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London
A Letter from London
Letter#2
2020.4.5

from GIPHY
오늘 아침 편지를 쓰려고 노트북을 여는 순간, 모니터가 밝아지기 직전 찰나의 검은 화면에 비친 빠진 얼굴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유난히 축축 늘어지는 한주였는데 시작이 좋지 않네요. 빈약해진 의지를 간신히 일으켜 세우며 정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심장이 조여오고 목구멍이 막히면서 머리가 뜨거워집니다. 화가 나는 것인지 바이러스에 걸린 것인지 없습니다. 화가 나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니 뉴스를 멀리하는 것이 바이러스로보터 나를 지키는 일입니다. 아침 화상 회의에서 SNL스케치라고 해도 믿을 법한 보리스 존슨의 만행을 들려주는 직장 동료들이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무턱대고 화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무능력하고 우유부단한 영국 정부. 공원을 닫았다고 징징대는 사람들. 눈치 없이 눈이 부시게 화창한 날씨. 바이러스보다 인종차별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타향살이. 지구를 흔드는 서쪽의 않는 소리. “한국 칭찬 컴필레이션프로파간다 영상이나 만들어 대는 한국의 자격지심.  

와중에 집에서 하고 있나 싶어 화가 납니다. 아마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잉여의 시간을 근면하게 살아가는 , 단순한 일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세상을 구하는 사람들 뒤에 숨어 예술의 존재 이유를 말하는 것에 죄책감이 듭니다.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에서 인지되는 가치를 몸과 외부가 단절된 비물질화의 세상이 지금 어떻게 정당화해야 할까요. 시간 그런데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엄청난 것을 만들고 있을 생각을 하니 질투가 납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하고 있지? 근심- 분노-질투-회의감. 이것은 슬럼프를 겪고 있는 너무나 전형적인 창작자의 패턴인 것도, 굳이 글로 써야 깨닫는 미련함에도 화가 납니다.

상태로는 아무것도 없었을 테지만 뉴요커에 실린 George Saunders가 학생들에게 쓴 편지 읽고 책상에 앉을 힘이 조금은 생깁니다. 어린 작가의 어린 의지가 무너질까 서둘러 짧은 속에서 그 현재를 관찰하는 작가의 시선, 그것을 기록할 있는 글의 힘을 상기시킵니다.

"…What will convince that future kid is what you are able to write about this, and what you’re able to write about it will depend on how much sharp attention you are paying now, and what records you keep."

Saunders 편지의 마지막에 러시아 감옥 앞에서 스탈린 정부에게 잡혀간 아들들이 나오길 기다리는 어머니 무리 하나였던 러시아 시인 Anna Akhmatova 시를 첨부합니다. 시인을 알아본 어머니가 상황을 글로 있냐는 물음에 시인은 있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어머니의 얼굴에 스친 미소를 보았고 그것은 그들이 기록되어 잊히지 않을 거라는 안도의 미소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지금이 어느때보다도 예술과 아티스트가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숫자와 데이터 세상을 눈과 , 그것을 타임캡슐에 담아낼 . 바쁘고 예민해져야 시기입니다. 이런 거창한 이유를 쓰고 나서야 작품을 소개하는 편지가 아주 의미 없는 일은 아닌 같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rifke.world(인스타그램 )Excellent Quarantine Ideas  & Costa del Solitu 
Rifket 코로나 이후 만든 두 개의 웹사이트입니다. Costa del Solitu 바다 가운데 무인도만 있는 같지만 현실 시간에 따라 하늘과 빛이 바뀝니다. 휴가가 취소된 사람들을 위한 대안 휴가지입니다. Excellent Quarantine Ideas 사람들이 보내온 자가격리 있는 랜덤하게 보여줍니다. 방금 들어갔을 지금 떠오르는 걱정거리를 써라.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웃을 있게.”라는 글이 나옵니다. 나중에 편지들을 읽으면서 천진했던 생각을 비웃을 있길.

Meriem Bennani 2 Lizards ep. 1,2,3
Meriem Bennani 현실과 CGI 섞어 초현실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마리의 도마뱀이 인간적(?) 대화를 나눕니다. Meriem Bennani 이상함이 정말 좋습니다. 기묘한데 현실적이고 웃긴데 쓸쓸합니다

집에만 있는 것이 무료해질 George Kuchar 비디오 다이어리만큼 시기적절한 볼거리가 없습니다. 7일까지만 온라인에 공개되는 Going Nowhere 50 생일을 기념해 집에서 고양이와 외부의 접촉없이 하루를 보내는 작가의 90년대 브이로그입니다

회의감에 깊이 빠진 며칠 전 김안 시인의 시집 아무는 밤이 생각났습니다. 책은 여기서 구할 수 없으니 시 구절이라도 나올까 인터넷을 뒤지다가 민음사 블로그에 올라온 인터뷰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페이지를 조금 내리니 찾고 싶었던 파산된 노래의 구절이 발췌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우리에게 숨어들어 밤새 속삭이던
투명한 영혼들도 불가해한
이유로 다, 팔려 나가고
어떻게든 아물기 위해
차갑고 희뿌연 유리창에 갇힌 채 비루한 겁을 베끼는 밤이지만
어떻게든 아물려는 불가능한 밤이지만
아무는 밤이지만
-김안 파산된 노래에서

++++++++++++++++++++++++++++++++++++++++++++++++++++++++++++++++++++++++++++++++++++++++++
추억의 명곡번째

런던과 서울, 아홉 시간의 시차가 납니다.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걸까요?
그저 같은 시간 안에서 누군가는 해를, 누군가는 달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그래도 저는,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미래로 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기분 탓이겠지요?
우리 모두는 어떤 시간 속의 누군가를 그리워 것입니다.
그런 몽글하고 감성적인 , 듣고 싶은 노래입니다.


From DJ나경..
A Letter from London Archive 에서 지난 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박선주
www.sunpark.space 
sunpark.space@gmail.com
IG: @coco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