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살아있음을 느끼나요?

잉잉이님 오랜만이에요😃 2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휴가를 쓴 덕분에 마음 편히 동료들과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어요. 1박 2일이었지만 어지러웠던 마음을 씻어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답니다. 주변을 둘러싼 자연, 사찰 건축물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 느리게 걷는 스님들. 그 사이에 있으니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오늘 잉잉레터에서는 산사에 머무는 동안 느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지난 레터를 통해 다른 잉잉이들이 나눠준 다양한 '후회'부터 함께 보고 가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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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잉이A

그때 너를 좋아한다고 말 못했던 거. 도와달라고, 네가 필요하다고 말 안 한 거..

잉잉이B

내 삶을 위해 외국으로 이민을 왔는데, 한국에 있을 때 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한게 후회가 되요. 대답 예쁘게 할걸 왜 성질냈지? 하면서 말이에요. 보고 싶은 만큼 후회가 큰 것 같아요.

잉잉이C

엄마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 누워있는 엄마 곁에 혼자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이가 어렸기에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게 후회돼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사랑한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잉잉이D

면접에서 질문의 의도가 뭐인지 모르고 횡설수설 대답한 뒤 집에 와서 뭐라고 했어야 하는지 떠올랐을 때.. 그리고 실제로 떨어져서 너무 후회스러웠어요. 물론 그 대답 하나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라 위로해 보지만...😂

잉잉이E

엄마를 가슴에 묻고 나서 나 자신을 너무 미워했던 일이요. 저희 엄마라면 내가 그러길 바라지 않으셨을텐데 혼자 너무 자책감에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그치만 그 시절의 내가 그만큼 강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으니, 이제라도 나를 미워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ㅎㅎ

잉잉이F

아주 어렸을 때, 아빠를 모른척 한 일이 있었어요. 당시 아빠는 어떤 잘못을 한 아저씨를 추궁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 사람은 폭력적인 모습으로 아빠에게 소리치고 있었죠(저희 아빠는 정의를 실현해야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때 나서서 싸움을 말리지 않은 걸 후회해요. 내가 말리지 않더라도 근처 어른들을 부르거나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어서, 우산을 쓰고 지나가며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요. 그러지 않았다면 아빠는 크게 다치지 않았을거에요. 이후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그때 아빠의 다친 모습을 봤을 때 아빠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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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다!

바다가 보이는 강화도의 전등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환경의 변화를 체험한 셈인데, 사람에게 있어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고기를 좋아하고 가리는 음식이 많아 채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공양(식사) 시간이 가장 걱정스러웠는데, 느린 마음으로 채소의 맛을 음미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저도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었거든요.

채식과 더불어 합장, 새벽 예불, 기와불사 등 다양한 사찰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그중 예불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종을 33번 울리는 '타종(打鐘)' 체험 도중 저에게 신비로운 일이 있었는데요. 커다란 종을 직접 쳐보고, 위에 손을 얹으니 그 울림에 압도당하고 말았어요. 종을 한 번 두 번 울릴 때마다 심장이 저릿한 느낌이 들었는데, 마치 종이 저에게 '심장의 떨림이 느껴지지 않느냐, 너는 분명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지 않느냐' 하고 말하는 것 같아 덜컥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전부터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왔거든요. 오랜만에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이었어요.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일상의 것들이 전보다 더 반갑게 느껴졌어요.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고도 하잖아요. 일상은 귀한 것이지만 같은 풍경이 되풀이되다 보면 자연스레 살아있다는 감각도 무뎌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잉잉이님에게도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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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 이유를 찾고 있나요?

1. 사람은 존재 이유를 찾습니다. 그래서 대상에 몰두합니다. 그것은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사회적인 이슈이기도 하고, 또 자신이 직접 살아나가며 행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2. 그 모두가 ‘대상’입니다. 대상이 필요한 건, 그 대상이 있어야지만 내가 있고,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고, 또 나의 가치가 증명이 되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 대상이 없다면 어떤가요?

3. 내가 집중하는, 내가 얽매인 그 대상들을 하나하나 지워 보십시오. 내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그 사람이 없다면, 사회적인 이슈가 없다면, 내가 어떤 일을 행하고 있지 않을 그럴 때에도, 그렇게 몰두할 수 있는 대상이 그 어떤 것도 없을 때엔 어떤가요? 대상에 필요 없이,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가요? 대상에 의존 없이, 나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세계가 가득할 수 있는가요? 대상에 걸림 없이,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요?

4. 스스로가 충만하지 못하면, 그 결핍감에 존재 이유를 찾아 헤맵니다. 이 결핍감을 채워 줄 다른 대상을 찾아다니는 겁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대상에 따라 나의 마음도 수시로 왔다 갔다 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상에 끌려 다니는 삶입니다. 본래 주인인 나를 버리고, 대상의 객으로 사는 삶입니다. 사방천지로 쏘다니는 마음을 멈춰야 합니다. 멈춰야만 비로소 보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더이상 존재 이유를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5. 존재 그 자체입니다. 존재로서 그렇게 환하게, 분명하게, 자유롭게, 텅 비게, 충만하게 있는 겁니다. 애초부터 무얼 그렇게 구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 원제,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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