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번역가를 위한 자산 관리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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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차] 번역가의 돈 관리는 어떻게?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돈 걱정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번역가는 초고소득 직종이라고 하기는 힘들며, 높은 수입을 올리더라도 프리랜서 특성상 수입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생각해 본 번역가의 돈 관리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 저는 IT 분야와 금융 분야를 주로 번역하는 산업번역가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닐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최대한 고정비 줄이기
먼저 꾸준히 프로젝트가 들어와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없는 초기에는 최대한 고정비를 줄여야 합니다. 특히 혼자 살아야 할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본가에 거주하면서 번역 일을 시작할 것을 추천합니다. 애초에 컴퓨터만 있으면 공간에 구애를 거의 받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굳이 월세와 생활비를 추가로 지출할 이유가 없으며, 빠른 독립을 원한다면 더욱이 초반에 고정비를 줄이는 일이 중요합니다.
생활비 1년치 저축하기
다음으로 프로젝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최대한 빨리 생활비 1년치를 저축해야 합니다. 금액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 경우에는 1,000만 원, 자취를 할 경우에는 2,000만 원을 먼저 모을 것을 추천합니다.

빠르게 저축할 것을 추천하는 이유는 프리랜서의 수입이 매우 불안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수입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번역 외에도 글쓰기와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고 있기에 순수 번역 수입은 아닙니다.)

  • 연수입이 2,000만 원대였던 해: 최고 월수입은 460만 원, 최저 월수입은 6만 원
  • 연수입이 4,000만 원대였던 해: 최고 월수입은 640만 원, 월수입이 100만 원대였던 기간은 3개월
  • 연수입이 8,000만 원대였던 해: 최고 월수입은 1100만 원, 최저 월수입은 370만 원 (730만 원 차이)

프로젝트가 갑자기 몰리거나 정산이 지연되는 경우 수입이 갑자기 넘치거나 아예 말라버릴 수 있습니다. 저도 평균적인 월수입을 예상하고 지출을 했다가 한 달 동안 일이 전혀 없어 고생한 기억이 있네요.

따라서 초반에는 일이 없어 수입이 끊기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저축에 집중해야 합니다. 프로젝트가 많지 않아 수입이 적다면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부업 등으로 수입을 충당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따로 하는 일이 있다면 저축액이 모이기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축이 필요한 이유는 불안정한 수입에 대처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번역가로서 실력을 쌓고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데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번역 소프트웨어, 컴퓨터, 모니터 등 구매해야 할 물품도 있고, 외국어와 한국어 실력과 전문 분야 지식을 쌓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특히 수입을 높이려면 높은 단가를 제시하는 에이전시나 클라이언트를 찾아야 하는데, 이런 클라이언트를 찾기는 쉽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올 만큼 충분히 확보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때 저축액이 충분하지 않다면 돈이 없음 > 일단 단가가 낮은 프로젝트를 진행함 >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시간이 없고, 단가가 낮아 저축이 되지 않음 > 다시 일단 단가가 낮은 프로젝트를 진행함이라는 악순환에 빠지고, 수입이 예상보다 적은 달에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당장 몇 개월의 수입을 걱정해야 한다면 프리랜서 번역가로서의 불안감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번역 실력을 높이고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먼저 저축액을 확보할 것을 추천합니다.
저축과 투자는 어떻게?
경력이 쌓이면서 생활비도 어느 정도 있고 수입도 높아지게 되면 저축과 투자를 고민하게 됩니다. 따로 투자에 관심이 없거나 투자를 고민할 시간이 없다면 기본부터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일단 매달 다음과 같이 저축과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1. 국민연금 9만 원 (임의가입자)
  2.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 원
  3. 연금저축펀드 50만 원
  4. 수입의 20%에서 위를 내고 남은 금액은 주식과 채권 등에 직접 투자

사업자 등록을 하셨다면 노란우산공제나 고용보험 등도 가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된다는데 왜 돈을 버려요?' 또는 '연금저축펀드로 투자하면 수익률이 별로일 텐데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정 부분 타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주택청약종합저축, 연금저축펀드 등의 상품에는 프리랜서에게 매우 유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입금은 자유롭지만, 일단 입금하면 돈을 빼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미납분을 나중에 납부하는 것이 가능하며,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12월 말 전에만 입금하면 세제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어 불규칙한 프리랜서가 저축과 투자에 이용하기 좋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품은 일단 입금하면 돈을 빼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수입이 늘어났다고 급하게 주식에 투자하거나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계획보다 빨리 주식을 처분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등의 파킹통장에 돈을 넣어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는 목돈을 장기간 묶어두기가 힘들기에 파킹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저축이나 투자 계획을 세울 때는 금액이 아닌 비율로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프리랜서는 수입이 들쭉날쭉하기에 '한 달에 200만 원씩 저축하겠다'와 같은 계획은 지키기 어렵습니다. 월수입이 500인 달은 너무 적게 저축하게 되고, 월수입이 300인 달은 너무 많이 저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월수입의 30%를 저축하겠다라는 계획을 세우면 월수입이 500인 달은 150만 원을, 월수입이 200인 달은 60만 원을 저축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원하는 비율의 저축액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해외 에이전시나 클라이언트와 자주 작업한다면 외환 계좌로 입금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씩 달러와 유로의 가격이 크게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쌀 때는 외환 계좌로 입금을 받은 후 보관하고, 작년처럼 달러가 매우 비쌀 때는 원화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적절히 이용하기
마지막으로 신용카드가 없다면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돈을 아끼려면 신용카드부터 자르라는 말이 있지만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신용카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용카드는 신용점수를 높이는 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원과 달리 프리랜서는 신용점수를 관리하기 어려운데, 휴대폰 요금 등 필수 지출은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되도록 설정해 두면 편리하게 신용점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필수 지출이 아닌 목적으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정한 월급을 받는 회사원이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길면 몇 개월 동안 수입이 없을 수 있어 높은 할부 이자를 부담하거나 연체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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