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잘 보내고 계신가요?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야외 나들이가 늘어나고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는데요. 그럼에도 코로나 동안 위축됐던 인간 관계를 어느 수위까지 회복할 것인지, 재택의 경험 이후 일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등 다양한 층위의 고민들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네이버가 신사옥을 지으면서 사람과 사람을 넘어 사람과 로봇이 같이 살아가는 환경을 구축해 실험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지난 18일 찾아가봤습니다.

세계 최초의 ‘로봇친화형 빌딩’이라는 네이버 신사옥에 들어 선 순간 든 첫 느낌은 공항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주황색 표지판으로 길이 안내돼 있고, 모든 길은 널찍널찍한 게 턱이 없어 걸리는게 하나도 없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식 입주가 7월이라 아직 모든 직원들의 이사가 완료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로봇들도 아직은 지정된 특정 공간에서만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가운데 사내 2층 카페를 찾았습니다.

  <배달 끝난 로봇 트레이 정리하고 센서를 닦아주는 양팔로봇 앰비덱스>

카페에는 음료 배달을 준비하는 로봇부터 충전하는 로봇, 다음 배달을 위해 소독을 하는 로봇 등이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 사이에 어울려 있었습니다. 배달하고 온 로봇의 트레이를 빼고 센서를 닦아주는 것도 양팔 로봇 앰비덱스(AMBIDEX)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음료를 배달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 루키>

1784로 배달 온 택배를 임직원의 자리까지 가져다 주는 서비스부터, 카페 음료나 도시락 배달까지 가장 바쁘게 일을 수행하고 있는 로봇은 클라우드와 연결되어 움직이는 서비스 로봇 ‘루키’였습니다.


사원들이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루키가 카페에서 받아 몇 층이든 사무실 어디든 차질없이 배달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루키가 회의실 문 앞에 도착하면 클라우드가 로봇의 위치를 인식해 회의실 문을 자동으로 열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팔이 없는 로봇이지만 루키는 배달에 제약없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에서 이렇게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공간을 실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사옥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강상철 책임리더와 남진아 리더를 만나봤습니다.

<지난 18일,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Q.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사옥 이름이 왜 1784인가요?

1784는 저희 건물이 정자동 1784-4번지 주소예요. 그래서 주소에서 착안한 저희의 태명이었는데 역사적으로도 1784년도에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더라고요. 혁신과 도전의 가치가 (산업혁명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신사옥의 이름을 1784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어떻게 로봇과 함께 하는 건물을 구상하게 됐나요?

원래 제2사옥은 계획 중인 게 있었습니다. 공사도 이미 시작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네이버 랩스가 로봇을 연구하는 회사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로봇이 사람과 친근하게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 나온 결론이 일단 상업 공간에서 역할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오피스 빌딩이나 대규모 쇼핑몰에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요. 그런 얘기를 저희 (네이버랩스) 대표님이 네이버 경영진이랑 논의하는 자리에서 의견을 피력한 거죠. 그랬더니 어? 우리도 제2사옥 짓는데 그럼 거기에 로봇을 한번 넣어볼까? 할 수 있겠냐?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시작은 좀 쉽게 된 거예요.

Q. 사람과 로봇이 같이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나서 제일 고민됐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은 현재 있는 기술과 현재 있는 공간,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잘 맞아떨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로봇을 인식할 때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팔도 자유롭게 움직이고 이런 로봇을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의 로봇들은 실제 그렇지 못합니다. 로봇들도 제약이 있고요. 공간의 제약도 받고 사람의 인식도 제약을 받아요. 그래서 어떻게 이것을 다 해결해 우리가 만드는 로봇들이 우리가 만든 공간에서 제대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큰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공간에 대해서도 해석을 다시 하고 로봇에 대해서도 다시 분석하고 사람에 대해서도 분석을 다 다시 해야 했습니다.

 
특히 로봇이 뭘 하면 좋을까 사람들한테 설문도 하고 자료조사도 했더니 배송의 니즈가 굉장히 컸어요. 그래서 첫번째로 결정한 게 (회사로 배달된) 택배의 배송이었고요. 그 다음이 도시락, 카페 (심부름) 이런 식으로 선정을 하게 됐습니다.

로봇친화 빌딩이라는 컨셉을 갖게 되면서 (건축쪽에서는) 로봇이 어떻게 하면 잘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가장 크게 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게 ‘로보포트’라고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입니다. 현재 건물의 많은 엘리베이터에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탑승할 수 있어요. 하지만 로봇이 서비스를 좀 더 빠르게 하려면 로봇만을 위한 순환식 엘리베이터가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돼 로보포트가 만들어졌고요.

<로보포트를 이용하여 이동하고 있는 루키>

IT서비스와는 다르게 건축은 한번 만들어놓으면 수정도 개선도 쉽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의 미래기술은 계속해서 새로운 게 나올텐데 건축은 이걸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저희가 (빌딩자체를) ‘테스트베드’라는 큰 (장의) 컨셉을 가져가면서 건축이 받아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니야? 이런 고민을 많이 해 건물 전체의 단차를 없애거나 로봇이 건물에 대한 모든 문을 클라우드를 통해 연동해 자동으로 개폐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건물 안에서 필요한 인프라들을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Q. 지금은 로봇이 주로 사람을 돕는 컨셉인데 혹시 사람이 로봇을 위해, 혹은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는 세상도 상상을 하시는지요?

