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Undecided와 Transfer로 기회의 문 열기

내가 문과에서 공대로 트랜스퍼할 수 있었던 이유

#07. Undecided와 Transfer로 기회의 문 열기



> 한국에 남아있었더라면 불가능했겠지


한국에서 초, 중고등학교를 다녔다면 한 번쯤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위해 진로 희망 사항을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는 사실 그리 중요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간단하게 생각하고 제출하지만, 한국 대학교 입시에 직결되기 시작하는 고등학생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이 작은 디테일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입시 설명회에서는 3년 동안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적혀있는 이 장래 희망이 바뀌어서는 안되며 지원하는 과와 무조건 연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아직 국내 입시 준비를 하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어떤 직업을 적어야 나의 대입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을까 고민했었다. 당시 문과적 성향이 강했던 나는 내가 관심 있어 했던 국제관계와 정치 외교를 아우를 수 있는 국제기구 종사자라고 적어냈었다. 


만일 내가 국내 입시를 계속했었더라면 지금처럼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새로 찾은 적성인 컴퓨터 공학으로 전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미국 대학의 첫 번째 차별점 : Undecided


한국 입시와 미국 입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 지원할 때 적어낸 과 혹은 전공에 묶이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에는 가장 포괄적이고 넓은 College of Arts and Science (문리과대학, 칼리지라고 불린다)부터 School of Engineering (공과대학), Business School (경영대), School of Nursing (간호대) 등등 굉장히 다양하고 큰 규모의 학부들이 존재한다. 학과로 지원해야하는 한국 대학과는 달리 미국 대학은 이 학부에 지원하게 된다. 학생들은 2학년을 마치기 전에 전공을 선택하게 되는데, 자신이 속한 학부 내에서 제공하는 모든 전공에서 고를 수 있다.


정말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본인이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이에 관련한 고등학교 활동하고 수업을 듣고 College of Arts and Science에 입학했더라도 2학년이 마치기 전까지 본인이 물리 수업을 열심히 수강하여 유망한 성적을 받았다면 같은 학부에 존재하는 천체물리학을 전공으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한 시스템 때문에 미국에는 Undecided major, 직역하자면 전공 미정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실제로 대학에서 다양한 신입생들을 만나 전공을 물어보면 가장 흔하게 듣는 대답이 바로 “I’m still undecided”이다. 물론 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전공을 선택해야 하지만 1, 2학년 때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며 내가 진정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 미국 대학 시스템이다.



> 미국 대학의 두 번째 차별점 : Transfer


대학 내에서 학부 간 트랜스퍼 (internal transfer)가 자유롭게 열려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학교별 인기 학부, 예를 들자면 유펜의 와튼, 조지타운의 SFS, 카네기멜론의 컴공과, 등등의 경우 굉장히 selective하고 competitive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막혀있지는 않으며 본인의 능력과 재량에 따라 입학 후 전과할 수 있다.


나 역시 대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College of Arts and Science로 지원해 입학했고, 1학년 동안 다양한 수업을 듣는 중에는 스스로 undecided라고 소개했으며, 1학년을 마치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기 위해 공대로 트랜스퍼하게 되었다. 물론 학교별로, 그리고 학부별로 지원 서류나 방식은 상이하겠지만 나의 경우 필수 수업 수강 여부, 1학년 GPA, 그리고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 트랜스퍼 할 수 있었다.



> 미국이 기회의 땅인 이유


전공을 바꾸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대학교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며 고등학교 때와는 새로운 분야에 흥미가 생겼을 수도 있고, international 학생의 경우 졸업 후 취업 혹은 비자로 인한 현실적인 요소 또한 있을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입학을 한 후에 본인의 전공과 학부를 꽤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메리트가 된다. 극단적인 반대 예시로 영국의 시스템 경우 본인이 입학한 학과와 다른 전공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입시 프로세스를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이 진행하여 입학 허가를 받아야 전과를 할 수 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대학 선택에 있어 충분히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 이 바로 트랜스퍼 시스템이라고 생각이 든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는데 내 앞에 가능한 많은 문이 열려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 Editor 초이 🌠

WHO ARE WE?
🐋 : (타이틀만) 메인 에디터다. 아시아권 국제학교를 졸업해 어쩌다 대학도 홍콩으로 갔다. 익명성을 빌려 힘들었던 것들을 신명나게 풀어볼 생각이다.

초이 🌠 : 한국 입시에서 미국 입시로, 문과생에서 공대생으로 탈바꿈을 한 초이. 국제 학생으로 미국 입시 준비하기 힘들었던 기억에 지금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어 리얼 유학 레터에 참여했다.

감쟈 🥔 : 대학교에서 구르고 있는 수많은 감자 중 하나이다. 미국 고등학교 생활과 유학, 한국 대학 입시 정도에서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칭 멘토 정도는 되는 감자다.

미키 🦮 : 국제고에서 고1 때 미국행을 결정하게 되어 입시를 치룬 늦깎이 유학생이다. 갑작스럽고 낯설었던 미국 입시의 기억을 되살려 비슷한 상황의 많은 학생들을 도와주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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