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주] 따끈따끈한 새 책 배달왔어요!

Egg Break 33호

이번 주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냈어요. 조립해서 거실 한켠에 두고 전구를 켜는 순간, 연말 분위기가 확 나더라고요. 한 해의 마무리를 제대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한 해라 그런지, 12월을 맞이하는 마음이 조금 미묘하기도 한데요. ('왜 벌써 12월이지?' '아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 사이에서 오락가락😇) 그래도 보내온 시간들을 잘 돌아보고 다독이는 연말이었으면 해요. 에그브렉은 이번 주와 다음 주에는 신간 소식을, 그리고 세 번째 주에는 한 해를 결산하는 레터를 보낼 예정입니다. 12월에도 함께해주세요🐣

에그브렉이 고른 새 책

📚 가난의 문법

📚 살리는 일

📚 사냥꾼, 목동, 비평가

📚 아버지의 레시피

우리가 발견한 책

📚 당신이 옳다

* 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은 표지 사진을 눌러주세요. 네이버 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12월 1주, 이 책 어때?

에그브렉이 고른 새 책

📚 가난의 문법(소준철 지음, 푸른숲)

🧲 #노인 #빈곤 #여성 #가난

이 책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갑니다. 우연히 길을 가던 저자가 재활용품을 주워서 파는 여러 명의 노인을 보면서부터였죠. 연구자로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선택한 그는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하며 지금 한국사회가 말하는 가난의 민낯을 들여다봅니다.

특히 저자는 현재 노인이 된 여성과 남성의 생애경로 차이, 평균수명 등을 이유로 '여성노인의 빈곤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는데요. 내용을 디테일하게 전달하기 위해 책이 차용한 형식도 흥미롭습니다. 70대 중반의 '윤영자'라는 가상 인물을 내세워 여성노인의 생애경로를 살펴보고, 재활용품을 줍는 여성노인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나누어 목차를 구성하기도 했거든요.

노인빈곤 문제는 언젠가 마주할 우리의 문제이자 지난 역사를 살아낸 세대를 이해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무거운 주제지만) 이런 의미에서 읽어보면 좋을 신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건 현재의 노인 세대로, 노인들의 가난은 그 구조가 복잡하게 꼬인 산물이다. 지금의 일부 노인들은 사회보험 제도가 정착하기 전에 노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종사하던 업종이 노화되어 생계가 어려워졌거나, 가족의 문제로 모은 돈을 날린 경우도 있다. 게다가 노인이 된 상태서 생계를 위한 유일한 자구책은 노동뿐이지만, 사회적으로 노인의 노동을 금(禁)하기만 할 뿐, 이에 대한 지원은 딱히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은 생존을 위해 자연스레 제도 바깥의 노동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존 경로가 바로 폐지를 줍는 일(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등장)이다." (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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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EBS 100세 쇼크 제작팀, 김지승 지음, <100세 수업>(윌북)
노인들의 삶을 장기간 밀착 취재한 EBS 다큐멘터리 <100세 쇼크>의 내용을 기반으로 '나이듦'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그중 '여성노인 빈곤의 그늘'을 다룬 챕터와 연결되는 다큐멘터리 영상(EBS다큐)도 함께 소개합니다.

📚 살리는 일(박소영 지음, 무제)

🧲 #동물 #동물권 #길고양이 #에세이

동물권,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누군가에게는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일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유기견을 구조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동물 실험을 하는 화장품을 쓰지 않는다거나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동물권 에세이'라는 부제에 끌려 살펴본 이 책은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열 군데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저자가 거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조하며 겪은 일과 생각, 감정을 써내려간 기록입니다. 한 마리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들이면서 생긴 마음이 고통받는 작은 존재들을 향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일을 두고, 그는 '살리는 일'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꽤 오랫동안 거리의 동물들을 돌봐온 그 역시 중간중간 지칠 때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때마다 몸과 마음을 달래주었던, 저자를 '살린' 책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고 해요. 그가 말하는 '살리는 일'에 감응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의 독자가 되어봐도 좋겠습니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밥을 먹이고, 고통으로부터 보호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일. 새 힘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작은 힘이나마 누군가를 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살리는 삶'을 살고 싶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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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동그람이 <길고양이 불쌍해서 준 '마약 간식'이 위험한 이유>(2020.01)
길고양이 중에서도 유독 경계심 없이 사람에게 잘 다가오는 아이들이 있죠.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포스팅을 보니 오히려 너무 가까운 거리는 길고양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하네요. 길고양이와 인간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쓴 포스팅이에요.

📚 사냥꾼, 목동, 비평가(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열린책들)

🧲 #철학 #사회 #기술 #디지털화 #인간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는 뻔한 말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세상은 갈수록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디지털화'가 있고요. 심지어 코로나 이후 디지털화는 우리 삶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독일에서 주목받는 철학자로 알려진 저자가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던지는 질문이자 비평인데요. 디지털 거대 기업의 무한 팽창(과 그로 인한 독점)을 우려한다는 그는 "진짜 유토피아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것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어떻게 다룰지 생각하고 사회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일갈하죠.