아직까지 로봇이 사람과 살아본 적이 없어요. 한번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고 우리가 여기서 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아직 로봇과 사람이 공존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잘 몰라요. 이제 여러가지 로봇이 사람과 공존해보면 사람으로부터 오는 피드백도 있을 거고 로봇에 쌓이는 데이터도 있을 거예요. 그것들을 기반으로 계속 연구를 해나갈 것이고 그 정답을 이제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네이버 신사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키 1m40cm의 로봇 이름은 ‘루키’. 신입사원이었습니다특정 성별없이 동료처럼 친근하게 느끼면 좋겠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연말까지 모두 이주를 마치면 5천명 직원에 100대의 로봇이 1784에서 같이 근무를 하게 됩니다.

1784의 또 다른 인기 로봇은 양팔로봇인 앰비덱스입니다. 루키가 배달을 끝내고 오면 팔을 교체하면서 트레이를 갈아주기도 하고 스폰지에 소독약을 묻혀 센서를 깨끗이 닦아주기도 합니다.

로봇 서비스는 어쨌든 사람이 편하게 일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가 이제 필요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확실히 다른 주체다 보니 초반에는 불편한 점이 있을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공간적으로 분리하면 더 좋을 공간과 크로스 되는 부분을 나눴습니다. 택배 지원 시설이라든지 카페라든지 식당 같은 경우는 사람과 로봇의 동선을 분리하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로봇이 교차되는 공간에서는 로봇이 속도를 조절하거나 사람을 피하거나 이런 기술이 적용돼 있습니다. 또 로봇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는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홀에 보시면 정보표시 장치라고 하는 LED 큐브가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하고 같이 타는 엘리베이터의 경우 로봇이 어느 위치에 있고 어느 엘리베이터에 있는지를 사람이 미리 인지할 수 있게 알람을 준다든지 해서 서로가 생활하면서 초반에 약간 서로 서먹할 수 있는 그런 관계 안에서 서로 배려하는 장치들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그런 부분도 공간에 적용을 했습니다.

Q. 로봇이 신입사원이라고 하니까 그런 느낌이 좀 들 수도 있는 것 같은데요. 로봇때문에 사람의 일자리가 뺏기는 거 아니야? 혹은 로봇을 위해 만든 기술들이 혹시 나까지 감시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로봇의) 서비스를 기획할 때 사람이 하지 않는 일 가운데 로봇이 잘해서 도움이 되는게 뭘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지금 로봇이 하는 택배 배달 서비스나 음료수 날라주고 도시락 가져다 주는 것은 지금 어디에서도 (다른) 사람이 해주지 않는 일입니다. 직원들이 더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돕는 거죠.

 

그리고 개인정보 부분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보안이라든지 개인정보에 저촉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 다 검토를 했고요.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CCTV도 없애고 로봇이 사무실 공간 안을 돌아다니지만 그런 영상은 전혀 저장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프라이버시나 개인 정보는 다 철저히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Q. SBS D포럼이 1784에 관심을 가진 것은, 1784가 어떻게 보면 다른 주체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테스트베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데요. 혹시 로봇과 사람과의 공존을 고민하시면서 새로 얻게 된 인사이트도 있으신가요?

실제 로봇이 바퀴가 달려서 움직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건물 안에서 로봇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그런 조건들이 배리어 프리[1] 공간의 조건들 하고 거의 유사하더라고요. 로봇으로 인해 그런 조건들을 더 강화했기 때문에 이 건물 자체가 사람에게도 굉장히 좀 배려한 건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벽 등을 제거하자는 운동 및 정책

로봇이 아직까지는 그렇게 완벽한 존재가 아니에요. 여러가지 면에서 되게 부족한 존재거든요. 그래서 로봇친화 빌딩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아직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 얘가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하려면 여러가지 도움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많은 부분을 건축에서 이런 것을 도와주면 이 로봇이 좀 더 다른 사용자들을 잘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도입니다. 조금 신경을 써서 옆에서 여러가지 도움을 주면 훨씬 더 모두 공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새삼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남진아 리더는 이번 1784 실험을 진행하면서 새삼 ‘오피스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과거에는 사무실이 일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그 공간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인사이트를 주는 환경인지까지 고려하게 된 시대가 아닌가 느끼게 됐다고 했습니다.   

 

강상철 책임리더도 이 프로젝트는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같이 과정에 동참하고 지켜보고 유저로서 경험하면서 같이 발전시켜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특히 기술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나 같이 살아가는 공존의 조건에 대해서도 그 과정에서 같이 배워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로봇과 같이 살아가는 실험을 위해, 로봇 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람에 대해, 또 같이 살게 될 공간에 대해서까지 다시 연구하고 분석했다는 얘기가 귀에 맴돌았습니다. 또 조금은 부족한 로봇이 자신의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게 하기 위해, 기술도 건물도 로봇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새삼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그들과 어울려 살기 위한 방법은 얼마나 고민해 왔나 새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지: 다음주 수요일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라 다음 뉴스레터는 한 주 쉬고 저희는 6월 8일에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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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DIARY 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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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선 기자 : 2010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건, 법조, 경제·산업, 방송통신정책, IT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뉴미디어국 비디오머그 등에서 일하면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22년 SBS D포럼을 기획하는 미래팀에서 무엇을 보도해야 할지, 구독자님들과 소통하며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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