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정당, 누구에게 '개이득'인가
STEP1. 당장 선거를 한다면?
1.1. 3.10 총선이라면 결과는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대로 총선을 치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계산해보겠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마부뉴스> 지난호를 읽어주세요.다만, 제도가 워낙 복잡해서- 말 그대로 '연동'되는 게 너무 많아서 -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을 달겠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의 조건>
1. 현재 각 당의 지역구 의석이 이번 총선에도 '유지'되는 걸로 가정한다.
2.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으므로 지역구 '0석'으로 처리한다. 지금 이 당들의 의석은 무소속으로 해 지역구 의석 253석을 맞춘다.
3. 정당 득표율은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31주차)를 반영한다.(, 무당층은 기권)
※ 리얼미터 여론조사 정당지지율 : 민주당 42.9%, 미래통합당 29.8%, 정의당 4.3%, 국민의당 4.6%, 민생당 4.0%
 
총 의석 수 자체는 별 의미가 없으니 증감 추이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일단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3월 10일 총선을 치른다면(미래한국당만 있음)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1.2.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이 없다면? 

만일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지 않고 그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래한국당이 없을 때, 즉 아무도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결과입니다. 작년 말, 공직선거법 개정 당시 기대했던 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도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았다면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1.3.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든다면?
 
STEP 1의 조건에서,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든다면, 결과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가칭 비례민주당이 만들어진다면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1.4. 비례연합정당을 만든다면?
 
민주당이 독자적인 비례정당이 아니라, 정의당과 힘 합쳐서 비례 연합정당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이건 좀 설명이 필요한데, 민주당과 정의당 모두 비례 후보를 내놓지 않고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어 그 당에서만 비례 후보를 내놓는 겁니다. 선거가 끝나면, 선출된 비례 대표는 각 정당이 나눠 갖는 식이 되겠죠. 사실 '연합'이란 말만 빼면,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미래한국당과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어쨌든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범민주의 비례연합정당이 만들어진다면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STEP2. 이런 경우, 저런 경우.. 어떻게 될까?
 
4개의 계산 결과를 A안부터 D안의 경우의 수로 적어보겠습니다.
A안 
지금처럼 미래통합당만 비례정당을 구성한 채로 선거를 치른다.
B안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비례정당 없이 선거를 치른다.
C안
A에 대항해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치른다.
D안
A에 대항해 민주당과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으로 선거를 치른다.
각 경우의 수별 의석 수, 다시 정리합니다.

 각 경우의 수에 따른 의석 수 변화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각 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수를 기준으로, A안부터 D안까지의 선호도를 1~4순위까지 적어봤습니다. 

 각 경우의 수에 대한 불만의 합은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A안은 더불어민주당, B안은 미래통합당, C안은 정의당이 가장 기피하는 안입니다. 일반적인 게임 이론에서는 - '죄수의 딜레마'처럼 - '최악'을 기피하는 심리가 합리적 선택의 주요 전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D안, 즉 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례연합정당이 절충안이 될 수 있겠군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볼까요. 옳고 그름을 떠나 '불만의 합'이 가장 적은 걸 선택하는 겁니다. D안에 대한 각 당의 순위 합계, , '불만의 합'이 '6'으로 가장 적어서, 역시 D안이 '공리적'인 결과일 수는 있겠습니다.
STEP3. 그렇게 되면 누구에게 '개이득'인가? 

하지만 정치가 어디 계산대로, 공식대로 돌아가나요.
 
미래통합당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알바니아처럼 '위성정당'이 만들어지고, 민심이 왜곡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항'이라는 명분으로 그 민심을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선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위성정당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다며 매몰차게 비판했던 민주당, 그런데 외형은 다르지만 본질은 매한가지인 '비례연합정당'으로 응수하려 하고 있습니다. 수 틀리니 따라하고 있습니다. 서로 민심이 왜곡된다, 민주주의가 후퇴된다, 이래 놓고 이걸 또 서로 만들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 그 승리의 뒤안길에는 로베스피에르라는 혁명가가 있었습니다. 자유와 평등, 인간애라는 혁명 정신을 완수하기 위해 그가 동원했던 건, 피의 숙청, 이른바 '공포 정치'였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로베스피에르는 자유를 위해, 자유를 파괴한 정치인"이라고 했습니다.
 
두 거대 정당 모두,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위성정당'을 꺼내 들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게 과연 우리 공동체 입장에서 '개이득'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한국의 정치는 여든 야든, 좌파든 우파든, 진보든 보수든, 로베스피에르의 철학을 수혈받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양비론처럼 식상한 것도 없는데, 결국은 또 양비론입니다.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총선 2020 팩트체크였습니다.

2020.3.10. SBS <사실은>
이경원 기자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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