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V. LETTER
강성혜, 김병수

기업의 언어는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경지에 이른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나온 지혜가 어떤 언어의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오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 

- <언어를 디자인하라> 중


언어는 기업과 고객 간의 첫번째 접점으로써 기업의 얼굴과도 같습니다. <언어를 디자인하라>에서 인용한 문장을 기업의 관점에서 재해석해본다면,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어떤 언어의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오느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필요와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해 설계된 언어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격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언어 감수성이 낮은 표현을 사용한 제품 설명서나 웹사이트 안내문은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외면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기업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기업이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언어의 높이뛰기>를 저술한 고려대학교 신지영 교수는 "말이나 글이든 언어는 상대를 전제한 행위다. 그러니 상대의 감수성에서 어떻게 들리고 읽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가령 '안티에이징', '장애를 앓고 있는' 이란 표현에는 나이와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담겨 있죠. 우리가 흔히 쓰는 ‘조각몸매를 만들어보세요’라는 말도 사실 신체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기업은 일률적인 기준으로 고객을 판단하거나, 특정 고객을 소외시킨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특정 표현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최근 해외 기업을 중심으로 언어 감수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Towfiqu barbhuiya

DEI 언어는 다양한 특성의 고객들에게

보내는 존중의 메시지 


DEI란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ality, 포용성Inclusion의 약자입니다. 따라서 DEI 언어란, 편견, 고정관념, 차별이 없는 단어, 표현 또는 어조로서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하고 포용하는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별, 인종, 문화, 나이, 외모에 상관없이 모두를 존중하고 환영한다는 메시지인 셈이죠. 이런 DEI의 개념을 기업의 고용 정책이나 기업 문화뿐 아니라 대외에 공개하는 언어에 폭넓게 접목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로보틱스 기업 에이아이 시스템스Ai Systems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아프신 더스트Afshin Doust는 포브스지 기고에서 기업의 포용적인 언어가 고객만족과 직원 내부 참여도를 높임으로써 기업 생산성에 크게 기여한다고 말합니다. 고객이던, 사내 직원이든 언어에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가치를 담는 기업은 모든 사람을 환영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기업의 포용성은 곧 기업의 경쟁력


컨설팅그룹 맥킨지가 2020년에 출간한 보고서 <다양성의 승리: 포용성은 왜 중요한가>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기업일수록 혁신과 장기적 이윤을 달성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인종다양성을 고려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재무성과 부문에서 36% 더 높은 수익을 보였다고 하죠. 기업의 포용성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포용성 지수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딜로이트 컨설팅에 따르면 가장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언어라고 합니다. 언어는 변화를 일으키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은 우리의 관점과 신념을 형성하고 바꿔나갑니다. 무심코 사용했던 "유모차"라는 표현을 "유아차"로 대체해보면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모두 엄마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는지, 제품과 서비스에서 가족다양성을 고려했는지 점검해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언어를 의식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포용적인 언어를 끊임없이 배우고 사용하는 일은

기업의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One practical and effective way to demonstrate inclusive behavior is

by committing to continuously learning

about and using inclusive language.”

누구나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스트리밍’이란 동영상을 컴퓨터에 저장하여 재생하지 않고,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일을 말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지만, 한글문화연대가 실시한 2020년 외국어의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스트리밍’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설문 대상자의 53%였습니다. 이중에 70세이상 평균 이해도는 2%에 불과했죠. 특정 기능의  외국어나 한자어 명칭이 잘 이해되지 않아 선뜻 이용하지 못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글로벌 디자인 기업 어도비Adobe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DEI 언어를 사용해야할 이유로 꼽습니다. 나이, 교육 수준이나 외국어 이해도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면 기업의 타깃 소비자층을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죠. ‘스트리밍’이라는 단어를 ‘바로 재생, 실시간 재생’으로 바꾼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능의 의미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요.

참고문헌


신지영. 《언어의 높이뛰기》. 인플루엔셜. 2021.

유영만 & 박용후. 《언어를 디자인하라》. 쌤앤파커스. 202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쉬운 우리말 사전>.

Adobe. <Inclusive UX writing: Writing to include more people>.

Afshin Doust. <Why Inclusive Language Matters in Tech>. 《Forbes》. 2020. 4. 3.

Christina Brodzik. <The Power of Inclusive Language: Building diversity and inclusion in the workplace>. 《Deloitte Human Capital Blog》. 2021. 6. 29.

Mckinsey & Company. (2020). Diversity wins: How inclusion matters.

미션잇은 신체, 감각, 인지 활동 지원이 필요한
사용자 누구나 더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포용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합니다.

MSV 소셜 임팩트 시리즈 4호 <안전>

정식으로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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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매거진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전달드립니다. 핵심적인 키워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 Design for Social Value’와 ‘포용적인 디자인 Inclusive Design’ 그리고 ‘접근성 Accessibility’ 입니다. 매주 1회 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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