책이 나온 2018년에서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회가 겪은 굵직한 변화들을 생각하며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쓸모없는 철학이 쓸모만 강조하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쓸모 있는 물음이다. 현대 사회에서 철학의 역할을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라는 역자 후기가 이 책의 의미를 가장 잘 짚어주는 것 같네요.

🔎 "이 책은 실리콘 밸리에 있는 많은 긱스geeks의 생각과 달리 구원은 결코 기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다루고, 그 가능성을 이용하고, 그 위험을 제때 통제하는 방식에 달려 있음을 보여 줄 것이다. 한마디로 기술은 우리의 삶을 결정하지 못한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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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지디넷코리아 <독일,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유럽 전역 확산될까>(2020.11)
책에서 저자가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기본소득'입니다. 그리고, 최근 유럽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어지고 있어요. 독일도 비슷한 상황이고요. 베를린 경제연구소와 비영리단체가 협력해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는데요. 코로나라는 변수가 불씨가 된 이 실험이 어떤 결론으로 맺음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 아버지의 레시피(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이봄)

🧲 #요리 #에세이 #레시피노트

2008년에 문을 연 연희동의 (소문난) 요리교실, '구르메 레브쿠헨(Gourmet Lebkuchen)'은 재료 손질부터 설거지까지 요리의 전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만들고 먹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요리의 기쁨을 흠뻑 느낄 수 있기 때문인지, 수강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고 하고요.

사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하는 히데코 요리선생이 처음부터 음식과 관련된 일을 했던 건 아니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가 요리일을 시작했다고 알렸을 때, 일본 특급 호텔인 임페리얼 호텔의 프랑스 레스토랑 셰프였던 아버지는 말 없이 자신의 60년 요리인생이 담긴 칼 세트와 레시피 노트를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레시피 노트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이 책에는 1960~1970년대 일본 호텔에서 팔던 서양요리 위주의 레시피가 담겨 있어요. 나폴리탄 스파게티, 햄버그스테이크, 크림 수프, 돈가스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메뉴라 한번 도전해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음식에 담긴 저자의 추억 속 이야기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고요.

🔎 ""사실은 나, 서울에서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어. 수강생들도 꽤 많아. 예전에 아빠가 '레스토랑 나카가와'에서 운영하던 요리교실처럼 풀코스를 가르쳐." 딸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깜짝 놀란 부모님은 할 말을 잃은 눈치였다. 하지만 마흔 살의 딸에게 늙으신 부모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사람 입에 들어가는 것을 만드는 데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니까."
그렇게 78세에 레스토랑 주방을 떠난 아버지가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딸에게 다양한 종류의 식칼이 들어 있는 공공칠가방, 그리고 요리 관련 서적과 갈색으로 변색된 노트가 담긴 골판지 상자를 보내왔다. 말 그대로 아버지의 요리 인생 60년의 추억이 담긴 보물 상자다." (33~34쪽)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유튜브] 수자튜브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교실 02>(2020.04)
올해 3월에 개설된 히데코 요리선생의 유튜브 채널 '수자튜브'입니다. 구르메 레브쿠헨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요리교실 분위기를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영상을 가져왔어요. 채널에 올라간 영상이 많지는 않지만, 요리법에 영상도 몇 개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채널을 둘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발견한 책(feat. 신간이 아니어도 괜찮아)

📚 당신이 옳다(정혜신 지음, 해냄)

🔎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서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다.

'지훈'님의 발견의 기록

평소 사람의 마음에 대하여,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고 주변 청년들에게 상담을 자주 해주는 처지다 보니 심리와 공감에 대해 고민이 많던 제게 소화제와 같던 책이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겪었던 여러 사례를 통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내용이 단순히 머리로 이해되는 게 아닌 마음으로 깊숙이 흡입되었던 책입니다. 적어도 제가 읽어본 여러 심리학책들과는 접근방식에서 결이 달랐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타인의 마음에 대한 공감을 떠나 오히려 자신의 마음이 보이게 되고 위로를 받는 책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 Egg Break's comment

이번 주 '우리가 발견한 책'은 지훈님의 추천을 담았어요.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라는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는데요. 2018년 10월, 책이 출간된 이후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에 실렸던 저자의 인터뷰 기사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합니다."보통은 내가 가장 먼저 자신에게 가혹한 타자가 되기 쉬워요. 스스로 "왜 슬프지?" "그랬구나" 묻고 들어주세요. 또 하나의 방법은 내가 타자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겁니다. 내가 타인의 마음을 궁금해하면 빠르게 보상이 옵니다."

[우리가 발견한 책]은 오픈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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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탄소사회의 종말>

2위 <그래서 라디오>

1위 <뭐든 다 배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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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 "오늘 길을 건너는데 배달음식 라이더분이 3미터 앞에서 넘어지는 걸 봤어요.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으신거 같고 스스로 일어나서 오토바이를 옮기고 떨어진 음식을 주우시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라디오 책은 라디오 매니아이신 엄마께 선물하고 싶은 책이에요!"

💌 "이번 투표는 정말 어려웠어요! 지금 시대에 가장 가까운 주제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욱 일상이 중요해진 시점에 필요한 책들이 있어서 더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 "가끔 회사를 그만두고 플랫폼 노동자가 된 나를 상상해 보곤 했습니다. 실상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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