며 찾아낸 지역의 소울푸드를 소개한다. 

지역의 특성을 담은 고유한 식재료로 만든 투박하지만 정겨운 음식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의 풍습과 생활상,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나보자.

부산노동운동사
현정길, 윤영삼 지음 | 704쪽 | 48,000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산 지역에서 일어난 노동운동의 역사를 꼼꼼히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학술서.

개항 이후부터 문재인 정부 시기까지 부산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을 기록하고 시대별 부산 노동운동의 역사를 기술하여 그 투쟁의 의의를 살핀다.

🎤행사 안내  

<배달의 천국> 김옥숙 저자와의 북토크

<배달의 천국> 김옥숙 저자와의 북토크를 개최합니다.
이 북토크를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절망적 자화상을 그린 <배달의 천국>의 자세한 이야기와 배달플랫폼에 대한 저자의 견해, 소설에 얽힌 비하인드를 만나보세요!
<문학/사상> 8호 출간 기념 저자와의 만남
<문학/사상> 8호 출간 기념 저자와의 만남을 개최합니다.
이번 8호에서는 <문학/사상>이 그동안 견지해온 로컬과 트랜스로컬에 대한 가능성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김만석 편집위원, 윤인로 편집인과 함께 구체적인 삶이 녹아 있는 로컬을 살펴보고 로컬의 횡단과 접선을 통해 새롭게 생성된 사상, 다성성의 세계를 만나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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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은 2020년 첫 시작을 알린 반연간지입니다. “주류 담론의 지형을 뒤흔들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문학/사상>은 기존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았던 여러 담론들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 나누는 텍스트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또한, 인문학의 위기에 맞서 문학과 사상에 대해 논하고, 분과학문의 벽을 허무는 통합 인문학적 사고를 위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문학/사상 8호 트랜스로컬

‘트랜스로컬’에서는 구체성이 녹아 있는, 경험적 삶이 실현되는 장소인 로컬을 직시하며 그들의 횡단과 접선에 주목한다. 그리고 로컬을 지속적으로 호명하고 또 실패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컬 속에서 희망을 지탱하는 삶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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